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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 화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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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 화요일] 마태 9,32-38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우리는 하루 중에 알게 모르게 대략 30번 내외의 불평 불만을 입 밖으로 내뱉는다고 합니다.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그런 말을 내뱉는만큼 부정적인 상황을 바꿔보려고 자신부터 노력하면 참 좋겠는데, 대부분의 경우 불평 불만을 내뱉는 모습에는 지금 상황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남 탓, 상황 탓을 하며 자신은 뒷짐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된 데에는 분명 내 탓도 어느 정도 있을텐데, 그렇게 만든 자기 행동을 반성하지도 않고 그 행동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 드는 것이지요. 그러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불평 말고 ‘반성’을 해야 합니다. 남 탓 말고 자기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놀라운 권능으로 마귀를 쫓아내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마귀에 사로잡혀 고생하던 형제가 그 속박에서 풀려나 자유와 평화를 얻었다면, 그와 함께 기뻐해야, 그에게 그런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예수님께 ‘마귀 우두머리’라는 낙인을 찍어 모함하고 비난합니다. 그렇게 하면 마귀에 들려 고생하던 형제를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무관심하게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신은 마귀의 힘 같은 건 빌리지 않은 의로운 사람이 되어 예수님을 심판하고 단죄할 명분까지 얻게 되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너무나도 비분강개한 상황임에도 그들에게 굳이 맞대응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 중요한 것은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있는’ 군중들을 돌보고 보살피려면 일 분 일 초의 시간도 허투루 쓰실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고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게 하려면 하셔야 할 일이 많은데, 그런 주님의 사명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그 ‘책임’도 함께 지려는 참된 ‘일꾼’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평 불만을 늘어놓을 시간에, 남을 비난하고 탓할 시간에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은 일꾼이 될 자신이 없다면, 최소한 일꾼을 보내달라고 하느님께 청하기라도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일꾼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뒷담화하지 말고 그가 자기 소명을 다 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시라고 하느님께 기도라도 하라는 것입니다. 내 마음에 사랑이 가득차 있으면 상대방의 고통이 보이고, 내 마음에 욕심이 가득차 있으면 상대방의 잘못과 허물이 보이는 법입니다. 지금 내 눈엔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보입니까?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