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녹)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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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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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21 ㅣ No.37838

7월 21일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 마태오 12,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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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원초적 자유>


   저희 청소년 캠프장이 있는 관계로 태안엘 자주 가는 편입니다.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기적이 따로 없습니다. 물론 아직도 보상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남아있지만, 몇 달 전을 생각하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초스피드’ 복구를 위한 지역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땀이 이루어낸 기적입니다.


   피서객들이 주로 찾는 해수욕장들은 전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떤 곳은 집중적인 청소로 오히려 전보다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이번 여름, 부디 태안으로 많이 와주시기바랍니다. 태안 주민들이 받았던 충격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태안 주민들의 그 오랜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태안 주민들의 고통에 함께 하는 마음으로 많이 와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어제도 한 작은 해변에 나갔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입고 있는 옷이 다 젖을 것 같아 얼른 옷을 벗어 큰 바위 밑에 넣어두었습니다.


   어디까지 벗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주변을 한번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며 ‘홀라당’ 다 벗었습니다. 그리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온몸위로 굵은 빗방울의 감촉을 느끼며 정말 특별한 수영을 했습니다. 이런 것도 범법행위가 되어 출국금지 조치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수영복이라도 하나 걸치는 것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것, 그 차이가 이렇게 대단한 줄 몰랐습니다. ‘원초적 자유’ ‘대자유’란 말이 실감났습니다. 잠시나마 모든 부담과 짐으로부터 훨훨 날아오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스승님, 스승님이 일으키시는 표징을 보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 즉시 자신들 눈앞에서 기적을 한번 해보라는 요청입니다. 예수님을 갖고 놀고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시비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기적이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해야 기적을 볼 수 있습니까? 어떤 방법으로 내 삶 안에 표징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어려운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내려놓음’입니다. 억압과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나는 완벽해야해!’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성공해야 해!’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


   ‘내가 설정해놓은 이 목표, 절대로 무너트릴 수 없어!’


   ‘우리 아이는 꼭 이 길을 가야만 해!’


   ‘내가 맡은 우리 반 아이들 중에 꼴통이란 있을 수 없어!’


   이런 무거운 부담감을 내려놓기 시작할 때,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기적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토록 우리를 괴롭혔던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질 때, 짐스럽기만 했던 일상이 기쁨의 원천으로 뒤바뀌는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위선의 꺼풀을 벗겨버릴 때, 고통 자체였던 이웃들이 ‘사랑덩어리’까지는 되지 않겠지만 ‘견딜만한’ ‘봐줄만한’ 존재로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시대 우리가 기대해야할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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