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5주간 금요일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마태 12,8)
성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그 시절을 떠올려봅니다.주일은 때로 평일보다 더 바쁘고 지쳐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느껴야 할 기쁨과 평화 대신, 직분에 요구되는 기능과 책임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때로는 엄격한 잣대로 재단하거나 과도한 책임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돌봄과 위로를 기대하며 교회를 찾던 젊은 이들이 함께 봉사하며 기쁨과 충만함을 기대하던 이들이 오히려 상처받고 떠나는 모습은 아직도 가슴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참된 기쁨이 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장애우 공동체에서 빨래를 하며 나눈 따뜻한 미소, 외로운 입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건넨 작은 위로, 추운 날씨에 꽁꽁 언 손을 서로 마주 잡으며 녹여주던 따뜻한 손, 미사 후 나눈 소박한 식사 시간들… 이런 순간들 속에서 진정한 안식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정 안식일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오늘 복음 안에서 그 답을 얻었습니다. 안식일의 참된 의미: 존재의 회복 오늘 복음은 겉으로 보이는 '법'과 '규칙' 너머, 우리 마음 깊은 곳의 본질을 깨우는 초대입니다. 안식일은 단순히 쉬는 날이나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는 날이 아닙니다. 안식일은 '나' 라는 존재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온전한 쉼'을 경험하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이 쉼은 몸의 휴식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평화를 느끼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참된 위로를 받는 시간입니다. 마치 어린 시절 엄마 품에 안겨 모든 걱정을 내려놓던 그 평안함과 같습니다. 예수님, 참된 안식의 주관자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는 선언은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의 '마음의 쉼'과 '영혼의 회복'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은 우리가 내면 깊이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이끄는 생명의 중심이자 길잡이이십니다. 교회는 예수님이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으로서 우리의 구원자라고 가르칩니다. 그분은 단순히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율법의 참된 정신을 완성하러 오셨습니다. (마태5.17) 안식일 역시 그분 안에서 완성됩니다.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안식일을 지키는 것에만 급급했지만, 예수님은 안식일의 진정한 목적이 사람을 위한 것임을 보여주셨습니다. 배고픈 제자들이 밀이삭을 뜯어 먹는 것을 허락하신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랑이 율법을 완성한다 사랑이 율법을 완성합니다. 우리 교회 안에도 사랑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사랑으로 교회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먼저 내면의 사랑을 회복해야 합니다.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의 짐을 나누는 겸손한 마음으로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엄격한 잣대와 무거운 책임감보다는 자비와 온유로 서로를 감싸 안을 때, 그 사랑이 바로 율법을 완성하고 교회를 새롭게 합니다. 때로는 지도자들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기도로 도와드리며, 때로는 용기 내어 사랑의 진리를 나누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자비의 길을 따라 우리의 말과 행동 속에 사랑이 흐를 때, 비로소 참된 안식과 회복이 우리 공동체에 깃들 것입니다. 사랑의 주님, 당신 안에서 진정한 쉼을 배우게 하소서. 법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의 자비와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우리 삶의 모든 자리에서 당신의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 안으며 참된 안식으로 이끄는 빛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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