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02. 심장이 뛰는 시간 / 임신 5–8주 / 대림 2주)
하느님의 숨이 들어오는 순간
#만삭낙태법반대 #회개의길 #생명의숨 #새로운박동
임신 5주차,
태아의 가슴에서 첫 박동이 시작된다.
분당 100-120회.
엄마의 심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작은 심장이 쿵쿵 뛴다.
아직 완전한 심장도 아니다.
그저 근육 세포 몇 개가 모여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것뿐.
판막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네 개의 방으로 나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불완전한 박동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 순간부터 태아는
'존재하는 것'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건너간다.
외부에서 주어지기만 하던 생명이
이제 자기 안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리듬을 갖는다.
하느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고 하셨을 때,
그 숨이 심장을 뛰게 한 것처럼.
태아의 첫 박동은 단순한 근육 수축이 아니라,
하느님의 숨이 들어온 순간이다.
이제 이 작은 존재는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살아있는 생명이 된다.
같은 시기, 어머니의 몸에는 입덧이 시작된다.
메스꺼움이 밀려오고, 냄새가 견딜 수 없이 예민해지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토하고, 물조차 마시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진다.
어머니의 몸이 '나'만의 몸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다.
내 안에 다른 생명의 숨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 몸은 이 새로운 숨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통 재배치된다.
호르몬이 바뀌고, 면역 체계가 조정되고, 소화 기관이 민감해진다.
불편하다. 때론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이 불편함은 거부 반응이 아니라 수용의 과정이다.
내 몸이 새로운 생명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익숙했던 균형이 깨지고, 편안했던 상태가 흔들리고,
나만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이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자라난다.
입덧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은 "하느님의 생명이 진짜로 내 안에 들어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오늘 복음에서 광야에서 외치는 요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우리는 살면서 점점 하느님의 숨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스스로 통제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살아남는다.
내 힘으로, 내 방식대로, 내 뜻대로.
그러다 보면 어느새 숨이 얕아지고, 영혼이 질식한다.
히브리어로 회개(תְּשׁוּבָה, 테슈바)는 '돌아가다'는 뜻이다.
본래의 자리,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
돌아간다는 말은,
오래 참았던 숨을 다시 깊이 들이마시는 것과도 닮아 있다.
하느님 없이 살던 우리는 서서히 질식해왔다.
회개는 그 막힌 숨통을 여는 것,
생명의 숨을 다시 들이마시는 것이 아닐까.
다시 들이마시는 숨으로
내 안에 '다른 생명'—하느님의 영—을 받아들이는 것.
그 생명이 내 안에서 자라도록 내 전체를 재배치하는 것.
임신부가 입덧으로 고통스러울 때,
그녀의 몸은 거부하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받아들이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회개의 불편함도 그렇다.
하느님의 영이 내 안에 들어올 때,
내 안의 모든 것이 재배치되어야 한다.
익숙했던 생각들이 흔들리고, 편했던 습관들이 불편해지고,
나만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가 쌓아온 균형이 깨지고, 안전하게 지켜온 경계들이 허물어진다.
이것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생명이 진짜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다.
대림 2주일, 나는 조용히 묻는다.
"내 안에서 하느님의 숨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가?"
태아가 첫 박동을 시작하듯,
우리의 영혼도 다시 뛰기 시작할 수 있다.
하느님을 향해, 사랑을 향해, 나답게 되는 길을 향해.
그 박동은 불완전하고, 때로 불규칙하고, 아직 온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한 심장이 되기 전에 먼저 뛰기 시작하는 태아처럼,
우리도 완벽해지기 전에 먼저 하느님의 숨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 숨이 들어올 때의 불편함을,
모든 것이 재배치되는 혼란을,
입덧처럼 견디며 받아들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불편함 너머에 새로운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회개는 나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숨으로 다시 나를 찾는 일이다.
작은 이의 기도
주님,
제 안에 당신의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소서.
제 안의 모든 것이 재배치되는 불편함을
새 생명을 받아들이는 입덧처럼 견디게 하소서.
저만의 리듬,
당신께서 제게만 주신 고유한 박동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하소서.
완벽해지기 전에 먼저 뛰는 작은 심장처럼
제 영혼도 당신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하게 하소서.
아멘.
Today’s Word
"회개는 하느님의 숨을 다시 깊이 들이마시는 것이다." by 서하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