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8일 (금)
(녹)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공지사항 2026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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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14:45 ㅣ No.2944

2026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

대전교구

마산교구

부산교구

수원교구

안동교구

원주교구

의정부교구

인천교구

전주교구

제주교구

청주교구

춘천교구

군종교구

 

 

 

 

[서울대교구]

2026년 사목교서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젊은이와 함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은혜로운 ‘희망의 순례자들’ 희년을 마치고, 우리는 새로운 마음으로 신앙 여정을 다시 시작합니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이 희년을 통해 빚으로부터의 해방, 노예 신분에서의 해방 등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한 것처럼, 우리 또한 성지 순례와 성체조배 등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고, 새로운 출발의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해’ 힘차게 걸음을 옮깁시다. 또한 다가올‘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함께 준비하면서 청년들과 함께 온 세대가 세계의 젊은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가 됩시다.

    1.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시노드 교회’를 주제로 다룬 지난 3년(2021년 10월~2024년 10월)에 걸친 시노드 여정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문서’가 선포되면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교황청의 시노드 사무국은 ‘시노드 이행 단계를 위한 길잡이’ 자료를 통해 2028년 10월까지를 ‘시노드 이행 단계’로 설정하면서, 각 지역 교회가 본격적으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을 구체화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시노드 교회란 ‘하느님과 이웃과 이루는 친교의 교회, 모두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교회, 복음의 기쁨을 살고 증거하는 선교하는 교회’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최종문서’에서는 특별히 ‘회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계들의 회심’, ‘과정들의 회심’, ‘유대들의 회심’을 언급하면서, 시노드 교회를 향한 새로운 출발에 있어 ‘묵은 모습’을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항해 나아갈 것을 촉구합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하달하는 옛 방식’에서 ‘회심’하여,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 경청하며, 성령 안에서 함께 식별해 나가는’, 그러면서도 ‘직권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순명하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서로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교회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시노드 교회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모습 중에는 ‘시노드 문화’를 교회 안에 심어 나가는 것도 있습니다. ‘최종문서’에서는 시노드 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투명성’, ‘책임있는 설명’, ‘평가’, 이 세 가지를 특별히 언급합니다. ‘투명성’ 분야에서는 교회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괄목할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특히 ‘책임있는 설명’(accountability) 부분에서 많은 성장과 발전을 만들어가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교구는 교구의 여러 현안과 사목 주안점에 대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친절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목 현장에 계신 신부님들께서도 교우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개별적인 여러 사목적 결정 과정 속에서도 교우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노드 교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책임있는 설명’을 친절히 나누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2. ‘모두의 교회’
    “교회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47항) 우리 교구가 나아가야 할 시노드 교회의 모습으로 저는 ‘경청하는 교회’, ‘환대하는 교회’, 그리고 ‘함께 걷는 교회’를 그려봅니다. 교회는 하느님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자비를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예컨대 어떠한 장애를 가진 분도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해 나감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서로를 더욱 배려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이들이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고 증언하는 ‘선교하는 사도’가 되도록 동반하고 격려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분야의 소외된 분들, 소수자들도 하느님 사랑을 체험함에 배제되지 않도록 따뜻이 맞이하고 존중함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하느님 앞에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너희 목마른 자들아, 오너라. 여기에 물이 있다. 너희 먹을 것 없는 자들아, 오너라. 돈 없이 양식을 사서 먹어라. 값 없이 술과 젖을 사서 마셔라.”(공동번역 이사 55,1) 시노드 교회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교회이며, 하느님의 품인 교회는 ‘모두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3. ‘젊은이와 함께하는 교회’
    2026년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서울로 모이는 특별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해입니다. 젊은이는 교회의 미래일 뿐 아니라 현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한 메가 이벤트를 넘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젊은이들 안에서 한 분이신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가 되며, 하느님 안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체험하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구 차원에서는 이미 ‘조직위원회’가 꾸려져 그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큰 틀에서 본당 차원에서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안내를 드릴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각 본당 차원에서도 그리고 각 개인으로도 세계에서 오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환대할 것인지, 어떻게 하느님을 만나는 체험을 함께 나눌 것인지를 고민하고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젊은이들만을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모든 세대를 아울러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입니다. 기도를 통해서 함께 참여할 수 있고, 홈스테이 제공을 통해서나 자원봉사자 활동을 통해서나 환대를 통해서 우리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 본당에서는 젊은이들만의 준비 토론회가 아니라 어른 세대들도 함께 참여하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본당 환대 프로그램’을 논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끝으로 올 한 해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젊은이와 함께”라는 주제를 살아갈 구체적인 몇 가지 권고 사항을 담아 봅니다.

1) 교구 차원
- 교구 차원에서는 먼저 ‘시노드 이행을 위한 교구팀’을 구성하겠습니다. 이 ‘교구팀’은 교황청의 시노드 사무국이나 주교회의의 시노드 담당 부서와 소통하 는 역할을 담당할 ‘행정팀’과 각 본당에서의 시노드 이행을 돕기 위한 교구의 ‘사목팀’의 두 부서로 구성될 것입니다.

2) 본당 차원
- 시노드 이행을 위해 본당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본당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 각 본당에서 그룹을 지어 시노드 ‘최종문서’를 함께 읽고 나누는 그룹 공부를 시도해 보면 좋을 것입니다.
- ‘젊은이와 함께’하는 본당을 위해서 ‘청년 세대와 어르신 세대가 함께하는 봉사 활동’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 본당 차원에서 모든 세대가 특히 어르신 세대가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입니다. 3) 신자 개인 차원
-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최종문서’를 직접 읽어 보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가족이 함께 모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지향으로 묵주기도 한 단(이상)을 바치면 좋겠습니다.
- 사회생활 가운데 신앙을 증거하는 작은 실천을 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성호를 긋고 식사 전 기도 바치고 식사하 기, 직장에서 천주교 신자임을 밝히고 동료 신자들과 짧은 기도나 성경 읽기 함께 하기, 생명과 관련된 주제에 있어서 교회의 입장을 옹호하기 등이 있을 것입니다.

    “선교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하여, 젊은이와 함께”라는 주제로 2026년 한 해를 살아가며, 젊은이를 교회로 적극적으로 초대하되 어른 세대가 소외를 느끼지 않는 교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모두의 교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길 희망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의 발걸음을 밝혀 주시고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2025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광주대교구]

2026년 교구장 사목 서한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이사 6,8)
- 소통하는 공동체, 청년과 함께 미래로 -

 

 

사랑하는 형제 사제들과 수도자, 그리고 하느님 나라의 희망인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가정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지난 5년간 ‘함께 걷는 교회’의 여정 안에서 시대의 징표를 알아차리며 하느님 뜻을 찾아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지속해 왔습니다. 부족하고 더딘 걸음이었지만, 성령의 이끄심 속에서 ‘경청’과 ‘소통’이라는 ‘시노달리타스’의 씨앗이 우리 교구 공동체 안에도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사람들 간 소통이었습니다. 하느님 백성들 간의 소통, 바로 그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가 세운 네 개의 기둥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청소년들이 찾아올 수 있는 교회, 생태 환경을 살리는 교회, 모든 계층과 소통하는 교회. 가운데 소통에 더 역점을 두려 합니다. 또한, 내년에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특히 청년들에게 좀 더 다가가고 그들의 말에 경청하며 믿음에 대한 확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1. 소통하는 공동체

1) 형제 사제들 간의 친교
우리 사제들 사이의 소통과 형제적 나눔이 더욱 활발해질 필요성을 느낍니다. 사제는 홀로 살아가는 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같은 부르심을 받고 같은 길을 가는 형제 사제들과의 영적, 인간적 유대와 나눔은 필수적입니다. 그런 활동 안에서 영적인 힘을 얻고 사목활동에 활력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쁜 사목 일정 속에서도 피정을 통해 기도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격려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제단이 영적으로 건강할 때 비로소 교구민도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2) 중재자로서 축성생활자
2025년 축성생활의 해를 준비하고 미래의 비전을 마련해오신 우리 수도자들에게 먼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또한, 수도자들은 생태 환경을 살리는 일에 솔선수범을 해오고 있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섭리에 순명하고 있는 우리 수도회는 안타깝게도 수도자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고 세월 속에서 그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역할이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전엔 본당 내에 갈등이 생기면 수도자들이 중재자 역할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전례 역할에 더 치중되어 보입니다. ‘하느님 백성의 대화’에서 이미 체험했듯, 원활한 소통을 도와주는 수도자의 역할이 요구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수도자들끼리의 허심탄회한 소통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래의 수도자 모습은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주님을 향했던 첫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갑시다.

3) 사제와 신자들의 인격적 친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강조하셨듯이, 사제는 ‘양 냄새 나는 목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신자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고뇌를 함께 느끼고 나누라는 초대입니다. 사제는 제단 위에서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신자들의 삶과 신앙 체험을 겸손한 자세로 경청해야 합니다. 신자들 또한, 사제를 성사 생활의 집전자로 여길 뿐 아니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일궈 나가는 협력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서로 존중하는 인격적인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주시길 청합니다. 활성화된 사목 평의회는 이러한 소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신자가 함께 기도하고 논의하며 그 결정에 책임지는 성숙한 광주대교구의 문화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4) 교구와 본당, 여러 공동체 간의 협력적 만남
교구청은 본당 사목의 어려움에 더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본당은 교구 전체의 사목 방향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창의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구 정책이 본당의 현실과 만나고, 본당의 생생한 목소리를 교구 사목에 반영하는 쌍방향의 소통 구조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본당 안에서도 사목회 및 각 단체와 소공동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며 기꺼이 협력하는 따뜻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갑시다.

2. 청년과 함께 미래로

1) 청년들의 삶에 ‘존중’과 ‘경청’을
청년들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는 귀한 존재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교회와 세상 안에서 무엇을 꿈꾸고 무엇에 아파하는지 진심을 다해 듣고,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주며, 교회의 주역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본당과 각 공동체 안에서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고 그 문화에 동행하며, 때로는 침묵 속에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경청을 통해 청년들을 복음의 빛으로 이끌고, 동시에 그들 안에 살아계신 성령의 신선한 목소리를 우리도 듣게 될 것입니다.

2) ‘세계청년대회(WYD)’ 함께 준비를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올 수많은 순례자를 맞이하여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신앙 축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청년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모든 신자가 각자의 신앙 여정에 따라 놀라운 종교 체험을 하게 되는 귀한 시간입니다. 이러한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교회는 활력을 찾고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며 각자의 마음을 새롭게 다짐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세계청년대회를 위해 각 본당에서는 꾸준히 기도를 바쳐주시고, 청년들이 순례 여정에 필요한 영적·물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전 교우가 한마음으로 지원해 주시고, 이들을 환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르신들의 지혜와 기도가, 장년들의 격려와 후원이, 청년들의 열정과 희망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계적인 행사를 완수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와 교구 대회를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읍시다.

앞서 언급했듯이 ‘하느님 백성의 대화’를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려운 사목 현안이 소통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부님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수도자와 신자들의 호소를 듣곤 합니다. 신자와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간에 서로 경청하며 함께 걸어가는 것, 이것이 ‘시노달리타스’근본정신이며 광주대교구가 지향하는 새로운 교회론입니다. 저도 하느님 백성들과 더욱 열심히 소통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신부님들도 수도자 및 신자들과 소통하며 시노드적 교회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우리 곁에 ‘성실한 주님의 일꾼들’이 있기에 희망을 느낍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질 한 해, 신앙의 기쁨으로 복된 시간이길 소망하며, 교구민 모두에게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참 평화가 늘 함께’ 머물기를 바랍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라는 성경 말씀처럼, 기꺼이 복음을 위해 투신하는 신자와 성소자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2025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옥 현 진 시몬 대주교

 

 

 

[대구대교구]

2025~2026 사목교서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기치로 삼고, 교회 사명의 여러 측면들을 재조명하며 쇄신하는 여정을 걷고 있습니다. 그 첫 단계인 말씀의 해를 통해서 하느님 말씀을 여정의 길잡이로 받은 우리는, 친교의 해를 통해 삼위일체 하느님의 친교를 살고 증거하는 사명을 실천하려 노력했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함께 있겠다.”(마태 18,20)고 약속하신 그리스도의 영에 의지하며, 교회적 친교를 실현하려 애쓴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두 해를 전례의 해로 지냅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개인의 내면을 성찰하고 정신을 고양하는 일을 넘어서, 무엇보다 살아계신 그분과 만나는 것이요, 그분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 10항, 12항 참조) 이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귀중한 자리가 전례입니다. 성찬례와 모든 성사 안에서 주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그분 파스카 신비의 권능이 우리에게 이르게 됩니다.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초대하시는 하느님께서 전례를 통해서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고, 말씀과 성사적 표징들을 통해서 강생하신 성자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시며, 성령의 이끄심과 보호하심을 깨닫게 하십니다. 

전례의 이러한 작용들은 먼저 우리를 고독과 고립으로부터 해방시킵니다. 1인 가구가 늘어가고, 세대, 성별, 계층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불통과 단절의 현상이 뚜렷한 오늘날입니다. 관심과 간섭, 독립과 고립을 혼동하다가 외롭게 사는 이들이 늘어갑니다. 그런 가운데 주일마다, 개인이나 공동체의 삶에서 특별한 순간마다, 삶의 다른 모든 시기마다 함께 모여 주님을 만나는 공동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이렇듯 전례는 인간을 홀로 세상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피조물과 함께, 형제자매들과 함께 충만한 관계를 맺는 열린 인간으로’(나는 간절히 바랐다, 33항) 알아보게 합니다. 

또한 전례는 당장 눈앞에 놓인 것에만 매여 ‘그 이상의 것’, ‘더 깊은 차원’에 둔감한 우리 정신을 일깨웁니다. 전례의 상징들은 삼위일체 신비의 헤아릴 수 없는 깊이로 우리를 이끌어주고 성령 안에서 서로를 만나게 하며, 세상 사물들을 존중하고 감사하는 눈길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해와 달아 주님을 찬미하라”(시편 148)는 아름다운 찬미가처럼, 전례를 통해서 모든 피조물들이 함께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불렸음을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충실히 지키는 우리 역할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두 가지 면을 특별히 유의하여 전례의 이 풍성한 은총을 배우고 체험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첫째, 모든 이가 저마다 자신의 특별한 소명에 따라 파스카 신비의 진리에 봉사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맡고 있든, 신앙 교육의 정도가 어떻든, 세례받은 이는 모두 능동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주체입니다.(『복음의 기쁨』, 120항 참조) 그러므로 전 세계 교회가 걷고 있는 ‘함께 가는 길’, 곧 시노드의 여정에 따라 본당과 교구의 전례위원회를 중심으로 더 많은 대화와 참여의 기회를 가집시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아름답고 거룩한 전례를 체험하고 기쁘게 거행하는 방법들을 함께 찾아봅시다. 

둘째, 전례 쇄신을 위한 모든 노력은 전례의 본질과 성령의 활동 아래 있어야 합니다. 예식의 외적인 형식에만 갇히거나, 예식 규정을 세심하게 준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랑에 불타오르는 예수님의 마음과 모든 신자의 마음(나는 간절히 바랐다, 57항 참조)이 맞닿을 수 있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파스카 만찬에 함께 초대받았습니다. 그리스도 전례 거행의 진리에 담긴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저마다 받은 특별한 소명에 따라 파스카 신비의 진리에 봉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 전례의 해 여정을 함께 걸어갑시다. 그리하여 고독과 단절의 어둠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전례와 성사의 은총 안에 사는 ‘기쁨과 희망’의 공동체로 초대합시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2024년 12월 1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 교구장 사목교서는 2025년에 이어 2026년까지 적용됩니다.

 

 

 

[대전교구]

2025~2028 사목교서
성사 은총 안에서 형제 공동체인 교회
복음을 전하며 피조물을 돌보는 교회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8.20)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가지시고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교회는 주님과 함께 주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지상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교회공동체 안에서 구원의 기쁨을 나누며 하느님 나라를 닮은 형제적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갑니다. 그래서 사제들의 사목 계획은 교회공동체 안에서 모든 신자들이 사제와 함께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고 형제적 사랑을 살아가는 데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교회공동체는 본질적으로 복음 선포 공동체입니다. 복음 선포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남겨주신 사명이면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것은 우리의 자발적인 소명이기도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 선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사도 20,24)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

  2028년은 대전교구 설립 80주년이 되는 해이고, 그 한 해 전 202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이 둘 모두 우리에게 은혜로운 시간과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시간을 교구 사제들과 형제자매들이 함께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교구 공동체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모두의 영성생활이 한 걸음 더 성숙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2025년부터 2028년까지를 하나의 시기로 보고 교구민 서로 격려하면서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1. 주일학교 청소년 청년 사목
  매주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계획된 교리를 가르치는 주일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교리교육은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강의식 교리교육으로 일관된 주일학교 운영은 지금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 명 많아야 두 명의 아이가 한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환경에서, 친구 아이들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 시대입니다.
  주일학교 12년을 다니면서 본당 신부님과의 1:1 만남이 전혀 없거나, 본당 신부님의 교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교리 시간을 통한 본당 신부님과의 만남 혹은 짧더라도 신부님과의 1:1 만남과 대화는 아이들에게 상당히 깊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 최근 아이들이 여러 기회에 보여준 반응입니다. 그리고 이런 만남은 사제성소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신학교 입학 면담을 할 경우, 학생들의 70-80%가 본당 신부님으로부터 사제성소를 처음 느꼈다고 대답하기 때문입니다.
  강의식 교리는 1년에 10번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구세사적 흐름(창조, 이집트 탈출, 유배, 유배에서 돌아온 유다인들, 예수님의 탄생, 예수님의 주요 가르침,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성사(특히 성체성사와 고해성사, 성품성사), 기도생활, 한국 교회사(초기 역사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 등), 교회의 몇 성인들 등을 학년 별로 필요한 주제들을 중복하여 배치하면 계획을 잘 세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기도를 몸에 익히도록 도와주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당이라는 공간이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이 교리 시간 이외에도 언제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인격적인 만남과 우정을 쌓아가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노력합시다. 한두 명의 자녀로 자랄 경우 이런 기회는 아이들이 건강한 인성을 기르는 데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할 수 있고, 신앙적인 바탕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간적인 여건이 되는 몇 본당에서 이런 시도를 하여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국에서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을 사목에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방법을 연구하여 신부님들께 제안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당에서 좋은 효과를 내는 사례들을 모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성당이 아이들을 위해 어떤 공간이 되어 주면 좋겠는지 학부모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적당한 직장을 갖는 것은 물론 내 집 마련의 여건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결혼 연령도 늦어지고 이는 출산율 저하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교회가 이런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조건을 주님 안에서 신앙적으로 잘 인내하며 가도록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청년들도 본당 신부님과의 1:1 만남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의 고단함을 하느님과 함께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영적 돌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본당 신부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은 신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은혜로운 시간이 됩니다. 2027년 세계 청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며, 국내외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힘을 얻고 신앙적인 위로를 받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본당에서 신부님과 신자들이 이 점에서 함께 협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평신도 지속양성
  교구에서는 사제 지속양성과 더불어 평신도 지속양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구 평신도지속양성위원회의 논의와 연구를 신부님들에게 제안하겠습니다.
  저는 2025년에서 2028년까지 특히 신자들의 성경공부에 대하여 제안을 드립니다. 최근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 번씩 성경을 필사한 신자들에게 축복장을 드리는데, 매번 10명에서 20명 정도의 신자들에게 축복장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신자들이 말씀에 큰 관심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신자들의 열망이 크다는 것은 이미 교구 시노드 과정을 통해서도 분명히 인식되었습니다.
  성사와 기도와 더불어 말씀은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구 설정 80주년을 맞는 2028년까지 모든 본당에서 신자들과 복음서 가운데 한 권, 바오로 사도 서간 가운데 한 권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를 제안합니다. 마태오 복음서나 루카 복음서 중 한 권 그리고 로마서나 코린토 전서 가운데 한 권을 추천합니다. 이를 위해 말씀사목부에서 신부님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책자를 마련하여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사목부에서는 교구 설정 80주년이 지난 후에도 신자들이 본당에서 꾸준하게 말씀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봉사자 양성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본당 규모에 따라 적어도 1-5명 정도의 봉사자를 양성하여 활용한다면, 본당의 영적 분위기도 성숙되고 신부님들의 사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사회복음화와 사회복지
  교회의 사회복음화 활동은 몇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무분별한 개발, 인명이 존중되지 않는 정책 시행 혹은 정치사회적 비리 등에 대한 복음적 비판과 그에 따른 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계 문제와 같이 전 세계와 더불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복음적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 생태계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교회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생태계 문제에 대한 교육과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운동을 펼쳐왔고, 여러 본당에서 참여하여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이외에도 물자 소비 절약 등 생태계 복원과 관련하여 힘써 주시는 신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당신을 닮은 우리 인간에게 세상을 맡기셨습니다.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이 허무의 지배 아래 든 것은 자의가 아니라 그렇게 하신 분의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로마 8,19-21)
  사도의 이 말씀을 들으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되었듯이, 세상 피조물들은 인간의 손을 통해 구원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느껴져 생태계를 위한 우리의 활동이 더욱 책임감 있게 다가옵니다.
  사회복음화 활동의 또 하나 중요한 분야가 한끼100원나눔운동을 포함하여 본당에서 힘써 주고 계시는 가난한 이웃을 위한 카리타스 활동입니다. 사회복지국에서는 본당에 ‘카리타스 곳간’이라 불릴 작은 공간을 마련하여 신자들이 언제든 적은 먹거리라도 이곳에 모아 이웃과 나누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2022년도에 3천 명의 고독사가 있었음을 생각할 때, 본당 구역 내의 노약자들의 상황을 자주 확인하는 일종의 네트워크와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에 대하여 사회복지국에서 신부님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해 드릴 것입니다. 

4. 소공동체 사목과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
  신부님들이 본당 사목을 맡게 되면 신부님의 달란트로 본당공동체가 많은 영적 유익을 누리게 됩니다. 여기에 본당 사제가 바뀌더라도 지속되고 더 성숙하고 발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교리교사 양성이나 말씀 봉사자 양성 그리고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소공동체 사목 등이 그렇습니다. 소공동체 사목은 신자들이 말씀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보편 사제직을 살아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도록 돕기 위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교구에서는 본당 신부님을 도와 일관성 있게 소공동체 운영을 할 수 있는 촉진팀 양성을 하고 있고, 이미 여러 본당에서 신자들을 선발하여 파견해 주셔서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과 연수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1기 촉진팀 봉사자 양성과 파견이 이루어졌고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신부님들께서 신앙공동체의 복음적인 성숙을 위해 소공동체 촉진팀 양성에 관심을 가지시고, 계속되는 양성 교육에 봉사할 신자들을 선발하여 파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또한 평신도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5.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우리 교구는 2015년 12월 8일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에 대전교구 시노드 개최를 선포하고, 약 3년 반 정도의 시노드 여정을 거쳐 2019년 4월 27일 시노드 폐막미사를 거행했습니다. 그리고 시노드 여정에서 모아진 의견들을 실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마련입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시안을 나누어 드리고 시행하였고 사목평의회에서 계속 논의를 하여 수정, 보완을 거쳐 이제 완결된 회칙을 배포해 드립니다. 물론 이 회칙이 완벽할 수도 없고, 본당 사정에 따라 회칙에 제시된 그대로 본당 구조를 만들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목평의회의 사제·수도자·평신도들이 고민하면서 논의를 거쳐 작성된 것이기에, 사제들과 사목평의회 위원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읽는 것입니다. 이 회칙 안에는 사목평의회의 시노드적 운영을 위한 약간의 새로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번 기회에 신부님들께서 사목평의회 위원들과 정독하는 기회를 갖고, 사목구 운영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 사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칙 뒷부분의 ‘일러두기’를 참조하시면 본당 사정에 맞추어 적용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6. 사제의 직무 수행과 영성 생활
  먼저 사제성소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제 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몇 해 전부터 사제성소의 위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큰 어려움을 겪는 교회를 조금이라도 도울 만큼의 여력은 있습니다. 교황님께서 한국교회가 선교사 파견에 더 힘써 줄 것을 여러 차례 말씀하셨고, 저도 최근 국내외 여러 교구에서 선교사제 파견을 요청받았습니다. 
  신부님들께서 본당 임기 동안 반드시 적어도 한 명의 예비신학생을 발굴한다는 마음으로 성소자를 찾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대부분의 예비신학생들이 어릴 때 함께해 주시던 본당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사제성소를 느꼈다고 합니다.

  교회에 가장 근본이 되는 생명력은 성사 은총입니다. 사제들이 먼저 성사 은총의 수혜자가 되고, 그 은총의 체험을 성사 집전을 통해 신자들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7성사 가운데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는 일상 안에서 항상 주어지는, 마치 음식과 같은 은총의 성사입니다.
  고해성사에 대한 간단한 팜플렛을 신자들에게 나누어드렸습니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고해성사의 뜻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그 은총에 자주 참여하도록 권고하는 의미에서 준비한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로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는 정점에 이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도록 미리 성사로 정해주셨으니 바로 성체성사입니다. 저는 특별히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제의 강론에 대하여 말씀드립니다. 강론은 사제에게 항상 어렵고 거룩한 숙제입니다. 사제는 강론을 준비하면서 이미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리고 강론 안에서 사제는 신자들과 함께 창조하시고 위로하시고 생명을 살리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교리교육이나 인문학적인 유익한 내용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되도록 사제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부탁드립니다.
  새 영세자들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막 세례 받은 신자들이 세속 일에 쫓기다 보면 신앙생활이 성숙되고 습관화되기 전에 쉽게 멀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부모님들께서 본당 신부님과 협력하여 세례를 받고 2년 정도 지나기 전 견진성사 때까지 새 영세자의 미사 참례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운영’이라는 개념이 이제 상당히 보편화되었습니다. 지난 교구 시노드를 진행하면서 초기에 신자들이 신부님들과 한 자리에서 교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런 자리를 갖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당 한마당’을 하면서 신부님 몇 분이 이런 자리를 가끔 가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것도 기억합니다. 
  신부님들께서 사목을 하시면서 신자들과의 소통 시간을 가져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당 5년 임기 가운데 2번 정도, 임기 시작 1년 지난 후 두 번째 해 전반기 그리고 4년째 되는 해 전반기 정도면 신부님의 사목에 좋은 참고가 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과의 이 만남을 이번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에서 ‘본당 사목 총회’로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교구 시노드 당시에 행했던 ‘본당 한마당’ 자료를 정리하여 신부님들께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제공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지구 사제 회합이 사목 계획 및 실천의 공유와 협의의 자리가 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제들 사이에 사목 계획과 실천을 공유하는 것은 사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제들 간의 형제애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사목교서를 바탕으로 세운 사목 계획을 공유하고, 사순 시기, 대림 시기 신자 교육(양성)의 계획을 공유하면서 필요에 따라 함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사제는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독신 생활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교회의 발전과 하느님 백성의 영적 성장을 위하여 살아갑니다. 사제는 세상 안에서 살면서 세상의 많은 유혹과 거리를 두고 복음적 가난을 살아갑니다. 신자 여러분들에게 사제들을 위한 끊임없는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일상의 변화가 참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목교서는 2028년 교구 설정 80주년을 바라보면서 작성했습니다. 그 지향은 하느님 백성인 우리 모두의 영적 생활 그리고 사제들의 직무 수행에서 신자들과의 소통하는 방식 등 비록 작아 보일지라도 일상적인 변화를 찾아보자는 것입니다. 성령의 이끄심과 성모님의 도움을 청합니다. 

2024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마산교구]

 

2026 사목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2026년은 마산교구 설정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키워나가고 새 복음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하여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를 구현하도록 초대받은 은총의 해입니다.

 2025년 10월 9일 레오 14세 교황께서 발표하신 첫 사도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우리 현실을 보고, 그 안에서 구체적인 구원의 길을 찾는 사목적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 권고는 우리가 어떻게 희망의 공동체를 일구어 가야 하는지 구체적 방법을 알려줍니다. 교황은 “주님을 향한 사랑은 가난한 이들을 향한 사랑과 하나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인간적 친절의 문제가 아니라, 계시의 사건입니다. 비천하고 힘없는 이들과의 만남은 역사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방식입니다. 가난한 이들 안에서 그분은 계속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5)라고 하시며 우리와 함께 걸어가는 가난한 이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것을 당부하십니다.

 우리가 이러한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방식’을 견지하게 되면, 가난한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 빈곤자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교회 안팎에서 참여가 제한되고, 그로 인해 존엄과 권리를 침해당한 사람들도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사회 구조에서 배제되거나 문화적·영적으로 소외된 이들까지 포함합니다. 바로 인공지능(AI)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장년과 노인, 이주민과 생태환경이 가난한 이들에 속합니다. 따라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 ‘가톨릭’ 교회가 되기 위한 새로운 사목적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1. 어린이와 청소년 사목
 희망의 공동체는 무엇보다 먼저 AI 시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어린이를 환영하고 돌볼 줄 모르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라고 단언합니다(「최종 문서」 § 61). 주일학교를 위해 봉사와 책임을 맡은 분들은 선교적 잠재력을 지닌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더불어 각 학령기에 맞는 충분한 사목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그 토대를 마련해 간다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생애 가장 순수한 시절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채워나가고, 저마다의 성소를 꽃피울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시성 된 밀레니엄 세대의 첫 성인 카를로 아쿠티스는 그리스도께 사로잡힌 소년이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빛이 되어주는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 안에도 그와 같은 성인의 씨앗이 있습니다. 주일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본당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방식이 무엇인지 찾고, 누구도 사목적 지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특히 주일학교가 없는 본당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한데 모여 신앙을 배우고 그 체험을 나눌 수 있도록 지역, 지구 차원의 연합 공동체 장을 마련해 나가는 일이 시급합니다. 교구는 AI 시대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과 윤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2. ‘청장년’ 사목
 새로운 가난한 이들로 ‘청장년’ 층이 부각 되고 있습니다. 청장년 젊은이들이 직장과 가정, 사회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목적 관심이 절실합니다. 본당 공동체 안에 청장년 젊은이들의 자리를 마련하여, 그들이 조건 없는 사랑과 격려, 인정과 성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 216, 218 참조). 또한 자녀의 신앙 교육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40~50대 부모 세대를 위한 전문적인 조직과 환경을 조성하여 일관성 있는 사목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교구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신앙 교육 및 길잡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주일학교와 가정교회의 신앙이 연계되어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특별히 2027년 8월에는 세계청년대회(WYD) 마산교구 대회가 열립니다.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리는 이 대회에 약 1,000~2,000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 대회는 우리 교구 청년들이 세계 교회 청년들과 친교를 나누고 신앙을 쇄신해 나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굳건한 토대 마련이 절실한데 그 토대는 바로 교구민 모두의 관심과 기도입니다. 홈스테이 가정 및 봉사자 모집, 대회 기금 후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또 다른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방식’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3. 노인 사목
 우리는 성경에서 노년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보호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하느님의 시선에서 노년은 축복과 은총의 시간이며, 노인들은 하느님을 향한 희망의 첫 증인입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외로움과 버림받음에서 해방을 경험하도록 돕는 부르심을 받았습니다”(교황 레오 14세, 「제5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 2025.7.27.). 우리는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존엄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세심한 사목적 돌봄을 실현해야 합니다. 초고령화 시대 노년층을 세분화하여 각 연령대에 따른 맞춤 사목 지침을 마련하고, 본당 현실에 맞는 노인 사목 전담 기능을 보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분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되돌아보고 새로운 영적 여정을 준비하여, 의미 있는 노후와 거룩한 죽음을 맞도록 도와야 합니다. 교구는 노인들이 교회 안에서 따뜻한 예우와 영적 돌봄을 받고, 병원 사목과 연계하여 지역 내 가난하고 병든 이들뿐 아니라 노인 신자들의 영적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본당, 지역, 지구 차원의 연대 방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4. 이주민 사목
 “이주의 경험은 하느님 백성의 역사와 언제나 함께해 왔습니다. … 예수 그리스도 자신도 우리 가운데 ‘낯선 이’로서 사셨습니다. 교회는 어머니처럼 길을 걷는 이들을 동반합니다. … 교회의 복음 선포는 가까이 다가감과 환대의 행동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는 거부당한 이주민 한 사람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우리 공동체의 문을 두드리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 85-86). 이주민은 우리 사회와 교회에서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이중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고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면서도, 언제라도 위협이 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생명을 함께 나눈 우리의 형제자매이며, 본향을 향한 순례를 이어가는 하느님 백성입니다.
 교구는 더 나은 삶의 여건을 찾아 고향 땅을 떠난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정착하도록 이주 사목 역량을 강화하고, 본당 사목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일관된 지침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히 농어촌 지역 이주민이 복음을 접하고 교회의 따뜻한 환대를 느낄 수 있도록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영적 쉼터를 확대할 것입니다. 자국 사제가 교구에서 사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이주민에게 더욱 적합한 방식으로 복음 선포가 이루어지는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5. 생태환경 사목
 지난여름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나라 곳곳이 큰 몸살을 앓았고, 우리 교구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미 임계점에 도달하여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심각한 자연재해를 곳곳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으로 파괴된 자연의 애끓는 통곡이자 부르짖음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교구민 전체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마다의 일상 안에서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도록 교구 생태환경위원회와 본당 생태환경분과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교구는 구체적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물질 중심주의와 버리는 문화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돌보고 가꾸도록 부르심 받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충실하고, 미래 세대가 안정된 삶을 영위해 나가는 터전을 물려줄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
 교구설정 60주년 은총의 해는 어린이에서부터 노인, 이주민과 생태환경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실천적 사랑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가난한 이들을 단순히 사회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들은 우리 ‘가족’의 일부이며, ‘우리 가운데 한 사람’”(『내가 너를 사랑하였다』, § 104)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희망의 공동체를 이룰 때, 시노달리타스는 우리 사목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25년 11월 23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천주교 마산교구장 이성효 리노 주교

 

   

 

[부산교구]

2026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청소년·청년의 해(3) - 선포와 나눔의 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인 젊은이들”이 복음화의 주인공으로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난 2년을 ‘환대와 경청, 배움과 체험의 해’로 보냈습니다. 저는 이제 ‘청소년·청년의 해’ 3년 여정 중 마지막 해를 맞이하여, 지난 2년 동안 함께 나누었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의 마지막 의미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동행하던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과 빵 나눔을 통해 비로소 부활 기쁨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나” 그들의 발을 재촉합니다. 그리고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셨습니다.”라며, 자신의 기쁨을 형제자매들과 기꺼이 나눕니다. 그들은 잃었던 기쁨과 희망을 되찾게 해 준 그때의 경험, 즉 예수님의 환대와 경청의 기억 그리고 말씀의 배움과 성체의 체험을 “타오르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동료인 제자들에게 전하고, 다시 일어나 성령 안에서 새로운 동료인 이방인들에게 달려갑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우리 희망인 청소년·청년 여러분!

그동안 우리가 체험했던 기쁨의 열매를 이제 나눌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올해를 ‘선포와 나눔의 해’로 정하고, 구체적인 방향도 함께 제시합니다.

1. 복음의 기쁨은 먼저 교회 ‘안’에서 선포되고 나눠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복음선포의 핵심은 기쁨”이며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복음선포는 온전한 사랑 고백입니다. 예수님을 만나 기쁨을 체험한 사람들은 필히 복음을 선포합니다. 그들의 마음 안에는 교회 공동체와 즉시 나누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벅참’이 있기 때문입니다.

2. 기쁨과 희망을 안고 교회 ‘밖’, 세상으로 나아갑시다.

말씀을 배우고, 성체를 나누며, 공동체를 이루었던 초대 교회 신자들은 모든 이에게 “호감”을 얻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여러 지체이지만 한 몸으로 서로 사랑했던 그들’은 이후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었습니다.’ 더불어 그들은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기쁨과 희망, 생명과 평화를 세상에 전하였습니다. 우리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한 벅찬 사랑 안에서 자기만의 말과 삶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와 새로운 이웃인 이주민에게도 우리의 복음적 기쁨과 희망이 닿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복음을 기쁨에 넘쳐 선포할 때 세상은 우리를 신뢰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3.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더욱 깊이 배우고 나눕시다.

베드로 사도는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참된 기쁨과 희망에 목말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갈증이 풀릴 수 있도록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는 넘쳐나는 참된 기쁨과 희망을 가지고, 그들에게 “온유하고 공손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한편 가정에서 신앙의 유산을 전달하는 조부모와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에게 ‘하느님의 귀한 선물’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특별히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4. 순교자 정신을 이어갑시다.

저는 “순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에 대한 ‘확신의 결과’이며,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주님께 의지하고 맡겼던 순교자의 믿음을 본받는 것이 신앙의 후손으로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하느님을 떠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순교자처럼 ‘예수 그리스도 현존의 체험’을 통해 이것 또한 이겨낼 수 있습니다.

한편 ‘오륜대 순교자 성지’ 조성을 위해 아낌없는 기도와 후원을 해 주신 교구민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공식 강론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우리 교구의 유일한 순교복자 성지인 이곳이 ‘화해와 치유의 성지’로 성장하길 희망”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도와 참여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교구민 여러분들의 기도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5. 부산교구 젊은이의 날(BYD)과 2027년 세계 청년대회(WYD)를 위해 기도합시다.

우리가 특별히 2년간 젊은이들을 위해 마음을 모은 것은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교회의 젊은이가 ‘교회의 주체이며, 희망’임을 공유하고, 그들의 젊음이 교회에 활력을 되찾게 할 귀한 원동력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구 수호자이신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있을 2026년 10월 4일 ‘부산교구 젊은이의 날’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또한 2027년 7월과 8월에 열리는 ‘세계 청년대회’에도 마음을 모아주십시오. 교구별 전 대회와 서울 본 대회로 이어지는 이번 축제에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승리자 예수님의 기쁨’을 안고 우리를 찾아옵니다. 청년들은 이번 만남을 통해 각자 체험한 신앙 기쁨을 서로 나누고 배움으로써, “세계와 교회를 뒤흔들 큰 에너지”를 지닌 새로운 말씀 선포자가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따뜻한 환대와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앞으로 2년간 이어질 젊은이 축제에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느님 안에서 복음화의 주인공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젊은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우리는 이 목표를 향해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은 끝이 아닙니다. ‘지금의 젊은이’에 이어 ‘내일의 젊은이’가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를 향한 우리의 관심이 끝이 없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저의 젊은 형제자매, 친구들에게도 위로와 희망을 보냅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위대한 꿈이 있지만, 이것이 실현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세상이 여러분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모두 알고 계실 뿐 아니라, 우리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라고 하신 것처럼, 저 또한 따뜻한 사랑을 담아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십시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에게는 교회와 무엇보다 ‘엠마오의 예수님’이 계십니다. 여러분을 위해 성모님,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젊은이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부산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수원교구]

2024년 ~ 2026년 교구장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Ⅰ. 들어가는 말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수년간에 걸친 코로나 감염병 위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점 위에 서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교회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고자 지난 사목교서에서는 ‘일상중심의 신앙실천’과 ‘자기주도적 신앙실천’을 제안하였고, 교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교구는 길었던 코로나 위기를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예전의 상태를 회복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교구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 시련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 2023년은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는 해였습니다. 이 뜻깊은 해를 맞아 우리 교구는 오늘의 복음화 현실을 새롭게 진단하고, 이에 부합하여 교구의 선교 사명을 새롭게 하려는 의도로 지난 2018년 개편된 대리구 제도를 다각적으로 검토하였습니다. 새로운 대리구 제도와 교구 편제가 시행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비대해진 교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친교와 소통을 바탕으로 전 교구민이 능동적으로 교회의 선교 복음화 사명에 참여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인 제도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대리구 제도에 담긴 ‘통합사목’이 현재 보편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 쇄신의 노력과 일맥상통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통합사목은 교회 내 모든 구성원의 ‘유기적 협력’을 그 원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하여 통합사목을 기반으로 지구 중심 사목과 연합 사목이 상호 연속성을 가지고 교구 사목정책의 큰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역량을 모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는 향후 3년간 우리 수원교구의 모든 구성원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몸을 이룬 지체로서 교회의 선교 사명에 각별한 관심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노드 정신에서 영감을 얻는 통합사목을 향해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할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Ⅱ. 통합사목을 위한 기본원리 -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

보편교회는 2021년 10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번 세계주교시노드를 시작하면서, 특별히 미래를 향한 우리의 비전이 시노드적인 교회에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시노드적 교회란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으며 구성원 전체(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교회의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친교로 드러내는 교회를 의미합니다. 친교, 참여, 사명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가 추구하는 중심 가치입니다. 시노달리타스의 기초는 세례받은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1코린 12,27 참조)부여받은 공통된 품위와 사명과 은사를 인정하고 동행하는 데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에서 시노드의 여정 중에 함께 걸어가야 하는 동반자로서 동반자적 인식과 믿음의 부족이 경청의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며 서로에게 경청하고 서로를 신뢰하고 있는지를 묻게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동등한 품위를 지니며, 형제적 친교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선포하는 사명을 함께 수행합니다. 이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평신도가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진리에 봉사하는 데에서 모두가 능동적이며 책임 있는 주체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교회의 모든 활동에서 ‘주인’은 교회를 살게 하시고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게 하시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시는 ‘성령’이시며, 우리는 능동적이고 책임 있는 주체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령의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령께서 이끄시는 여정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 서로 신뢰하고 경청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혐오와 배제의 유혹을 넘어, 우리 안에 존재하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 안에서 일치할 수 있도록 인내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고 다른 한편에는 부족한 것이 있을 때, 많은 것을 가진 쪽에서 부족한 쪽을 채운다면 함께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통합사목의 기본 취지가 시노달리타스에 담긴 교회 쇄신의 의지와 같은 원의(願意)를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울러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정신이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대리구 제도와 교구 편제 개정에 담겨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신에서 교구 내 모든 구성원은 공통된 품위와 사명 안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동반하며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보완하고, 함께 교회 사명에 참여하며 살아가려는 상보상생(相補相生)의 길을 가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의 도움으로 우리는 통합사목의 구체적 실천 원리인 지구 중심 사목과 연합 사목이 공간적인 개념에서 벗어나야 함을, ‘우리 반에서는’ ‘우리 구역끼리’ ‘우리 본당에서만’이라는 생각을 넘어서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여정을 위해 우선 수원교구 내 모든 공동체가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에 앞서 성령의 뜻을 청하고 듣는 기도 시간을 가지고 회의에 임해야 합니다. 교회공동체의 결정이 곧 성령의 뜻을 따르는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사안에 맞는 기도를 선정하고, 교회 구성원들이 같은 지향으로 지속적으로 기도하며, 미사를 통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공동체가 ‘인식하기-해석하기-선택하기’라는 성령의 활동을 식별하기 위한 과정(「복음의 기쁨」 제51항)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인식하기’란, 구체적인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공동체의 성장지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해석하기’란, 영적 체질개선을 위해 공동체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선택하기’란, 성령의 활동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통합사목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의 성장지표는 말씀의 증거생활(μαρτυρία), 축제적인 전례거행(λειτουργία), 이웃섬김(διακονία), 친교생활(κοινωνία)입니다. 친교생활은 앞선 세 가지 지표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됨 없이 서로 고르게 연동하여 상보상생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앞으로 3년간 1년 단위로 교구 구성원 모두가 친교생활을 위해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2024년에는 친교를 위해 일상 속 말씀의 증거생활에(말씀 중심의 일상생활)

2. 2025년에는 친교를 위해 축제적인 전례거행에(전례 중심의 일상생활)

3. 2026년에는 친교를 위해 이웃섬김에(애덕 실천 중심의 일상생활) 집중하기

Ⅲ.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 - 영적 체질개선

통합사목은 영적 체질개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인 영적 체질개선을 위해 지금 우리 공동체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공동체의 고른 성장을 목표로 삼는 통합사목은 그 실행과정에서 유기적 협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성장 조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내부에 여전히 결핍되고 막힌 부분이 있거나 그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균형 잡힌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 채 기존의 편중된, 곧 지금 잘되고 있는 사목에만 집중하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전체적으로 ‘발육 부진’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적 돌봄의 대상이 누구이고 결핍된 요소는 무엇인지(최소치 사목), 나아가 공동체의 고유한 영적 자산을 발굴하고, 유능한 부분을 살릴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 식별할 필요가 있습니다(최대치 사목). 이어서 구성원의 합의와 상호 협력으로 이끄는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리 교구가 결연한 의지로 실천에 옮기려는 통합사목은 한마디로 교회 쇄신 차원에서 신앙의 수많은 유기적 지체들, 예를 들어 소공동체, 본당, 지구, 대리구, 교구로 이루어진 공동체 자신이 결핍된 요소를 스스로 돌보고 성장시킴으로써 공동체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영적 체질개선입니다.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토양을 우리는 복음의 기쁨에서 찾아야 합니다. 복음과 신앙의 핵심은 언제나 기쁨입니다. 말 그대로 복음은 ‘기쁜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하며 맛본 기쁨의 체험은 신앙인 자신을 내적으로 성장하게 하고, 다른 이들과 그 기쁨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복음을 선포하도록 우리를 다그치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2코린 5,14 참조). 진정한 기쁨은 다른 이들과 세상으로 확장되면서 더 깊어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기쁨을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있겠습니까? 복음화라는 사명의 수행은 강요나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대하는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복음의 기쁨」 14항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 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저는 수원교구를 이루고 있는 교회의 모든 지체가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3년간 다음과 같은 사항을 실천할 것을 제안합니다.

1. 2024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최소치 사목 진단하기

2. 2025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수립하기

3. 2026년에는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계획 실천하기

IV. 통합사목의 주요 대상 - 생태적 회개

통합사목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생태’입니다. 통합사목 차원에서 우리는 모두 생태적 회개로 초대되고 있습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함으로써 인류에게 환경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셨습니다. 나아가 교황님께서는 현재의 “생산방식과 소비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들이 더욱 강화될 것”이며 종말이라는 말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함을 경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이제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성장 중심의 가치관을 버리고 생명 중심의 삶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성장 담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태초부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세상의 온갖 것을 다스리도록 부여해 주신 창조질서 보전에 관한 바른 의미를(창세 1,25-26 참조)되새기는 가운데 생태적 회개를 이루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이들과, 가난한 이들같이 공동체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십니다. 기후와 환경의 위기로 가장 먼저 피해를 받고 고통을 당하게 될 사람들은 바로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우리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후 위기에 맞서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일은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려는 마음에 동참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21년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을 시작하며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이 여정에 발맞춰, 생태적 회개를 위해 앞으로 3년간 우리 교구 구성원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기도하며, 본당과 각 기관 그리고 가정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실천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1. 2024년에는 우리 가정, 교회공동체, 사회의 생태 의식의 현주소 진단하기

2. 2025년에는 생태적 회개를 위한 계획 수립하기

3. 2026년에는 생태적 회개를 통한 구체적 실천에 임하기

Ⅴ. 통합사목의 주요 대상 - 청소년

우리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에 참여하는 한국 교회가 대륙별 회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제출한 ‘종합 의견서’에서 이 시대의 청소년들 역시 가난하고 힘없는 여정의 동반자들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우리 교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목정책의 기본틀이 되는 통합사목의 대상에서 청소년들이 그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신앙생활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감소하는 현상을 겪으며 교회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오래전부터 요구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청소년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로써 그들에게 필요한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회가 지난 제15차 세계주교시노드 여정과 그 결실인 교황님의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교회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사목 대상이 아니라 복음선포의 주역임을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그들의 방법으로 복음을 살고 선포하는 주역이 되도록 교회는 그들을 응원하고 동반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3년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37차 세계청년대회 파견 미사에서, 4년 뒤인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아시아, 곧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하셨습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톨릭 신앙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서쪽 끝에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보편된 신앙임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나 홀로 이 신앙을 지키고 살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행하는 이들이 전 세계에 있음을 체험하는 일은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 제38차 세계청년대회는 분명 통합사목을 기조로 청소년들을 향한 사목에 정진하려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기회입니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시간 안에서 청소년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청소년 사목의 실천적인 방향을 제안합니다.

1. 2024년 믿음의 순례자인 청소년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2. 2025년 희망의 순례자인 청소년들의 걸음에 동행하기

3. 2026년 사랑의 순례자인 청소년들 각자의 성소 식별을 통한 사랑의 여정에 함께하기

Ⅵ. 나오는 말

우리 앞에는 교회 내의 많은 문제와 예상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이겨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시노달리타스를 기본원리로 하는 통합사목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동반자로 인식하고 인내로써 경청하며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식별하는 일에서 통합사목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 사는 기쁨과 매력을 전하려는 노력은 통합사목의 실천 원리인 영적 체질개선을 위한 토양이 될 것입니다.

수원교구의 모든 하느님 백성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기쁨을 깊이 체험하기를 바라며 성령께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요한 14,26 참조).

저는 사목교서를 마치며 교구민 모두에게 우리 교구의 복음화를 위하여 자비로우신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기를, 그리고 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시길 당부드립니다.


교구 복음화를 위한 기도

○ 만민의 임금이신 주님,
죽음으로 진리를 증언한 선조들을 통하여
이 땅에 구원의 빛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교구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오니
저희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내로써 경청하고,
성령님의 인도에 따라 식별하면서 동행하게 하소서.
또한 통합사목을 통해서 청소년 신앙과 생태적 회심을
실현하는 교구가 되게 하소서.

◎ 이제 저희도 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아
힘차게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되어
온 민족의 복음화를 이루게 하소서.
또한,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인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아멘.

○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에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안동교구]

2026 사목교서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갑시다.”
-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 -

 

 


하느님께서 맡기신 여정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 몇 해 동안 통합 생태적 교회를 위해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창조 질서 안에서 회심을 실천하고, 하느님께서 맡기신 생명과 피조물을 돌보는 문화를 키워 왔습니다. 또한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며, 청년들과 함께 교회의 미래를 꿈꾸고 세대 간의 신앙적 연대를 새롭게 일구는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두 여정은 단순한 일회적 과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 교구가 계속 이어가야 할 근본적인 사목의 방향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 두 여정 - 생태적 회심과 세대의 연대 - 은 서로 다른 길이 아니라, 관계의 회심이라는 한 뿌리에서 자라난 길입니다. 하느님과 피조물, 세대와 세대, 이웃과 이웃이 서로 존중하고 연결될 때, 그곳에서 교회는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오늘의 교회 현실 속에서

한편, 오늘 우리 교구는 새로운 도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이탈, 중간 세대의 피로감, 예비자 감소는 우리 교구가 직면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사회 구조의 변화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교회에조차 자주 침투하는 개인주의 문화와 사람들의 심화된 고립감”과 같은 시대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신앙은 점점 공동체적 체험보다는 개인의 내면적 영역에 머물게 되었고, 서로를 지탱하던 신앙적 유대와 연대가 느슨해졌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이웃과의 관계, 피조물과의 관계까지도 단절되고 있습니다. 신앙이 ‘함께 걷는 여정’이 아니라 ‘혼자 가는 선택’으로 머물 때, 교회는 자연히 생명력과 따뜻함을 잃게 됩니다. 결국 신자 감소와 세대의 단절은 단순한 수치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관계의 약화에서 비롯된 신앙의 쇠퇴를 드러내는 징표가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교회가 깊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며, 교회의 존재 방식 자체를 다시 묻게 하는 지점입니다.

현실 앞에서 우리가 식별하는 길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교회가 어디에서 다시 힘을 얻고, 어떻게 복음의 생명력을 회복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묻게 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겉으로 드러난 변화만으로 설명되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지탱하던 신앙적 연대가 약해지면서 나타난 징표로 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활성화나 제도적 보완이 아니라, 신앙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입니다. 이러한 성찰 안에서 교회는 우리에게 분명한 빛을 비추어 줍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2021년-2024년)의 여정은 교회의 생명력이 관계 안에서 자라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오늘의 교회가 관계를 새롭게 하는 자리에서 출발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 교구가 걸어온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역시 하느님, 이웃, 그리고 피조물과의 관계 안에서 존중과 공감, 돌봄을 회복하자는 초대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 흐름은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방향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우리 신앙의 생활이 관계 안에서 새로워져야 함을 보여 줍니다. 그러므로 2026년, 우리 교구는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회복하는 자리에서 사목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자 합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를 깊게 하고, 서로의 삶을 지탱하며, 피조물과 조화를 이루는 움직임 안에서 교회는 다시 생명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 속에서 본당과 여러 공동체가 걸어가는 모든 사목이 새롭게 정돈되기를 바라며, 우리의 일상적 만남과 작은 실천이 복음의 기쁨을 드러내는 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교회의 생명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최종문서 49항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교회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교회 구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관계들이다.” 그리고 50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덧붙입니다. “시노드 교회가 되려면 관계의 진정한 회심이 필요하다.” 이 두 문장은 오늘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교회의 쇄신은 제도나 형식의 변화보다 관계의 쇄신에서 시작됩니다. 교회의 생명은 조직이나 구조의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맺는 관계, 이웃과 나누는 관계, 그리고 피조물과 이어지는 관계 안에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관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때, 교회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복음의 공동체가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공감과 돌봄으로 관계를 회복할 때, 교회는 세상 안에서 복음의 향기를 다시 품게 됩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특별사목교서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제11항 역시 이 길을 분명히 제시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며, 보살피지 못하고, 함께 걸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면 과감히 회개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2026년 우리 교구는 바로 이러한 가르침에 응답하며 복음적 관계의 회복, 곧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관계의 회심이란

‘관계의 회심’은 하느님을 새롭게 만남으로써 삶의 모든 관계가 복음 안에서 다시 세워지는 변화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이 그 모범입니다.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길에서 주님께서는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 하고 바오로를 부르셨습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상처 입히던 이들의 고통이 곧 주님의 아픔임을 깨닫고,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롭게 열리는 은총을 체험합니다. 이 은총의 만남은 바오로가 사람을 보는 눈과 교회를 향한 마음 전체를 바꾸어, 그를 박해자에서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바오로의 회심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새로워질 때, 이웃과 공동체와의 관계 역시 새로워진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이며, 그 은총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방식으로 서로를 만나고,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보여 주신 관계의 방식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을 드러내신 방식은 우리에게 복음적 관계의 기준을 제시하며, 그것은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다가감입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먼저 다가오시는 분이십니다. 죄의 어두움 속에서도 아담을 부르시고(창세 3,9), 말씀이 사람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요한 1,14). 시노드 최종문서 50항도 “관계를 돌보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과 성령 안에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신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먼저 다가가는 사랑은 관계의 첫걸음이며, 교회 역시 이 하느님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경청입니다.
하느님은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탈출 2,24), 예수님께서는 “경청하시지 않거나 대화를 시작하시지 않고서는 아무도 그냥 보내시지 않[으셨습니다].”(51항). 그분은 만나는 이들의 필요와 믿음에 귀 기울이셨습니다. 우리 또한 이웃의 말뿐 아니라, 그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일 때 하느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방식에 동참하게 됩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무르고 공감하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셋째, 돌봄입니다.
하느님은 광야에서 “사람이 제 아들을 업고 다니듯”(신명 1,31) 당신 백성을 이끄시고, “독수리 날개에 태워”(탈출 19,4) 데려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고 하시며 돌봄이란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임을 보여 주셨습니다. 시노드 최종문서 111항에서 교회는 “익명의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고 형제적 관계를 맺게 하도록 부르심[받았고,] 이를 위하여… 사목의 새로운 형태들을 탐구하고 구체적인 돌봄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합니다. 돌봄은 시혜를 넘어선 함께 짊어지는 사랑이며, 이웃의 상처와 짐을 함께 나누는 행위입니다.

하느님을 닮는 교회 ― 사목의 근본적 변화

교회가 하느님을 닮을 때, 사목의 방향도 근본적으로 새로워집니다. 이 변화는 거대한 개혁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만남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배우는 일상적 회심입니다. 사목은 더 이상 ‘관리의 구조’에 머물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걸으셨듯이, 사목도 함께 걷는 동반의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단순히 행사를 조직하는 공간이 아니라, 만남과 친교의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우선되고, 일정보다 관계가 먼저 세워질 때, 그 안에서 복음은 자연스럽게 살아납니다. 그리고 완벽한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한 번 더 인사하고, 한 번 더 찾아가며, 한 번 더 위로하는 그 순간, 복음은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회심의 실제이며, 교회를 새롭게 하는 가장 깊은 사목적 변화입니다.

안동교구의 실천 방향

2026년, 우리 교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방식 그대로 다가가고, 경청하며, 돌보는 삶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본당은 ‘만남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본당은 신앙생활의 중심일 뿐 아니라, 누구나 와서 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되어야 합니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초대하고 위로하는 열린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사제는 ‘동반자이자 위로자’로서의 사명을 새롭게 인식해야 합니다. 신자들의 삶 속에 발을 담그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속에 함께 머무는 사제, 하느님의 마음으로 다가가고 경청하며 위로하는 사제가 될 때, 교회는 목자의 향기를 다시 느끼게 될 것입니다.
평신도는 ‘서로의 벗’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교회는 성직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평신도의 공동체입니다. 서로의 짐을 나누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작은 일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벗들이 많아질 때, 교회는 한층 더 따뜻하고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관계의 회심은 교회가 새롭게 존재하는 방식 자체입니다. 하느님께서 가까이 오셨듯이, 우리도 서로에게 다가갑시다. 하느님께서 귀 기울이셨듯이, 우리도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합시다. 하느님께서 품으셨듯이, 우리도 서로를 품읍시다. 그 길 위에서 교회는 다시 살아 움직이며, 복음의 기쁨이 우리의 얼굴과 삶 안에 드러날 것입니다.

‘관계의 회심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걸으며 복음을 살아갑시다!”

2025년 11월 30일(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원주교구]

2026 사목교서
‘가정의 해’

“너는 행복하여라. 너는 복이 있어라.
네 집 안방에는 아내가 풍성한 포도나무 같고,
네 밥상 둘레에는 아들들이 올리브 나무 햇순들 같구나.”(시편 128,1-6)

 

 

+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수도자, 사제 여러분!

저는 올해를 ‘가정의 해’로 선포합니다. 예수님은 첫 기적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행하셨습니다.(요한 2,11 참조) 혼인을 축복하신 것입니다. 혼인으로 비롯되는 가정은 작은 교회이며,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은 사랑의 학교입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습니다. 가정의 평화가 모든 것을 이루는 그 시작이라는 뜻입니다. 행복한 본당 공동체의 기준은 본당에 소속된 행복한 가정들입니다. 그런 가정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 있습니다. 가정의 기둥은 부부입니다. 부부 사랑은 가정에 행복을 피어나게 합니다. 행복한 가정이 걸어가면 세상의 평화가 뒤를 따릅니다. 그리스도교 가정은 세상의 평화, 인류의 행복이라는 중대한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정의 행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합니다. 결혼하는 남녀들 대부분이 ‘결혼’ 준비는 하지 않고, ‘결혼식’ 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식장, 음식업체 선정, 초대 손님들의 규모, 사진 촬영, 혼수 등에 관심을 보입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행복한 결혼과 가정을 위하여 혼인 교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을 안내하며, 결혼의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창조주께서 처음부터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남자는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됩니다. 따라서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으로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마태 19,4-6 참조)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를 대상으로 ‘선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결혼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행복한 가정을 위한 M.E(메리지 엔카운터)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M.E의 대.성.기.공(대화, 부부행위. 기도. 공동체)은 작은 일에도 상처를 입기 쉬운 부부들이 더욱더 사랑하며 살아 가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행복한 가정의 중요한 요소로서 아버지의 역할을 잘하기 위한 ‘아버지 학교’와 어머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어머니 학교’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작은 몸짓이지만 이러한 모임들은 행복한 가정을 위해 소중한 것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의 많은 사회 문제들이 가정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회적 범죄가 가정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날마다 매스컴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미 성경이 그러한 상황을 알려줍니다. 아담과 하와의 갈등(창세 3,11-13참조)은 카인과 아벨의 형제 싸움으로 이어지고(창세 4,8 이하 참조), 이러한 가정의 분열은 노아의 홍수(창세 6,13 이하 참조), 그리고 마침내 바벨탑 사건(창세 11,1-9 참조)이라는 사회적 갈등에 이르게 됩니다.

한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사랑으로 대화하고 문제를 함께 풀어갈 때, 또 부모가 자녀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자녀들이 부모에게 효도할 때 일치가 됩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이 훌륭한 모범이 됩니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순종으로 응답했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지혜와 용기에 있어서도 탁월하였습니다. 함께 한 아들의 십자가의 길에서 어머니로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용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엘리사벳을 찾았던 먼 길의 여행에서도 태교와 출산을 준비하기 위한 치밀함과 지혜와 용기를 볼 수 있습니다.(루카 1,39-56 참조) 12살 소년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파스카 축제를 위해 다녀오는 길에 잃어버렸을 때, 사흘 동안 나자렛과 예루살렘 사이의 그 길을 오가며 찾아 헤맸던 마리아의 모습에서도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읽을 수 있습니다.(루카 2,41-50 참조) 무엇보다 마리아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믿음을 지니셨고(루카 1,36-38), 하느님이 베푸신 자비를 기억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그리워하였습니다.(루카 1,46-56 참조)

성 요셉은 마리아에게는 훌륭한 남편이었습니다. 침묵의 성인이십니다. 자신과 무관한 약혼자의 임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남몰래 파혼하였습니다.(마태 1,19 참조) 천사의 메시지를 신뢰하며, 헤로데로부터 위험을 겪게 되는 마리아와 그의 아이를 위해 기꺼이 보호자로 나섰으며(마태 2,13-14) 가난한 목수 일로 그들을 부양했습니다. 진정으로 마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성 요셉은 예수님에게 비록 양부였지만, 훌륭한 아버지였습니다. 훗날 예수님은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소개하셨습니다.(마태 6,9) 성 요셉이 예수님에게 좋은 아버지였다는 체험에서 비롯되었음에 틀림없습니다.

예수님 역시 행복한 가정의 요소로서 효도의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루카 2,51) 예사롭게 지나칠 수 없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였습니다. ‘코르반’(마르 7,11 참조)으로 부모에게 드려야 할 공양을 회피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질책하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도 어머니 마리아를 사랑하는 제자에게 부탁하는 일을 잊지 않았습니다.(요한 19,27 참조)

이러한 가정의 일치와 서로의 사랑은 본당 공동체가 하나가 되는데 중요한 밑바탕이 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 세 요소가 하나의 일치를 이루는 모델은 나아가 가정과 본당과 사회 세 요소가 일치를 이루는 중요한 모델이 됩니다. 가정이나, 본당이나 사회 공동체가 일치를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모델은 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입니다.

우리는 남북이 하나가 되고자 소원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 공동체, 본당 공동체가 하나되고 일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가정이 일치하기를 바라고, 우리 부부가 하나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염원하는 것은 바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우리를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우리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가 되고 일치할 수 있는지 삼위일체의 신비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려는 철학적, 이성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면서, 그분을 대화 상대자로 대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역사적 체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교리입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입니다.”(요한 10,30) 아버지에 대한 철저한 예수님의 사랑에서 비롯합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나무는 하나가 되기 위해서 못이 필요합니다. 종이는 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닮아야 할 목표로서의 삼위일체 하느님, 곧 성부, 성자, 성령이 사랑으로 하나를 이루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수학으로, 과학으로, 인간의 지혜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 믿음 안에서 느낄 수 있을 뿐입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사랑 안에서만 헤아릴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어내신 뜻이 그렇기 때문에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 안에서, 그 사랑으로만 일치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무엇보다도 우리 가정 안에서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신앙의 가정은 그 하느님의 삼위일체의 신비를 드러내야 합니다.

원주교구의 모든 교우들과 수도자와 사제들에게 삼위일체 하느님 사랑의 은총을 빕니다.

2025년 12월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의정부교구]

2026년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 교서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찬미 예수님!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고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지난 5월 8일, 새 교황으로 선출되신 레오 14세께서는 첫 번째 교황 강복을 하시기 전에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인사하셨습니다. 평화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건네신 첫인사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에 스며들어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 그리고 온 세상에 전해지기를 기원합니다.

1. 저는 2025년 사목 교서에서 ‘미사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으로 서로 친교를 나누고 이웃에게 선교하며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를 향하여’라는 사목 지침으로 7년의 신앙 여정을 함께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여정의 첫해에는 주님과 만나는 기쁨을 체험하기 위해 성경을 부지런히 읽고 묵상하면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고자 노력했습니다. 주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기쁨을 찾는 신앙 여정을 함께 걸어오신 모든 사제, 수도자, 신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계속해서 그 기쁨을 누리면서,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라고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은 7년 신앙 여정의 두 번째 해입니다. 이 한 해 동안에는 특별히 기도와 성가를 통해 주님의 손길을 느끼는 기쁨을 맛보도록 노력합시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면서 주님을 찬양하는 가운데 그분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가 기도하고 찬양할 때에, ‘단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라고 약속하신 바로 그분께서 현존”(<전례 헌장> 7항)하시기 때문 입니다.

교회는 그 시작부터 기도를 통해 주님 능력의 손길을 체험했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사도들은 성모님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고(사도 1,14 참조), 그런 그들에게 오순절에 성령께서 오셨습니다(사도 2,1-3 참조). 성령 강림으로 시작된 예루살렘의 첫 신자 공동체 역시 기도에 전념하였고, 그런 가운데 주님께서는 사도들을 통해 이적과 표징을 보여주셨습니다(사도 2,42-43 참조).

2. 교회는 기도하는 공동체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기도하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셨고(마태 6,9-15 참조), 몸소 밤늦게 홀로 한적한 곳에서, 때로는 이른 아침 제자들이 아직 잠자고 있을 때 홀로 기도하셨습니다. 열두 사도를 뽑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시고는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루카 6,12 참조)하셨습니다. 마지막에는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고(루카 22,39-44 참조), 이 기도의 힘으로 성부의 뜻에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주님이 기도하셨으니, 그분을 믿고 따르는 이들도 당연히 기도해야 합니다. 물이 수도관을 통해 전해지듯이 주님 사랑의 손길도 기도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 집니다. 기도는 감정이나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좋든 싫든 기쁘든 슬프든 의지적으로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루카 18,1-8 참조)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우리 한국 순교자들이 바로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그들은 사제가 없거나 부족해서 성사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매우 적었지만, 충실히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 등을 바치면서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이렇듯 꾸준한 기도를 통해 주님을 가까이 체험했기에, 그분 가르침대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살다가 그분께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분들처럼 성실히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을 만나 더욱 굳건하게 믿고 희망하며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그분의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3.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입니다. 그래서 기도 중에 우리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그분께 아뢸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각자의 처지에서 하느님께 청원과 탄원,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치는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개인으로든, 공동체로든 상황에 맞게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기도를 바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보다 나의 뜻에 더 매달려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교회가 마련한 기도문은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기도를 배우도록 이끌어줍니다.

교회의 공식 기도문은 온 교회와 각 사람이 하느님을 만나는 가운데 형성된 것입니다. 교회는 이 기도문을 통해서 우리가 자기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하느님과 이웃에게 자신을 개방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교회는 공적 기도문을 기도서와 전례서에 수록해 놓았습니다. 때로는 글로 고정된 기도나 미사 중에 반복되는 기도문이 따분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목숨 바쳐서 지킨 참된 신앙과 지혜가 배어 있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공식 기도문에 맛들이도록 더욱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4. 기도와 성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성가 가사는 그 자체로 훌륭한 기도문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은 두 번 기도하는 것이다.”라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씀처럼 성가는 기도가 마음 깊은 곳까지 이르도록 도와줍니다. 감동을 주는 성가는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온전히 집중하게 해주고 그분의 현존을 가깝게 느끼게 해줍니다. 또한, 전례 중에 함께 부르는 성가는 신자들의 마음을 모아 공동체 의식을 더욱 굳건하게 해줍니다. 각 본당에서는 미사, 무엇보다도 주일 미사 때 성가를 통해 신자들이 주님을 가깝게 느끼고 서로 한마음이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고 노력해 주십시오.

미사에서 기도와 성가를 통해서 신자들이 주님 사랑의 손길을 체험하면서 서로 마음으로 더욱 가까워진다면, 이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는 데에 좋은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내적으로 사랑의 주님과 일치하여 서로에게 그분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이 생길 때, 외적으로 시노드 교회, 곧 다양한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화합을 이루는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친교는 주님과의 친교에서 힘을 얻어야 가능합니다.

2026년 한 해 동안 우리 의정부교구의 모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특별히 젊은이들이 기도와 성가에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길어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그 기쁨에서 힘을 얻어 서로를 위하고 아끼면서, 마음과 뜻이 하나가 되는 친교의 교회 공동체를 향해 함께 걸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의정부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5년 11월 30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손 희 송 베네딕토 주교

 

 

 

 

[인천교구]

2026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환대하는 공동체의 해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루카 14,2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5년 희망의 희년을 마무리하며, 우리 모두 하느님을 향한 희망으로 가득 찬 순례자이기를 기원합니다. 이 지상 여정의 순례는 하느님을 향한 길이기에, 하느님을 만날 것이라는 희망 안에서 믿음을 늘 새롭게 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하느님의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선교사 없이 평신도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는 전 세계 그 어떤 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사건입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이 신앙을 받아들인 모습은 하느님을 향한 열린 마음과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모든 것을 내어 맡긴 인간 본성의 놀라운 예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축복을 받았기에, 한국 천주교회는 모진 박해와 고난에도 모든 교회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축복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것은 2027년 세계청년대회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만 개최되던 세계청년대회가 지금까지의 관례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다종교 국가이자,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과 우리 교회에 내려주시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열린 마음으로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내어 맡겨 축복과 은총의 시간을 열었듯, 우리도 세계청년대회의 준비 과정에 마음을 활짝 열어 하느님이 주시는 은총을 충만히 받아 누리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계청년대회는 크게 환대, 순례와 만남 그리고 선교라는 주제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환대’는 준비하는 과정을, ‘순례와 만남’은 청년대회 동안에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선교’는 청년대회 이후 뒤따라야 할 우리 삶의 증거를 뜻합니다. 이러한 주제들을 볼 때, 세계청년대회는 단순히 청년들만을 위한 시간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준비 과정과 본 행사 기간, 그리고 대회 이후의 시간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은 교리교육적 주제들과 모든 신자의 신앙 쇄신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앞으로 3년간 우리 교구는 세계청년대회의 주제어들에 집중하며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함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영적 쇄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할 것입니다.

특별히 세계청년대회의 첫 번째 주제어 ‘환대’는 올 한 해 교구 모든 구성원이 함께 묵상하고 실천해야 할 내용입니다. 여기서 환대는 단순히 손님을 맞이하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태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환대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과 자비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신앙의 자세입니다. 이는 봉사와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나며, 관대함과 포용으로 나타납니다. 아브라함이 떡갈나무 아래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모신 것(창세 18,1-15)처럼, 환대는 마음을 열고 신앙의 눈으로 하느님을 맞아들이는 것이며(히브 13,1-2 참조), 모든 이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마태 25,35; 마태 18,5 참조). 모든 이들을 환대하셨던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환대는 복음의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환대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맞이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하며, 진정한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 한 해 우리 모든 교회 구성원이 깊이 묵상할 ‘환대’는 개인적 신앙을 넘어 우리 각자의 마음을 열고 모든 이들에게 다가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무관심, 분열과 갈등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병리적 현상들에 공동책임을 느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과 연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다음 여러 분야의 환대를 생각하며 이를 삶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신앙 안에서의 환대 : 각자의 마음에 주님을 진심으로 모실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를 보냅시다.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을 우리 마음 안에 환대합시다.
가정 안에서의 환대 : 가정은 환대를 배우는 첫 번째 장소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가치를 존중하고,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환대하고 받아들이는 대화와 경청의 가정 문화를 만들어 봅시다. 특별히 이를 통해 세대 간, 가족 간의 신앙 교류로 한 발짝 더 다가갑시다.
본당 공동체에서의 환대 : 차가운 이미지의 본당 공동체에서 벗어나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납시다. 처음 성당에 온 미신자들로부터, 냉담자들,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 나아가 본당 단체들 사이의 신앙 교류를 통해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 봅시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한 환대 :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면서,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위한 환대의 장소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공간적 개념을 넘어 이들 스스로가 청년 사목의 주체임을 느끼게 해 주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 구성원이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합시다.
사회를 향한 환대 : 진정한 환대의 대상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 안에 존재합니다. 소외된 이들, 가난한 이들 그리고 법적인 보호의 울타리 밖에 놓인 사람들과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족, 장애인 등, 우리의 환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 활짝 마음을 엽시다.
타 종교인들을 위한 환대 : 세계청년대회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파, 나아가 타 종교들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환대의 지평을 넓혀가야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도 ‘다름’보다는 서로의 공통된 가치를 찾아나가는 대화의 여정을 만들어 봅시다.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이 여정은 행사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형제로 받아들이는 신앙을 쇄신하는 과정입니다.
‘시노달리타스’의 정신에 따라 서로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모든 이들이 하느님 안에 하나이지만 서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고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세계청년대회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환대’를 깊이 묵상하면서 올 한 해 “문 앞에서 서서 문을 두드리고”(묵시 3,20) 계시는 주님께 환대의 문을 활짝 여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전주교구]

2026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
-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가정 복음화 -

 

 

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 2024년 향후 3년 동안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가정 복음화’에 초점을 맞추어 사목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해(2024년)에는 ‘사랑을 실천하는 가정’에 역점을 두었고, 두 번째 해(2025년)에는 ‘생명에 봉사하는 가정’에 주력했습니다. 지난 두 해 동안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찾고 발견하려고 노력하신 모든 교우에게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늘 바라보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혼인과 가정 안에서 사랑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고, 나아가 그 열매로서 생명에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해인 올해(2026년)에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정’에 마음을 함께 모읍시다.


2.
우리 인간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먼저 혼인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지난 2024년 사목교서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으며, 그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습니다(창세 1,27 참조). 곧 인간이 서로를 위해 존재하도록, 서로 인격적으로 일치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의도에 따라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하나를 이루는 일이 혼인이며, 이 혼인을 통해 사랑 안에서 일치된 인격 공동체가 바로 가정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계획에서 혼인과 가정의 본질적 역할은 사랑으로 규정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처음부터 서로 사랑하도록 인간을 창조하셨고1), 이 사랑의 소명이 바로 혼인과 가정의 형태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랑은 혼인과 가정의 “내적 원리, 영원한 원동력, 최종적 목표”입니다. “사랑이 없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 없이는 가정이 살아 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가 없습니다”(「가정 공동체」, 18항).

여기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말미암아 비로소 가정 공동체가 형성됨을 알 수 있습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내어주는 사랑은 부부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 곧 내밀한 친교에 이르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친교를 통하여 태어나는 자녀들은 부부 사랑의 열매로서 서로에게 선물이 될 뿐만 아니라, 부부가 이루는 하나의 ‘우리’ 곧 가정 공동체를 더욱 견고하게 합니다. 말하자면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 친교를 풍요롭게 하고 심화시켜 줍니다”(「가정교서」, 7항).

나아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가 이루는 이 가정 공동체는 하느님 생명의 신비인 삼위일체 신비 안에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서로 영원한 사랑을 나누시며 신적인 ‘우리’를 이루십니다. 이 신적인 ‘우리’는 성부와 성자 사이의 사랑에서 발하시는 성령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2) 따라서 인간적 ‘우리’인 가정 공동체는 영원한 사랑으로 친교를 나누시며 신적인 ‘우리’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에서 비롯됩니다(「가정교서」, 8항; 「사랑의 기쁨」, 11항 참조). 그러므로 가정 공동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이루시는 일치의 모습을 일상생활에서 항상 생생하게 드러내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3.
그런데 하느님께서 의도하셨던 이러한 혼인과 가정은 인간의 죄로 인해 방해를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 자신을 내어주어야 하는 데도, 도리어 간혹 서로를 비난하고 지배하려고 합니다. 이로써 부부의 일치는 갈등을 넘어 “불화와 탐욕, 부정과 질투, 증오와 결별”(「가톨릭교회 교리서」, 1606항) 등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연하는 극심한 개인주의도 “가정의 구성원들을 고립된 개체로 간주해 버림”(「사랑의 기쁨」, 33항)으로써 가정의 유대를 왜곡하고, 가정 공동체의 결속을 크게 약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우리는 출산을 기피하는 정서와 널리 퍼진 피임 정책도 크나큰 우려와 함께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부 사랑의 열매인 자녀는 특히 부부의 결합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정 공동체에 대한 이러한 위협 외에, 아예 가정을 꾸리는 일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실제로 혼자 살거나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까닭을 우리는 구체적으로 열거할 수 있습니다.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관념의 영향, 다른 부부의 실패를 보며 그 실패를 피하려는 바람, 매우 중요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단순히 동거하는 것만으로도 얻어지는 사회적 기회와 경제적 이익, 사랑에 대한 순전히 감정적이고 낭만적인 개념, 자신의 자유와 독립을 포기하여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사랑의 기쁨」, 40항)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혼인을 꺼리고 부부의 결속이 약화되면, 사회는 커다란 혼란에 빠집니다. “부부 일치는 가정의 더 폭넓은 일치, 부모와 자녀, 형제와 자매, 친척과 가족의 다른 성원과의 일치를 이루는 기초”(「가정 공동체」, 21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부부의 위기는 가정을 불안정하게 만들며, 별거와 이혼으로 개인과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켜 어른과 아이,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사랑의 기쁨」, 41항). 그리고 개인의 성숙, 공동체 가치의 함양, 도시와 국가의 도덕적 발달에도 위협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혼인의 진정한 가치를 증진하고, 부부가 더욱 풍요로운 일치를 향하여 진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4.
이제 가정을 그야말로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 가꾸는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봅시다. 먼저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서 ‘기도’를 들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20 참조)는 주님의 말씀대로, 기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기도하는 가정에 함께 머무르시어, 그 가정 구성원들의 사랑을 정화하시고 완전하게 하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또한 “당신 성령을 통하여 부부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힘을 주시고, 그들의 삶 전체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스며들게 하십니다”(「사랑의 기쁨」, 67항). 따라서 우리는 기도를 통하여 인간적 결점과 한계를 넘어 부부의 사랑과 일치를 굳게 다질 수 있고, 가정 공동체를 성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각 가정의 일상생활에서 기도를 규칙적인 습관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특히 “파탄의 위협에 직면한 가정을 위하여, 가족들과 함께 바치는 가정기도”(「가정교서」, 11항)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둘째는 ‘대화’입니다. “대화는 혼인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표현하며 키워나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특별한 방법입니다”(「사랑의 기쁨」, 136항). 이러한 대화를 위해서는 소중한 시간을 내야 하고, 상대방의 모든 말을 인내하며 주의 깊게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자는 자신의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의 고통, 실망, 두려움, 분노, 희망과 꿈을 알아주고 있음을 느끼고 싶어”(「사랑의 기쁨」, 137항)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대방을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깊은 고민을 이해하며 그러한 고민들을 출발점으로 하여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사랑의 기쁨」, 138항). 아울러 알찬 대화를 위해서는 말할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독서와 자기 성찰, 기도, 주변 세상에 대한 개방성 등이 이에 큰 도움이 됩니다.

가정 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마지막 세 번째 방안은 ‘열린 마음’입니다. 열린 마음이란 자신의 좁은 생각과 견해에 집착하지 않고 생각과 견해를 넓히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나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을 결합하여 새로운 종합에 이르는 마음입니다. 사실 우리가 추구하는 “일치는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 안의 일치’, 또는 ‘조화로운 다양성’입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풍요로워진 형제적 공동체 안에서는 차이가 공존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며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모든 이의 행복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개성과 특성을 유지합니다”(「사랑의 기쁨」, 139항).

각자의 생각만이 아니라 개성과 특성까지 인정하는 이러한 열린 마음은 “부부가 서로 다르며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사랑의 기쁨」, 155항)는 중요한 진리를 새삼 상기시킵니다. 이 진리가 잊힐 때 상대방의 고유성과 빼앗길 수 없는 존엄을 짓밟고, 상대방을 지배할 위험이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지니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되어 존재할 때,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가정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사실 가정 공동체의 원형인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도 온전한 일치를 이루면서도 그 안에 구분이 있습니다. 곧 삼위일체 안에 아버지다움과 아들다움과 사랑이신 성령이 있습니다(「사랑의 기쁨」, 11항 참조).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또한 자신의 고유성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일은 참된 가정 공동체 형성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가정 공동체 안에서 아버지다움과 어머니다움, 그리고 자녀다움이 끊임없이 성찰되고 실현되어야 합니다(「사랑의 기쁨」, 172-177항 참조).


5.
이렇게 우리 가정을 참된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 가꾸고, 나아가 교회와 사회 공동체 형성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자신과 가정이 복음적으로 쇄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느님 중심으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중심적인 삶이 우리 가정에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난 2년 동안 실천해온 구체적인 사항들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 구체적 실천 사항 -

첫째, 매월 마지막 주일에는 모든 본당에서 가정 성화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이때 가족 구성원들이 되도록 같은 미사에 함께 참여하여 서로를 위해 기도합시다.

둘째, 지구나 본당 차원에서 혼인과 가정 그리고 사랑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특히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부부 사랑과 가정 공동체 형성’에 대해 빼어나게 설명하고 있는 ‘제4장 혼인의 사랑’을 꼭 읽고 묵상합시다.

셋째, 각 가정은 ‘가정교회’를 이루기 위해 가정기도를 바칩시다.
옛 전통을 되살려 아침저녁으로, 아니면 적어도 저녁에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정하여 기도를 함께 바칩시다. 그리고 가정기도 후에는 부부가 서로, 또 부모가 자녀에게 안수기도를 합시다. 이때뿐 아니라 삶의 중요한 계기마다 서로에게 축복해주는 안수기도는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를 한층 깊게 할 것입니다.

넷째, 가족 간의 대화를 자주 나눕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합시다. 이러한 경청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대화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가정 공동체, 더 나아가 본당 공동체에서는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극 실천합시다.

다섯째, 첫영성체 교리 때 되도록 부모와 함께하는 ‘가정교리’를 활용합시다.
가정교리는 “가정은 교회처럼 복음이 전달되는 곳이요 거기서 복음이 빛나는 곳”(교황 바오로 6세)이라는 교회의 이상을 잘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째, 오늘날 젊은이는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를 환대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한편,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공식 기도문을 미사 전·후에 바칩시다.

일곱째, 가족이 함께 교구의 성지들을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훌륭한 신앙을 본받읍시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극심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순교자들이 보여주신 모범처럼 하느님을 우리 삶의 첫째로 모십시다.

여덟째, 가정사목국이 가정의 성화를 위해 연례적으로 주관하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합시다.
이 프로그램과 행사는 특히 생애 주기별로 계획된 것으로서 가정교회를 이루는 데 아주 유익합니다. 아울러 이 사목교서의 ‘부록’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 여러 실천 사항을 꼭 살펴보시고 각자의 상황에 알맞게 자발적으로 활용합시다.

아홉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이 기도 운동은 한국천주교회의 모든 교구가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밤 9시 기도에 가정의 성화를 위해서도 지향을 두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후손들을 위한 “우리의 공동의 집”(「찬미받으소서」, 1항)인 ‘지구’를 살리고 피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영성을 실천합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교구의 ‘생태환경위원회’와 함께 기도하고 행동하되, 가정에서부터 실천하며 함께 노력합시다.

2026년 한 해 동안, 우리가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증진하여 공동체 형성에 봉사함으로써 새로운 가정 복음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저와 여러분을 통해 이 땅에 참된 공동체의 문화가 꽃피우기를 빕니다.

2025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제주교구]

2026 사목교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

 

 

우리는 지금 시노달리타스의 여정 안에서 본격적인 ‘이행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청과 대화, 식별의 단계를 거쳐 이제는 함께 실천하는 교회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시노달리타스는 더 이상 대화와 경청의 단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실천과 증언’으로 새롭게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한마디로 소외된 사람 없이 모두가 함께 숨 쉬는 포용과 연대, 함께 빛을 나누는 평화의 소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2027년에는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우리는 앞으로 2년간의 준비 속에 교회의 희망인 젊은이들을 특별히 생각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삶과 신앙 여정에 있어 교회가 무엇을 실천해야 할 것인지 성찰하려 합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불안정한 경제, 관계의 단절,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 안에는 정의와 평화, 생명과 연대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전임 교종이신 프란치스코께서는 젊은이들을 가리켜 “복음의 증인”(Christus Vivit, 175항)이라 부르시며, 교회가 그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제주 공동체 역시, 젊은이들을 향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그들과의 동행에 발맞춰야 할 때입니다. 따라서 제주교구는 2026년도 사목 방향을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평화의 소공동체’로 정하고 이 시대의 신앙공동체가 젊은 세대와 함께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일구어가는 새로운 모형임을 선언하고자 합니다. 그 안에서 교회는 일방적인 가르침의 주체가 아니라, 서로 배우며 성장하는 ‘친교와 경청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하는 것입니다.

젊은이는 단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교회입니다. 그들의 생생한 언어와 감수성 안에 성령께서 새롭게 일하십니다. 우리 교회는 젊은이들과 함께 걷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들이 신앙 안에서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젊은 교회 안에서 ‘함께 있음’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제주교구는 오랫동안 소공동체의 사목을 우선적인 내용으로 해왔습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소공동체 재활성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씀을 가장 첫 자리에 두는 가운데 젊은이와 가정, 어르신과 이주민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는 ‘세대 통합적 소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의 사목적 역할을 확대하여 디지털 시대의 선교적 역량을 개발해야 합니다. 여기엔 젊은이들이 예술과 미디어, 음악과 문화 활동 속에서 신앙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오늘의 젊은이는 더욱더 영적 갈증이 크기에 영적 동반과 식별의 여정을 교육하고 교회 공동체의 일꾼으로 양성되어야 합니다.

한편, 우리 교회가 평화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먼저 신앙 선조들이 걸으셨던 평화의 길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한국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가 밀알처럼 뿌려진 곳에 세워졌습니다. 우리는 항상 순교자의 후손으로서 소명을 되새겨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말씀의 힘으로 평화를 위해 용기 있게 증언하고 서로를 위한 위로를 함께 나눔으로써 박해와 폭력의 시대를 이겨냈습니다. 그들의 순교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 불의와 무관심의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용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말하기보다, 먼저 평화를 살아내야 합니다. 제주 공동체는 4·3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그 기억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을 통해 치유로 나아가며 용서와 화해의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교회의 모든 활동은 개인의 구원을 넘어 정치와 경제, 문화와 생태, 가정과 사회의 모든 영역 안에서 ‘공동선의 영성’을 실천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부름 받은 평화의 길입니다. 오늘날 세상은 폭력보다 소통을, 경쟁보다 협력을, 두려움보다 희망을 필요로 합니다. 교회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평화의 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둘러보면, 가정의 해체와 생명 경시, 기후 위기, 사회적 양극화, 이주민과 약자에 대한 배제, 세대 간의 단절로 암울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 어둠 속에서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함께 걸어가는 새로운 형태의 평화 실천입니다.

평화 실천은 우선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가정은 생명의 요람이며, 가정교회의 첫 교실입니다. 모든 가정이 기도와 말씀, 사랑이 중심이 되어 자녀들에게 생명 존중의 문화를 전하도록 돕고, 상처받은 가정이 치유와 화해의 공동체 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목적 돌봄을 강화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생태적 회심과 지속 가능한 제주의 현실을 돌보는 일입니다. 지구의 온난화와 함께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현실입니다. 제주의 자연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창조의 선물이며, 그 생명 질서를 보전하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입니다. 특히 개발과 보존, 경제와 생태의 균형 속에서 공동선을 모색하는 대화와 협력의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주민 및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역시 중요합니다. 제주는 다양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섬입니다.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을 품는 것은 곧 복음의 가르침인 ‘환대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이주민 사목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해 참된 형제애를 드러내야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은 교회의 두 날개입니다. 젊은이는 미래의 희망이며, 노인은 지혜와 믿음의 뿌리입니다. 교회는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신앙과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배우고, 노인들이 젊은이의 열정과 새로움 안에서 기쁨을 되찾는 세대 간의 친교 공동체를 지향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본당과 기관은 세대 통합적 프로그램과 돌봄 사목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주 공동체는 병과 외로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얼굴을 드러내는 이들을 ‘은총의 증인’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노인 요양 시설, 재가 돌봄, 병자 영성체, 고통 중의 위로 사목 등 모든 돌봄은 복음의 현장입니다. 이곳에서 봉사자와 신자들은 하느님의 자비를 ‘손의 언어’로, ‘눈빛의 언어’로 전해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존재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참된 의미가 드러납니다.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주변인이 아니라 중심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몸소 거하시는 자리가 됩니다. 교회는 항상 가난한 이들을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 물질적 가난뿐 아니라, 관계의 단절, 마음의 외로움, 사회적 배제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가난’까지 함께 껴안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황님들이 말씀하신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친구”라 부르시며(요한 15,15), 함께 걷는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젊은이들과 교회가 함께 걸어갈 때, 우리는 서로에게 친구가 되고, 세상 안에서 평화의 증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한국 교회 상황에서, 순교자들의 신앙과 제주 4·3의 아픈 기억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 줍니다. 바로 평화는 기억과 화해, 연대 속에서 자라난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이러한 역사와 신앙을 배우고, 자기 삶 안에서 평화를 이뤄나갈 때, 교회의 미래는 희망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오늘도 성령께서 우리를 이끌어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를 살아가는 공동체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드러내는 희망의 교회로 세워주시길 기도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어둠을 탓하기보다 그 속에서 빛을 밝히는 사람들로 부름 받았습니다. 젊은이와 노인, 가난한 이와 병든 이, 모든 이들이 함께 손을 맞잡는 평화의 공동체야말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세상 안에서 빛나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우리에게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우리는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의 소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 길에서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희망의 순례자”로서, 젊은이와 어른, 사제와 수도자, 모든 교우가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갑시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구의 모든 젊은이들을 주님의 은총에 맡기며, 성모 마리아께 그들의 삶과 꿈을 의탁합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는 이 시간 안에, 우리 모두가 젊은이들과 함께 평화의 증언자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 가정과 공동체 위에 늘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2026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창우 비오

 

 

 

[청주교구]

하느님께 대한 희망으로 살아가는 ‘젊은’ 교구 공동체의 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교구를 한없는 사랑으로 돌보아 주신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또한 거센 풍랑이 몰아치는 듯한 불안한 세상 속에서 변함없이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주님의 뜻에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신자 여러분과 가정에 하느님의 풍성한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 교구는, 혹독했던 환난과 박해의 고통 그리고 암흑과 같은 절망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 사랑으로 복음을 살았던 신앙 선조들, 특별히 최양업 신부님의 모범을 배우고 따르며 우리 교구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찾았습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2026년은 하느님 안에서 참된 희망을 찾고, 새롭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1년 앞으로 다가온 세계 청년 대회를 준비하며, 신앙의 보화를 새로운 세대와 나누고 전할 준비를 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1. 희망이 필요한 세상

희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내일을 향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희망은 동기를 부여하며 우리를 이끌고 움직이게 합니다. 희망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생명력과 활력을 일깨웁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살이에서 희망을 품고 사는 일은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희망이 사라진 현실은 젊은 세대가 더 이상 가정을 이루려고도, 자녀를 출산하려고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미래 세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거라는 희망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인류 생존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은 모든 것을 효용성 혹은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하고, 사람마저도 능력과 성과로만 평가합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압박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희망의 적인 두려움은 “확고한 신뢰에서 우려로, 평온에서 불안으로, 확신에서 주저와 의심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세상 속에 낙심과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태도가 넘치게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1항 참조). 이러한 불안과 걱정은 전쟁, 질병, 이상 기후와 같이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로부터 자양분을 얻습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이 우리 현실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불안은 우리를 무기력과 우울감이라는 궁지로 내몰아 경직되게 하고 지배합니다.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기 안전만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며 “자기 안에 갇혀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게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사람을 향한 무관심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불만족만으로 표출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39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 참조).

이처럼 희망이 사라진 세상은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희망을 되살려야 합니다. 세상은 희망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희망의 하느님”께 손을 내밀고, 참된 희망을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필요로 합니다.

2. 그리스도인의 희망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그리스도의 약속을 신뢰하며. 우리 자신의 힘을 믿지 않고” 성령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도움으로,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는 “향주덕(向主德)”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817항 참조). 이 희망은 무모한 낙관주의나 거짓된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희망은 결코 현세만을 위한 희망이 아니라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입니다(1코린 15,19 참조). 이 희망은 “사랑과 믿음에 뿌리를 둔 확신”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절대 잊지 않으시고, 약속하신 바를 충실히 지키시는 분이라는 확신입니다(교황 프란치스코, 38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 참조).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약속에 성실하신 하느님께 대한 희망은 결코 우리를 속이거나 실망하게 하지 않습니다(히브 10,23 참조).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오는 희망은 성부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보여주신 사랑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창에 찔리신 예수 성심에서 솟아 나오는 사랑에 토대를 둡니다. 이 희망은 근본적으로 성령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총의 선물입니다(로마 15,13 참조). 성령께서는 하느님 백성이 걸어가는 삶의 여정에 현존하시며 “희망의 빛으로 모든 믿는 이를 밝혀주십니다.” 성령께서는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하느님 자녀들의 삶을 지탱하고 활력을 주는 희망의 불이 우리 안에 타오르도록 돌보아 주십니다(교황 프란치스코,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3항 참조).

우리가 겪게 되는 비참한 현실은 희망을 포기하도록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삶에 찾아오는 슬픔과 어려움은 사랑을 살아가려는 이들을 절망하게 하기도 합니다. 성경 속의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불안과 절망을 겪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희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바알 예언자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하였지만,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을 겪습니다. 그는 절망 속에서 부르짖으며 자신을 돌보아 주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다시 희망 속에 하느님의 뜻을 살아갔습니다(1열왕 18-19장 참조). 또한 하느님의 뜻에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답하신 성모 마리아는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아픔을 겪으시면서도 아드님의 십자가 길을 함께 걸으셨고, 부활의 증인으로 교회와 함께하심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도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절망에 맞서서 살아갑시다(로마 8,18-25 참조).

3. 희망으로 구원의 기쁜 소식을 살아가는 ‘젊은’ 공동체

우리 믿음의 핵심이자 희망의 기초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모든 것의 마지막처럼 보이는 죽음 앞에서도, 믿음의 자녀인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하여 “어둠을 가르는 빛”을 봅니다. 그래서 어떤 고난과 절망이 찾아와도,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키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다시 일어납니다. 성령의 힘으로, 우리는 희망의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를 늘 새롭게 살아갑니다(로마 15,13 참조). 이처럼 살아계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희망이시고, 가장 아름다운 젊음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하시며 새로운 힘과 희망을 주십니다(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1-2항 참조). 이 희망은 ‘나’ 자신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희망입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 “하느님께 열린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교황 베네딕도 16세,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 34항 참조). 그리고 우리가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새롭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며,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교회는 젊습니다. 하느님 말씀과 성찬례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과 그분 성령의 도움을 통하여 새로운 힘을 얻는 교회는 젊음이 약동합니다. 그러므로 젊은 교회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자신을 거듭 새롭게 하고, 새로운 승리를 위하여 다시 출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메시지 참조).

특별히, 2027년에는 세계 청년 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오늘날 희망을 잃어버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한 전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무기력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희망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희망을 회복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교회 공동체 안에 젊은이들을 기쁘게 맞이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낼 수 있게 격려해야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을 쉽게 단정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존중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받아들여야 합니다(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243항 참조). 이처럼 세계 청년 대회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젊은이들이 다시 교회 안에서 희망의 징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희망이 선사하는 새로움과 젊음을 우리 모두 안에서 새롭게 찾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어둠의 골짜기에서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빛나는 샛별’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걸어가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희망의 빛이 타오르게 하십니다. 인내와 확신으로 희망의 순례길을 걸어가신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서 우리도 희망을 굳건히 간직하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나아갑시다.

2025년 11월 30일
대림 제 1주일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춘천교구]

사목교서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두 번째 후속 권고
성체와 가난

 

 


1. 함께 걷는 여정의 지속

지난 2년, 말씀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시작과 함께 사목 교서를 발표하고 이어진 후속 권고를 통해, 주님의 부당한 종인 저는 춘천교구 하느님 백성들과 영적으로 하나 되어 평화를 이루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 여정에 함께한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지금 우리가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은 신앙인의 역할과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도 서로 경청과 참여 그리고 친교를 이루는 우리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요한 13,1)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던 ‘말씀’ 의 삶은 끝없는 사랑의 삶이었습니다. 그 사랑의 삶은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인 성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그분의 구원 여정은 성체성사 안에서 완성되며, 교회는 이를 미사성제의 거행으로 공동체 안에서 지속하고 있습니다.

2. 말씀살기 - 성체성사를 사는 삶

우리가 거행하는 미사성제는 ‘말씀의 전례’ 와 ‘성찬의 전례’ 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말씀이시며 동시에 성체이신 예수님을 동일하게 기념하기에, 이 두 전례의 본질은 긴밀히 이어져 있습니다. 말씀살기의 여정은 곧 성체성사를 사는 이들이 얻어 누리는 은총입니다. 또한 말씀살기의 여정은 성체에 대한 공경과 일치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념이나 느낌이 아니라 살아계시는 인격이십니다. 따라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룩한 미사 거행과 신심 활동, 성체 강복과 현시 그리고 성체 조배 등은 인격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이어야 할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 5,3)

3. 찬미받으소서 여정 - 소박한 삶으로 가난의 영성 회복

말씀과 성체를 사는 삶은 주변 이웃을 포함하여 모든 피조물과 함께 걷는 구체적인 여정이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라 마음[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해 말합니다. 여기에서의 마음은 하느님께서 아담에게 불어 넣으신 생명의 숨결(창세 2,7)이며, 우리의 가장 내밀한 영적인 차원을 가리킵니다. 곧 마음으로 가난한 이들은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왔음을 고백하며, 자신의 작음과 나약함을 온 존재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생명을 주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며 감사와 기쁨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고도화된 기술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며, 기술력과 경제력에 모든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자연의 주인도 될 수 있다는 교만함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공동의 집’ 인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렇게 죽음을 향해 내달리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우리 신앙인들이 먼저 회개와 반성으로 생명의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신앙인들은 깊은 곳으로부터 가난한 존재임을 깨달아 겸손한 자세로 생태적 영성을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힘조차도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는 절망과 무력감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십자가입니다. 하느님 백성은 구원으로 이끄는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을 찬미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희망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삶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고귀한 숨결이 함께 합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기꺼이 소박함을 선택하고 불편함을 감수합시다. 우리 삶의 회심을 통한 이웃과 병든 자연을 위해 당당히 이 시대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찬미받으소서’ 여정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걷는 가난의 삶이 말씀과 성체로 힘을 얻고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합니다.

춘천교구의 주보인 예수 성심이여! 저희 마음이 당신을 닮게 하소서.

2023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
춘천주교 김주영 시몬


 

 

  

[군종교구]

2026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

 

 

    찬미예수님!
    교회 전례력으로 새해 첫날인 대림 제1주일(가해)을 맞이하여, 군종교구민 여러분께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6년은 군종교구 ‘7성사 여정’의 다섯 번째 해로, 교구 사목표어를 “‘작은 가정교회’를 이루는 혼인성사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4년 동안, 성체성사(2022년), 세례성사(2023년), 고해성사(2024년), 그리고 견진성사(2025년)를 묵상하며 신앙의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혼인성사를 묵상하는 2026년에는 사랑의 보금자리인 가정이 더욱 성화되고, 장병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님 안에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시며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게 하셨습니다.(창세 1,26;2,24) 이렇게 하느님께서 제정하신 성사인 혼인은 그 자체로 지극히 숭고합니다.
    이러한 혼인의 본질은 ‘불가해소성’과 ‘단일성’ 안에서 드러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부부의 일치는 혼인성사를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강화되고 정화되며 완성된다.’(1644항)고 언급합니다. 또한 혼인은 단지 외적인 결합만이 아니라, 날마다 각자의 희생을 통해 서로를 내어주는 신비로운 일치의 과정입니다. 이러한 결합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것과 같은 사랑 안에서 이루어집니다.(에페 5,25 참조)
    예로부터 부부의 결합을 ‘천생연분’ 즉, 하늘이 정하여 준 인연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이라 표현한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그분이 나의 배우자를 안배해 주시고 사랑의 결실로 자녀를 선물로 허락하신 것입니다. 이 얼마나 숭고하고 은혜로운 일입니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혼인성사를 통하여 이룩된 가정은 생명을 잉태하고 신앙을 전수하는 ‘작은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아버지는 하느님의 자비로움을, 어머니는 성모님의 자상함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대가족 제도의 아름다움 속에 최소 2~3세대가 함께 모여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륜을 전수 받으며, 부모님의 사랑 속에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였습니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빈곤하였지만, 가족의 따스함은 모든 부족함을 채워주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핵가족,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해 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모는 가정 안에서 신앙의 본보기가 되고,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는 문화가 회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신명 5,16)


    병사들이 머무는 군대 역시, 또 하나의 가정입니다. 부대 안에서 지휘관이 아버지의 역할을 하고, 주임원사는 자상한 어머니로서 병사들을 보살핍니다.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품위 있고, 온기 가득한 병영이 될 때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이 제대 후에, 가정과 사회 그리고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재력, 학력,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 자체는 소중하며,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부모의 내리사랑과 자녀의 존경과 효성의 마음이 합쳐질 때, 성가정의 기초는 튼튼해집니다. 병사 여러분도 머지않아 좋은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러면 너는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주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탈출20,12)는 말씀을 마음에 잘 새기며 살아 가시기 바랍니다.

2026년도, 사목지침을 위한 실천 사항을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1. 혼인장애로 성사 생활이 제한된 가정을 위한 ‘성사혼/관면혼’ 거행.
    우리 주위에 보면, ‘쉬는 신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주일을 몇 번 거르다가 한동안 성당을 등진 경우도 있고, 성사혼이나 관면혼을 받지 못하여 ‘혼인장애’에 해당된 경우도 있습니다. 동료, 이웃 가운데 ‘혼인장애’로 성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분들을 성당으로 인도하고, 본당신부님들은 이분들을 위해 정성껏 성사를 집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외짝 교우 가정의 비신자 배우자를 위한 ‘교리교육/세례성사’ 거행.
    주일미사에 신자인 가족을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분들을 가끔 목격합니다. 본당신부님들은 이분들을 독려하여 교리교육과 세례성사를 베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손을 잡고 성당에 나오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3. 혼인의 의미와 부부의 사랑을 돈독하게 하는 ‘합동 혼인 갱신식’ 거행.
    매 주일 가족이 함께 성당에 나오거나, 주말에만 방문하는 부부를 위해서 ‘합동 혼인 갱신식’을 거행하기를 권고합니다. 시기는 교구장의 사목방문 때나 본당별 날짜를 정하여 거행하시면 좋겠습니다. 서로 묵주반지를 끼워주며, 부부애와 가정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갱신 예식 중에 교구장 명의의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할 계획입니다.

    4. 온 가족이 매달 첫 주일 교중미사에 참례하며 ‘가정미사 봉헌’.
    각 본당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정미사를 봉헌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자들은 적은 액수라도 미사 봉헌을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가정미사 중에는 부부가 독서를 봉독하고, 자녀들이 복사를 서면 은혜가 더욱 충만할 것입니다.

    5. 온 가족이 모여 매일 저녁 8시 50분, ‘저녁기도/축복받기’.
    예전에 군종교구는 저녁 8시 50분에 가족이 모여 저녁기도를 바치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기도가 끝나는 9시에, 교구장 주교와 사제들이 신자들을 위하여 정성껏 십자가를 그으며 ‘강복’을 드립니다. 병사들도 9시가 되면 잠시 멈추고 강복을 청하도록 합시다.

    6. 병사: 한 주간에 한 번 이상, ‘부모님께 안부 전하기’. (전화/문자)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애정도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으니, 가끔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거나 문자를 남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녀의 전화를 받으시는 부모님은 얼마나 행복해하실까요?

    7. 제대 후, 결혼할 때 성당에서 ‘혼인성사’ 하기/ ‘자녀 출산’ 장려.
    미래의 불투명함 속에 생존경쟁은 치열해지고 취업도 점점 어렵습니다. 때문에 가정을 이루기 주저하거나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저는 매 주일 본당을 방문할 때 세 자녀 이상 가정에 ‘다자녀 축복장’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자녀 가정에 더 풍성한 축복을 주십니다. 축복장을 수여할 때 이를 바라보는 병사의 눈길은 따스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병사들도 혼인할 때 성당에서 혼인성사도 하고, 자녀들의 축복도 풍성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군종교구민 여러분!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힘내어 새해를 살아갑시다. 2026년 새해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생명과 축복의 시간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일치하고 생활관의 전우들이 서로 사랑하면, 사회가 밝아지고 세상이 더욱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혼인성사로 인한 하느님의 크신 축복이 여러분 가정과 부대에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티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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