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7월 7일 _ 김건태 루카 신부님 |
---|
믿음과 기적
오늘 복음 말씀을 접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다른 복음서에 비해 ‘참 짧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 가지 기적이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이 본문은 마르코 복음에서는 22개의 구절을, 루카 복음에서는 16개의 구절로 짜여 있는데 비해, 마태오 복음은 9개의 구절로 축약하여 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복음저자는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소개하는 산상설교(5-7장)에 이어, 8-9장에서 연속적으로 예수님의 행적 곧 다수의 기적 이야기를 전하는 과정에서, 분량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오늘의 기적 이야기를 축소하여 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늘은 믿음과 기적에 대하여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복음서를 읽다 보면, 우리는 종종 모든 것이 마법처럼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굳은 믿음을 가지고 이것저것을 청하며, 청하는 대로 곧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고 묵상하는 복음 말씀에서는 이 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와 유사한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진솔한 신앙 행위가 늘 즉각적으로 보상을 받던 예수님 시대를 회상하며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꿈이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진솔한 신앙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필연적으로 기적을 불러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흔히 복음서는 보상을 받은 사람들, 청한대로 그대로 이루어짐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말해서 이 경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언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은 ‘곧바로’가 아니라, 하느님이 그들의 청을 들어주실 때까지 당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때로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하느님께 또는 예수님께 많은 것을 청하는데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순수한 신앙행위로서의 기도가 우리의 뜻대로 곧바로 성취된다는 생각, 기적이 곧 이루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원하실 때, 그리고 당신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즉시 응답해주시는 기도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을 좀 더 하느님께 열어주기를 청하는 기도, 하느님의 뜻을 온전하게 직시하고 철저하게 받아들이기를 청하는 기도,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염원하는 기도일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무언가를 청한다는 것은 하느님은 그 청을 들어주시고 이루어주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임을 고백하는 신앙행위입니다. 많은 경우 그 청이 우리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몫임을 인지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무언가를 청할 때, 부모는 청하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녀의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건강을 먼저 고려하고 들어주듯이,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행복과 구원 사정을 먼저 살피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말씀드리면서도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연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하느님은 분명히 들어주시고 이루어주신다는 믿음으로 열어나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