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6일 (수)
(녹)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지혜롭다는 자들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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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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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08:07 ㅣ No.183484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마태 11,25-27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사제로써 다른 사제의 강론을 듣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론을 하려면 어떻게 준비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십 년 넘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면서 성경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해당되는 성경 구절에서 사목적으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신자분들께 무엇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그렇게 사전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으면 듣는 내용을 더 잘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는게 문제입니다. 신자분들처럼 귀기울여 들으면 너무나 좋은 말씀인데도, 성찰해보고 묵상해볼 꺼리가 많은 내용인데도 그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겁니다. ‘내가 해봐서 잘 알아’라는 교만을, ‘왜 그 정도밖에 못해?’라는 비교의 마음을 떨쳐내기가, 순수한 마음으로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런 저에게 뼈를 때리는 메시지를 던지십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철부지’란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아직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장하지 못했기에 여러 측면에서 미성숙하고 결핍된 존재입니다. 세상 물정도 모르고 분위기 파악도 느려서 핀잔을 자주 듣기도 하지요. 그러나 철부지들에게만 있는 장점도 많습니다. 단순하고 솔직합니다. 쓸 데 없는 일에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보느라 주눅들지 않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하더라도 합리화하거나 감추려 들지 않고 솔직히 인정하며 사과할 줄 압니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기에 참된 기쁨을 누립니다.

 

반면에 ‘자칭’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자들은 어떠합니까? 많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으로서 품위와 예의를 지킬 줄 압니다. 그만큼 세상과 이웃에게 선한 영향력을 퍼뜨릴 수 있지요.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방끈 좀 길다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다닙니다. 마음 속에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우월감으로 가득 차서는, 남들보다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면 무시당한다고 여겨 참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못하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무시하고 깔봅니다. 겸손의 덕을 갖추지 못한 지혜, 타인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이 되지 않은 지식이란 이처럼 위험하지요. 그래서 ‘아는 게 병’이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교만과 고집으로 똘똘뭉친 ‘헛 똑똑이’들은 참된 지혜와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을 수 없음을.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만큼만 그분에 대해 알 수 있음을. 그래서 천주교를 ‘계시 종교’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계획을 받아들이고 따라야겠습니다. 내가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뜻과 섭리가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겠습니다. 그러면 나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지없이, 언제나 한결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아보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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