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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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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문제를 만납니다. 어떤 사람은 문제를 피하고, 어떤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재미있는 비유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두 가지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거나. 그런데 또 다른 선택이 있습니다. 아예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로 하는 겁니다. 그럴 경우는 결과가 하나입니다.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현생 인류도 선택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막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은 사막이라는 장벽 앞에서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나 인류는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타조알을 비워 그 안에 물을 담고, 그것을 사막에 묻으며 조금씩 전진했습니다. 그렇게 인류는 사막을 건넜고, 새로운 세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복음이 유다 지방을 넘어서 이방의 세계로 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가 그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신처럼 될 수 있습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 믿음으로 그는 페르시아를 무너뜨리고 인도까지 진군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길을 따라 로마가 길을 닦았고, 그 길을 따라 교회는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우리 본당도 3년 전 중요한 결정을 했습니다. 교우는 많은데 보좌 신부가 없었습니다. 영어 미사는 손님 신부님께 부탁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대교구와 달라스 교구가 협의해 보좌 신부님을 파견하게 되었고, 지금 우리 본당에는 부주임 신부님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 이후로 영어 미사는 물론이고, 주일학교와 청년 모임도 활발해졌습니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했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야곱은 하느님과 씨름합니다. 밤새워 씨름합니다. 야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하느님의 축복을 받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름을 받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하느님과 겨루어 이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씨름했던 사람에게 하느님은 새로운 이름, 새로운 정체성을 주신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말도 전해집니다. “깨달음에 방해가 된다면 부처라도 버려야 한다.” 그것은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정신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에게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문제가 어렵다고 낙담하지 마십시오. 기도하고, 청하고, 함께 움직이면 하느님께서 길을 여십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명은 도전에 대한 응전의 역사이다.” 복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그대로 남지만,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문제가 사라지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문제를 회피하지도 마십시오. 문제와 씨름하고,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맡기면, 하느님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주십니다. 오늘도 우리가 마주한 사막 앞에서 타조알 하나라도 들고 한 발짝 내딛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 여정의 끝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