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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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0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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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10-24 ㅣ No.107655

교구청의 제방은 5층입니다. 조금 걸어야 하지만 전망은 좋습니다. 이곳에서 4번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멀리가지 않아도 제 방에서 붉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를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단풍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지금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면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제 마음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지금 분노와 원망이 마음을 흔들면 단풍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습니다. 욕심과 욕망의 바벨탑 위에서는 아름다운 단풍도 이익의 수단으로만 보일 것입니다.

단풍은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푸른 하늘과 구름, 뺨을 스치는 바람, 계곡을 흐르는 물,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무는 독립적으로 서 있어도 하나의 숲을 이루는데, 우리는 담을 쌓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시기, 갈등, 질투, 욕망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듯이, 아름다운 사람이 모인 곳은 어느 단풍보다 더 곱고, 예쁠 것입니다.

단풍은 멀리서 보아야 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색이 바란 것도 있고, 벌레가 먹은 부분도 있고, 잎이 상한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단풍은 멀찍이 떨어져서 보아야 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드물기 마련입니다. 저도 점도 있고, 주름도 있고, 흰 머리카락도 있고, 지난 삶의 얼룩도 있습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죄를 지은 사람도 있고, 회개한 사람도 있고,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도 있고,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회라는 배를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단풍은 빛이 있어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밤에는 단풍을 볼 수 없습니다. 새롭게 핀 나뭇잎은 오전에 보아야 아름답겠지만, 단풍은 오후에 보아야 더욱 아름답다고 합니다. 교회가 2000년 시간이 지났어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것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은총과 사랑으로 비추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마더 데레사 성녀는 더러운 곳에서, 냄새나는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보셨습니다. 이태석 신부님도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보셨습니다. 사랑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성서 말씀을 묵상하면서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 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행복하여라! 악인의 뜻에 따라 걷지 않는 사람, 죄인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때에 열매 맺고, 잎이 아니 시들어, 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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