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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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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3주간 화요일] 마태 8,23-27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우리는 신앙생활 하면서 단 한번이라도 예수님을 직접 볼 수 있다면, 그분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면, 흔들림 없이 오롯이 주님을 믿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을 보면 그런 우리 기대와 바람이 섣부른 것이었음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거센 풍랑이 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제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말이지요.
하루 24시간 예수님과 동고동락했던 그들은 다른 누구보다 그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비유를 통해 간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던 군중들과는 달리, 예수님으로부터 그 비유의 숨은 뜻이 무엇이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전해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예수님이 일으키시는 놀라운 기적과 표징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거센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자 두려움과 걱정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사실 그들 중에는 어부 일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많았기에 그런 상황을 자주 겪었고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알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움과 걱정에 마음이 휘둘려 자기 능력은 물론 자신들이 믿고 따르던 주님마저 온전히 믿지 못했던 겁니다.
제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풍랑은 그저 호수에 불어닥치는 강한 바람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권력의 바람,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승까지 팔아 넘기려 드는 탐욕의 바람, 자기 안위가 걱정되어 스승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하는 두려움의 바람이 그들 마음 속에 휘몰아친 것이지요. 저의 마음에도 그런 풍랑이 거세게 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기보다 내 뜻을 이루려는 고집의 바람이 불 때, 남을 섬기고 봉사하려 들기보다 다른 이로부터 섬김과 인정을 받으려는 교만의 바람이 불 때, 나에게 맡겨진 직무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대충 안주하려는 게으름과 나태의 바람이 불 때, 주님께 온전히 희망을 두지 못하고 세상 것들을 잃게될까봐 전전긍긍하는 근심과 걱정의 바람이 불 때 그렇습니다.
그러나 세상 것들을 잃게될까 두려워하다보면 그것의 노예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를 세상 것에 묶어두는 거짓 두려움과 우리를 하느님께 일치시키는 진짜 두려움을 올바르게 식별해야 합니다. 또한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며,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삼가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이외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은 다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아 마음이 담대해집니다.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라고 일갈하신 예수님의 마음과 뜻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온전히 비워내고 그 자리에 주님을 모실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세상의 바람이 몰아쳐도 예수님처럼 평온함과 담대함을 유지한 채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