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스크랩 인쇄

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6-16 ㅣ No.182871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마태 5,38-42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늘 복음은 우리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능가할 수 있는 네번째 방법에 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당시 근동지방에서 널리 통용되던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의 원칙, 즉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기가 입은 것과 똑같은 피해만큼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것을 허락하는 “동태 복수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원칙을 제시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는 것입니다. 내가 피해와 상처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복수를 하지 말라고 하시니 정의롭지 못한 처사로 느껴집니다. 힘 없고 약한 자는 억울해도 당하고만 있으라는, 무조건 참기만 하라는 뜻으로 들려 그런 지시를 하시는 예수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맞서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원문은 ‘일일히 맞대응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물리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상대방이 나에게 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즉 상대방이 나에게 폭력을 썼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폭력으로 맞대응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악에 똑같은 악으로 맞대응하다보면 점점 분노가 커지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 악에 물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을 향했던 복수의 칼날이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악에는 똑같은 악으로 맞대응 할 게 아니라, 하느님의 방식으로 맞서야 합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누가 내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라고 하십니다. 오른손으로 내 오른뺨을 치기 위해서는 손바닥이 아닌 손등으로 치게 됩니다. 예수님 시대에 그런 행위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깔아뭉개는 아주 모욕적인 처사였지요. 욱하는 마음에 주먹질을 날려줘도 시원찮은 판에 오히려 다른 뺨마저 치라고 내주라는 겁니다. 다음으로는 재판을 걸어 내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주라고 하십니다. 직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예수님 시대에도 속옷은 그렇게 비싸거나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하찮은 것을 빼앗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재판까지 거는 건 나에게 창피를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런 되먹지 못한 놈에게 낮에는 따가운 햇빛을 가리는 천막이 되어주고 밤에는 추위를 막아주는 이불이 되어주는 소중한 재산인 겉옷까지 내주라고 하시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와 함께 천걸음을 가자고 가자고 강요하는 이가 있으면 그와 함께 이천걸음을 가주라고 하십니다. 천걸음이라고 하니 대단해보이지만 일반 성인의 보폭 60센티미터를 기준으로 하면 기껏해야 600미터 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입니다. 걷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나에게 억지로 강요한다는 사실이 기분 나쁘지요. 그런데 오히려 그 두배의 거리를 기꺼이, 내 의지로 함께 걸어주라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런 세 가지 권고를 하시는 것은 상대방에게 비굴하게 굴복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악에 제대로 맞서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주시기 위함입니다. 내 오른뺨을 친 사람에게 왼뺨을 대주고, 내 속옷을 가져가려는 이에게 겉옷까지 내어주고, 내가 천걸음을 걷도록 강요하는 이와 함께 기꺼이 이천걸음을 걸어주는 행위는 상대방을 멈칫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악을 악으로 되갚으면 ‘옳다구나’하고 더 큰 폭력을 휘두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 반대로 해버리니 멈칫하는 것이고, 악을 저지른 그에게 선으로 돌려주면 그는 자기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부끄러워져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악에 제대로 맞서서 극복하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불은 물로 꺼야하듯, 악은 더 큰 선으로 덮어야 사라집니다. 내가 입은 상처는 상대에게 똑같은 상처를 입혀야 치유되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그를 감싸안을 때 눈 녹듯 사라집니다. 이것이 “악인에게 맞서지 말라”는 말씀 안에 담긴 참뜻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32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