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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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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목요일] 루카 9,7-9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오늘 복음에는 헤로데 영주가 등장합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군중들 가운데에서 하신 모든 일들을 전해 듣고 몹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지은 죄가 있기에 대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는 영주로써의 위신과 체면 때문에, 자기 입으로 내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어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은근히 눈엣가시 같은 요한을 제거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에게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잘못을 지적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그래서 맘껏 탐욕을 채우지 못하게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잘 것 없는 ‘명분’을 기회 삼아 그를 제거해 버린 것이지요. 그런데 예수라는 사람이 크나큰 권능으로 놀라운 기적들을 일으키고 있다는, 군중들 사이에서 그런 그를 두고 세례자 요한의 ‘환생’이라느니 엘리야 예언자의 ‘현신’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겁니다.
그러자 헤로데는 큰 두려움과 당혹감에 빠집니다. 가뜩이나 세례자 요한을 죽인 후부터 그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악몽에 시달렸을 터입니다. 자신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하느님께서 나에게 벌을 주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터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를 벌하시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 속 불안감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옭죄고 괴롭히기에 상황이 나쁘게 보였을 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주님을 심판관으로 여기는 것은 그분께서 무서운 분이셔서가 아니라, 나의 마음 속에 고백하지 못한 채 남아있는 죄와 잘못들 때문입니다. 그러니 헤로데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원인인 ‘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가 자신의 과오와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받아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봐야겠다는 마음만 먹었을 뿐,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그가 예수님을 만나게 된 건 나중에 빌라도 총독이 그에게 ‘죄인 예수’를 보냈을 때였지요. 헤로데는 자신이 구원받을 그 마지막 기회마저 헛되이 날려 버렸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되살아난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는 안도하며, 포승줄에 묶인 채 가시관을 쓰고 계신 예수님을 조롱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그가 자기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죄를 짓게 되면 최대한 빨리 자기 죄를 뉘우치고 주님 앞에 고백하여 용서받아야 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은총을 입어 영적인 자유를 회복해야 합니다. 불편하고 힘들다고 자꾸만 고해성사를 나중으로 미루고 죄 속에 머무르다보면, 헤로데처럼 구원받을 기회를 놓치고 난 뒤에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