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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 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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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며, 교황님께서 제정하신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셨습니다. 회당에서 성서 말씀을 읽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며,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게 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선언하셨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여러분이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가난한 이들에게 동정을 베푸신 분이 아니라, 그들의 친구로 사신 분이셨습니다. 잃은 양을 찾아 나서는 착한 목자처럼, 세상 한가운데에서 고통받는 이를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셨습니다. 예수님 곁에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이 있었고, 예수님 자신도 가난한 분이셨습니다. 1982년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는 ‘매점’에서 봉사했습니다. 매점은 1층 이발소 옆에 있었고, 과자와 음료수, 세면도구, 담배를 파는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한 봉사였지만, 그곳에서 저는 가난의 지혜와 나눔의 기쁨을 배웠습니다. 매점에서 일하면 매일 외출이 가능했고, 한 달에 만 원의 활동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사람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물건을 사러 오는 신학생들, 부탁을 하는 교수님들, 전용 매점을 이용하는 부제님들 사이를 오가며, ‘주고받는 기쁨’과 ‘작은 봉사 속의 사랑’을 배웠습니다. 이 경험은 제 사제 생활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신학교 인연으로 군종병으로 복무했고, 교구청에서는 신협 이사로 봉사하며 사제들과 직원들의 어려움을 도왔습니다. 뉴욕에서는 신협을 통해 본당 재정을 관리하고 공동체의 필요를 채웠습니다. 모든 출발점은 신학교 매점에서 배운 작은 경험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작은 경험을 통해 저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달라스로 부임한 뒤 본당의 재정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예금이 일반 예금이었습니다. 일반 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자금만 일반 예금에 두고, 나머지는 이자가 있는 정기 적금으로 옮겼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본당 재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일을 하며 깨달았습니다. 가난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재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도 있다.” 재물은 악이 아닙니다. 재물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이웃의 아픔을 덜어줄 때, 재물은 복음의 도구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교통사고로 다친 형제님을 위한 모금, 루게릭병 형제님의 전동 휠체어 마련, 뇌경색으로 쓰러진 형제님의 귀국 모금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재물을 쌓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는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머물렀습니다. “진정한 부는 소유가 아니라, 나눌 수 있는 자유에서 시작된다.” 이 말처럼, 가난한 이들을 향한 나눔은 우리의 마음을 자유롭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도 오늘 말씀에서 이렇게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먹도록 하십시오.” 일한다는 것은 단지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기신 삶의 책임을 성실히 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노동의 결실이 이웃의 기쁨으로 흘러갈 때, 우리는 비록 가난해도 가장 부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은 단지 가난한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날이 아닙니다. 우리 안의 가난을 발견하고, 나눔의 기쁨을 회복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행복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의 눈물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그들의 손길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를, 그들의 침묵 속에서 우리는 복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가난해지고,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럴 때, 우리의 본당도, 우리의 가정도, 우리의 세상도 조금 더 하느님의 나라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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