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26주간 화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 |
---|
[연중 제26주간 화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 루카 9,51-56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셨다. 그리하여 그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오늘 복음은 “누구든지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루카 9,47)라는 말씀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은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감히’ 예수님을 모시고 가는 자신들을 맞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는 사마리아인들을 향해 큰 분노를 터뜨리며 보복하려고 드는 걸 보면 말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고 여기는 그들의 독선을, 자신과 다른 입장과 생각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의 편협함을 꾸짖으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마리아인들의 선택을 존중하시며, 멀고 힘들어도 다른 길로 돌아가는 쪽을 택하십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신 것이지요.
당시 사마리아인들과 유다인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한 이스라엘 백성이면서도 서로를 적대시하며 배척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민족들의 침략과 유배라는 슬픈 역사 때문이었는데, 어느 새 그 아픈 기억은 사라지고 서로에 대한 미움만 남았지요. 또한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 일행을 맞아들이지 않은 데에는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전례적인 이유도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의 전례는 그들이 유일한 구원의 도성이라 여기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사마리아인들은 솔로몬이 직접 지은 예루살렘 성전이 이민족들의 침략으로 완전히 부서져 그 기능을 상실했으니, 이제는 위대한 조상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순명을 통해 번영을 약속받은 그리짐산을 중심으로 전례를 거행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파스카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다고 하시니 그분 일행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건 모든 전례가 그리짐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신들의 원칙을 거스르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이 그런 모습을 보고 크게 분노하며 예수님께 묻습니다.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 겉으로는 자기들의 스승이신 예수님이 배척당하신 것에 화를 내는 것처럼, 예수님에 대한 충정에서 우러나온 분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지요. 이방인과 어울려 사는 부정한 놈들이 감히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자기들 전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 화가 났던 겁니다. 물론 예수님도 때때로 분노하긴 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분노는 그들의 분노와는 결이 다릅니다. 그분께서 성전 상인들을 쫓아내신 것은, 위선에 빠진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꾸짖으신 것은, 당신 말씀을 따르지 않는 세 고을 사람들을 보며 탄식하신 것은 그들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시는 선의와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반면 제자들의 분노는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굴복시키려드는 교만과 독선에서 우러나왔기에, 예수님은 그들을 엄하게 꾸짖으신 것이지요.
혹여 우리도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편협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방을 굴복시켜 내 뜻을 따르게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대한 믿음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사랑과 포용으로 상대방을 받아들여 하나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뤄나가야 할 참된 평화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