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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 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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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전구 교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장 난 전구만 바꾸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구를 바꾸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기가 흐르는 길, ‘배선’을 먼저 점검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전구를 갈아 끼워도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불은 켜지지 않습니다. 천장을 열고, 도면을 살피고, 전기가 끊긴 부분을 고친 뒤에야 마침내 불이 환히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빛을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형식이나 노력만이 아니라, 그 빛이 흐를 수 있는 내면의 통로를 먼저 고치는 일, 즉 마음의 배선 작업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알기 쉬운 비유를 통해서 하느님 나라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열매 맺기를 바라면 먼저 씨를 뿌리라고 하셨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썩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지만,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을 때도 먼저 가진 것을 나누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잘 모르는 나그네입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를 환대하였습니다. 손님들이 피곤을 풀 수 있도록 목욕물을 제공했습니다. 아내 사라에게 음식을 마련하도록 하였습니다. 종들에게 튼실한 송아지를 잡으라고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나그네를 부모님처럼, 오랜 친구처럼 그렇게 환대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중에 가장 헐벗고, 가장 굶주리고, 가장 가난한 이에게 해 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예수님의 말씀을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 3,500년 전에 이미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의 환대를 받았던 분은 사실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은 아브라함에게 100세가 넘은 아브라함에게 내년에는 늙은 아내가 아이를 출산할 것이라고 축복해 주었습니다. 하느님 사람의 축복은 현실이 되어, 아브라함은 100세가 넘어서 아이를 얻었습니다. 성서의 일관된 가르침이 있습니다. 선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다는 가르침입니다. 아브라함의 환대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자세였습니다. 그는 “혹시 이 낯선 사람 안에 하느님이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합니다. 그 마음이 바로 전기가 흐르는 배선처럼, 하느님의 은총이 흘러들 수 있는 길이 되었던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