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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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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간 목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 마르 6,7-13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를 위해 열 두 제자를 둘씩 짝지어 파견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시는 권고가 각 본당에 둘씩 짝지어 파견되는 저희 사제들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에 오늘은 강론보다 사제로써 자기반성을 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둘씩 짝지어 가라고 하십니다. 그건 사목생활이 혼자 하긴 버겁고 또 외로우니 서로 기대고 의지하라는 뜻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사제단이 먼저 참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라는 뜻입니다. 수많은 양떼를 이끌어가는 사목자로써, 사랑과 존중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관계를 맺는 모범을 보여주라는 것이겠지요. 본당에서 주임신부와 부주임 신부의 관계가 좋지 않으면 용서하라는, 서로 사랑하라는 복음선포의 힘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먼저 사제단이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고 그 일치를 중심으로 하여 본당 공동체 구성원 전체가 일치되도록 잘 이끌라고 하시는 겁니다.
둘째,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에게 있어 지팡이는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치유하며 마귀를 쫓아낼 권한을 주님께로부터 위임받았다는 표징이지요. 오늘날 본당 신부들에게는 아마 ‘영대’가 그 표징이 될텐데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다. 재물을 더 가지려고 욕심 부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건 주님께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만 그리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그런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지요. 또한 탐욕이 내 눈을 가리고 걱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으면 신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돌볼 수 없으니 조심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탐욕과 걱정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이들을 돌보려면 먼저 내 안에서 그것들을 비워내야 합니다. 내가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잔잔한 물이 되어야 신자분들이 자기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집 저집으로 옮겨다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철새가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처럼 나와 마음이 잘 맞는 신자, 나에게 잘 대해주는 신자들을 찾아 다니면 양들을 보살피고 이끄는 목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편애나 차별이 내 관심의 울타리 밖에 머무는 신자들에게는 실망이 되고 상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꾼이 주는 대로 음식을 먹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나에게 이끌어주시는대로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공평하게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넷째, 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내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라고 하십니다. 주님의 너른 마음을 닮아야 할 사제가 옹졸하고 뒤끝 있는 것만큼 꼴불견이 또 없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과 입장이 다르기에, 내가 옳은 것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그른 것 싫은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요. 그런 점 때문에 심지어 구세주마저 배척하며 십자가에 못 박았던 것이 바로 나약한 인간입니다. 그러니 사목자로써 옳다고 판단하여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신자들이 있어도, 신자들을 향한 사랑과 배려로 한 일이 오해를 사거나 반대에 부딪혀도 의기소침해지지 말라고 하십니다. 혹여 그 과정에서 서운함, 미움, 슬픔, 원망처럼 내 영혼에 시커먼 때를 묻히는 먼지 같은 감정들이 생기면 용서와 사랑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다는 철저한 자기 성찰로 깔끔하게 털어내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마음에 사랑과 자비만 남기고 계속 가라고 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가르침들을 마음 깊이 새기고 이곳 목3동에서의 삶을 잘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다음 임지에서는 더 나은 사제, 더 성숙한 사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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