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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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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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1-18 ㅣ No.142253

산보를 가면서 새를 보기도 하고, 다람쥐를 보기도 합니다. 전선 위로 다니는 다람쥐를 보았습니다. 조금 위험해 보이지만 다람쥐는 전선 위를 잘 다니고 있습니다. 차도로 다니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다람쥐가 처음으로 전선 위로 걷는 모험을 했을 것 같습니다. 다른 다람쥐들도 전선 위를 걷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문명과 문화도 첫 발을 딛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파견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처음으로 복음을 전하고 돌아온 제자들은 기뻤습니다. 자신들의 말과 행동으로 마귀를 쫓아냈고, 병자들을 고쳐줄 수 있었습니다. 작년 이 맘 때입니다. 선배 신부님이 보스톤에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이었습니다. 큰 맘 먹고 선배신부님을 만나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지금은 워싱턴도 가고, 버지니아도 가고, 필라델피아도 다닙니다. 작년에 장거리 운전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성서는 바벨탑과 야곱의 사다리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바벨탑은 인간의 욕망과 교만으로 세워진 탑입니다. 성공과 명예 그리고 권력과 재물로 쌓으려는 탑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희생과 땀으로 세워진 탑입니다. 착취와 폭력으로 쌓으려는 탑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바벨탑을 무너트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는 탑을 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도 여전히 욕망의 바벨탑을 세우려고 합니다. 물질과 자본을 이용해서 성공과 명예의 탑을 쌓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탑을 높이 세울수록 밑에서부터 탑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는 극심한 가뭄과 긴 장마가 되었습니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어쩌면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백신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우리가 쌓아온 바벨탑을 무너트릴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탑이기 때문입니다.

 

야곱의 사다리는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도구였습니다. 교회는 야곱의 사다리에는 4개의 계단이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거룩한 독서라고 부릅니다. 가장 아래의 계단에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단단한 기둥이 되어서 시련의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깊은 샘물이 되어서 영적인 갈증을 풀어줍니다. 말씀은 씨앗이 되어서 가는 곳마다 열매를 맺습니다. 두 번째 단계에는 묵상이 있습니다. 밥을 할 때 이 들어야 맛이 있습니다. 한국의 음식은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맛을 냅니다. 김치, 젓갈, 홍어와 같은 음식이 그렇습니다. 말씀은 묵상의 과정을 거치면 마음에서 열매를 맺습니다. 세 번째 단계에는 기도가 있습니다. 운전면허를 따면 어디론가 차를 몰고 가고 싶어집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 가슴에서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찬미, 감사, 청원, 나눔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리의 기도를 받아 주십니다. 과부의 헌금을 받아주십니다. 기도는 능력과 업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이 내적인 침묵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네 번째 단계에는 관상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분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그리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상은 말씀, 묵상, 기도의 단계를 거치면서 시작됩니다.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사람은 하느님의 손길에 모든 것을 맡기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기 마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10명 중 2명은 교회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일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건물의 교회, 엄숙한 전례, 아름답고 화려한 행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교회는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바벨탑은 결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 수 없습니다.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것은 야곱의 사다리입니다. 오늘 나는 어느 길을 선택하고 있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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