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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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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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12-14 ㅣ No.125974

 

남도 여행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저의 고속버스 자리에 누가 있었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제 자리인 것을 확인하고 자리 번호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그분은 번호는 맞았지만, 목적지가 달랐습니다. 부산 가는 버스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마 터라면 서울로 갈 뻔했다고 하면서 고마워하였습니다. 부산 가는 버스는 다시 갈아타면 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가야 할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가야 할 곳을 착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성공이라는 버스에, 권력이라는 버스에, 재물이라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믿음이라는 버스, 희망이라는 버스, 사랑이라는 버스로 갈아타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하느님 나라에 도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림 시기는 우리가 가야 할 곳을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남해에 독일마을이 있습니다. 가난한 시절에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이 노년을 고국에서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고, 남해 군수와 정부는 기꺼이 그분들이 지낼 수 있도록 협조하였다고 합니다. 어려운 시절 조국을 위해서 땀을 흘린 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늘 깨어 기도하고,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충실하게 걸어갈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독일마을보다 훨씬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리를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미쳤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한 번도 목숨 걸고 도전한 적이 없는 것이다.” 요한이 단식을 하면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니까 마귀가 들렸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함께 먹고 마시니까 먹보요 술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습관과 타성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회개의 기회도 얻지 못하였고, 주님께서 전하는 복음의 기쁨도 알 수 없었습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에게 바른길을 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 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 행복하여라! 악인의 뜻에 따라 걷지 않는 사람, 죄인의 길에 들어서지 않으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밤낮으로 그 가르침을 되새기는 사람.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 때에 열매 맺고, 잎이 아니 시들어서 하는 일마다 모두 잘되리라.” 주님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간다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고,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두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마치 물가에 심어진 나무 같아. 제 때에 열매 맺고, 잎이 시들지 않고, 하는 일마다 다 잘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보여 주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이 바로 그와 같은 태도를 보인다고 말씀하십니다. 세례자 요한이 단식을 한 것은 속죄와 회개의 표시이고,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율법 학자들은 단식하는 그 자체만 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함께하시고, 술과 음식을 나누는 것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보여 주는 것인데, 율법 학자들은 또한 그 뜻은 보지 못하고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함께하는 것만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드러나는 현상을 보기보다는 그 현상에 담긴 깊은 뜻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하십니다.

 

오늘 성서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 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났으며, 하느님께로 가야 하는 것을 아는 것이 참된 지혜입니다. 내가 주님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사람을 대할 때 욕심, 편견, 시기라는 안경을 쓰고 보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여정에 읽은 글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멀리 있다고 잊지 말고 가까이 있다고 소홀히 여기지 말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07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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