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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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의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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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hime0530] 쪽지 캡슐

2008-05-19 ㅣ No.120550

내겐 돌아가신 1896년생 데레사할머니가 계시다..
 
벌써 20년이넘었으니 그때가 86이셨던가...
 
625이후에 부산으로 피난갔다가 그곳에서 외삼촌한분을 결혼시키며
 
그 사돈어른으로 인해 처음 성당에 가셨다한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전 병자성사를 받으셔서 도마라는 세례명을 받으셨고
 
두분모두 제삿날엔 천주교식으로 지내고 있는데...
 
열심한 신자도 있고 무늬만신자도 있는 그런집안이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한십여년동안은 우리집에 자주오셔서 내방에서 함께 기거를 했는데
 
이유인즉 아들이 여섯이나 되어도 홀로된 어머니를 모실 아들이 없었다
 
말년에 천덕꾸러기가 된 할머니는 하얀 보따리를싸서
 
이집저집으로 떠돌게 되셨는데 그 보따리안에는 옥양목버선2-3개와 속곳
 
겨울엔 내복한벌...그리고 기도서 한권과 맨위에 묵주가 들어있는 손지갑이 놓여있었다...
 
한참 잠속에서 헤메는 새벽녁에 어김없이 일어나 앉으셔서 벽을 등에 지고
 
묵주신공을 드리셨다
 
손때묻은 20단묵주...그 십자가에 입맞추며 시작하셨던 그모습..
 
 꿈속에서 들리던 웅얼웅얼하던 할머니의 기도소리..
 
이런저런 걱정과 고통과 한을 기도로 들이쉬고 내쉬고...
 
묵주기도 끝엔 꼭 고백기도를 빼지 않으셨다..
 
~~~~~~~~내탓이요 내탓이요 내큰탓이로 소이~~~다아~~
 
어린 나는 속으로 "할머니는 뭔죄를 저리 매일 짓는것일까...?"
 
궁금하기도 한심하기도 했다
 
고기를 무척 좋아하셨는데 금요일에는 한끼 금식과 금육을 철저히 지키셨다
 
그날만큼은 아무리 맛난것을 드려도 절대 침묵하시며 입을 꼬옥 다물고 기도만 드리셨다
 
.......
.......
.......
세월이 지나
 
장년이 되어 가톨릭교회를 들어서게 되고..
 
처음 레지오 마리에 주회에 참석하던 그날...
 
어설프고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서 성모상 앞에 서서 묵주기도를 드리는데
 
 상상일까...환상일까...
 
외할머니와 성모님이 함께 떠올려 졌다
 
그순간 잊혀졌던 할머니의 모습과 자애롭고  아름다우신 성모님..
 
두분이 환하게 나를 맞아주시는듯 포근함을 느꼈다
 
"나의 부름에 응답해 주어서 고맙다....."
 
"잘왔다..고맙다...착하다..."
 
그렇게 성당생활을 하게 되었다..
 
말년에 보따리싸서 다니던 아들부자집 할머님은 돌아가셔도 여전히 외로우실까
 
작년엔 친정어머니의 꿈에 할머니가 오셔서 큰소리로 원망을 하셨다고 한다
 
"내가 배가 이리 고픈데 너희는 뭐하고 있냐...밥을 언제 줄거냐...!!"
 
꿈에서 깨어보니 할머니 제삿날이 3일남았다고 나에게 전화를 해오셨다..
 
"엄마.. 성당에서 연미사를 드릴테니 걱정마세요.."
 
돌아가셔도  진심으로 기억해주고 영원한 안식을 빌어주는 후손이 없었을까..
 
그많은 직계자손은 다 뭐하고 내가 그분의 연미사를 챙기다니...
 
참...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가톨릭교회에 들어오게된 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하지 않으려해도 외할머니의 전구 탓인듯하다
 
어느날 예정에도 없던 성당안으로 발을 쑤욱 집어 넣고 말았으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야 할이야기가 늘어날듯하니..
 
..정리를 하자면
 
벼랑끝에서 추락하여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톨릭교회 지붕에 쿵~!! 떨어진듯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수님께서 성모님과 할머니의 전구를 들으시어
 
말썽장이 딸을 끄집어 내어 지붕에다  던져 놓으신듯 하다
 
 외할머니와의 관계를 우연으로 생각하기엔 너무 무심하지 않겠나..
 
 가톨릭교회를 통해 조상의계보를 다시 잇고, 또 나의 자녀에게 
 
축복받은 새로운 조상이 되는것이리라..
 
훗날..
내게 하늘이 열리는날..
 
외할머니를  뵈오면 또다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
 
외할머니 덕에 가톨릭신자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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