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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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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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11-14 ㅣ No.116163

저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부모님을 위해서 집을 마련해 드렸고, 생활비도 드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인데, 마음으로 생색을 내곤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오사카에 사는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는 50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의뢰인을 변호하면서 운이 좋은 사람들과 하는 일마다 잘 안 되는 사람들을 보았다고 합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덕을 베풀고, 자신의 선행을 굳이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록 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불평과 불만을 말하기 보다는 받아들이면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대해서 생색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일례로 자리보전하고 누운 시어머니를 큰며느리가 10년 넘게 간호해서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다른 자식들이 크게 반발했다고 합니다. 그저 돈 욕심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며느리에 대한 악감정이 컸다고 합니다. 어머니를 잘 모신 건 인정하지만 항상 감사하라며 생색을 낸 건 용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타인을 위해서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도 운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의뢰인을 만나보면 100% 교만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을 잊으면 봉사를 해도 그것이 공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철원 총기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빗나간 탄환을 쏜 병사를 알게 되면 원망하게 될 것이고, 그 병사 또한 자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이므로 원치 않으니 어느 병사가 쐈는지 밝히거나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아들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서 아버지가 보인 태도는 앞으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당부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불운으로 기억될 사건의 방향을 틀어 그 가족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기운을 바꾼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새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침의 시원한 공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모든 근심과 걱정덩어리들은 세상이 나의 것이라는 착각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오늘 하루는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선물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삶의 순간들은 모두 감사와 은총덩어리입니다.

 

신앙 안에서 사제는 봉사자여야 하고, 성사를 집전해야 합니다. 봉사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가장 큰 사명이고, 성사의 집전은 사제에게 주어진 고유한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특별히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미사와 고백성사를 정성껏 집전해야 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천하 국가도 가히 고르게 할 수 있으며 벼슬과 녹봉도 가히 사양할 수 있으며 서슬 퍼런 칼날도 밟을 수 있으나 중용은 지키기 어렵다.”라고 하였습니다. 사제가 맡겨진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봉사와 성사 집전을 잘 할 수도 있겠지만 사제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참 힘들다고 하겠습니다.

 

한 신자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싫은 소리,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으세요?저는 그분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머리로는 싫은 소리, 충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저의 마음과 감정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저는 저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섣불리 남에게도 충고나 조언을 하지 못합니다. 만일 제가 누군가에게 충고나 싫은 소리를 한다면 그것은 설령 상대방을 다시는 못 보게 되더라도 그에게 꼭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할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마치 종이 주인을 위해서 일하듯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영광은 주님께로 돌려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신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지혜의 열매를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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