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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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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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12-30 ㅣ No.126423

 

동창 신부님이 있는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잠시 휴가를 가는 신부님은 제게 몇 가지 생활 지침을 알려 주었습니다. 세탁기 돌리는 법, 건조하는 법, 쓰레기 배출하는 날, 기름 넣는 법, 동네 산책 길, 성당 가는 길, 마트 가는 길, 사제관 가는 길을 알려 주었습니다. 동창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에 캐나다에서 지내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동창 신부님이 없는 날들을 재미있게 지내려고 합니다.

 

미국 오기 전에 주교님과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주교님을 기다리면서 주교님 사무실에 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사제는 버스 운전자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버스 운전자는 승객을 가려서 받지 않습니다. 버스에 탑승하는 모든 사람을 받아들입니다. 사제는 사장님을 모시는 기사가 아닙니다. 사제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만을 태우는 자가용 운전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사제는 모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이 되어야 합니다.

 

버스 운전자는 정해진 노선을 운전해야 합니다. 버스 운전자가 자기 마음대로 운전을 하면 승객들이 불안해 할 것입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실망할 것입니다. 사제는 자신의 원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사제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사제에게 정해진 노선은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사제를 보면 신앙인들은 안심하고 따를 것입니다.

 

버스 운전자는 노약자와 임산부를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합니다. 사제는 특별히 아프고,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라고 하셨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목자는 기뻐하며 돌아올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교회라는 버스는 경쟁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라는 버스는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공동체입니다.

 

버스 운전자는 운행에 앞서서 버스를 살피고, 기름을 충분히 채워 넣습니다. 운행 중에 버스가 멈추거나, 고장이 나면 승객들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버스 운전자는 자신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혼인잔치에 기름을 준비한 여인들을 칭찬하셨습니다. 맡겨진 달란트를 잘 관리한 소작인에게 더 많은 일을 맡겨 주셨습니다. 사제는 말씀에 충실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버스를 살피고, 기름을 넣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바쁘셨지만 따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제는, 말씀에 충실하지 않는 사제는 어려움이 다가오면 넘어지기 마련입니다. 유혹이 다가오면 극복하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버스 운전자는 승객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내하면 됩니다. 승객들과 따로 개인적인 친분을 만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제도 그렇습니다. 교회라는 버스에 탑승한 신앙인들이 하느님께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그만입니다. 버스 운전자가 힘들어도 혼자서 운전을 하듯이 사제도 외롭고, 힘들지라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함께 하심을 믿어야 합니다. 신앙인들이 주님을 바라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제는 언제나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이 수반되지 않는 신앙은 독선이 될 수 있습니다. 겸손이 수반되지 않는 정의는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겸손이 수반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천박해 질 수 있습니다. 겸손이 수반되지 않는 지식은 혐오스러워 질 수 있습니다. 사제가 교회라는 버스의 운전자라면 신앙인들은 함께 머무는 공동체를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운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모든 추억, 기억, 상상력이 시작되는 성가정 축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가정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소중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가족들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네 아버지가 나이 들었을 때 잘 보살피고,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슬프게 하지 마라. 그가 지각을 잃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업신여기지 않도록 네 힘을 다하여라. 아버지에 대한 효행은 잊히지 않으니, 네 죄를 상쇄할 여지를 마련해 주리라.” “아내 여러분, 남편에게 순종하십시오. 주님 안에 사는 사람은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남편 여러분,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아내를 모질게 대하지 마십시오. 자녀 여러분, 무슨 일에서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 아버지 여러분, 자녀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그러다가 그들의 기를 꺾고 맙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비가 오는데, 키 큰 사람하고, 키 작은 사람이 우산 하나만을 가지고 비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키 큰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작은 사람이 비를 맞게 되고, 키 작은 사람에게 우산의 높이를 맞추면 키 큰 사람이 비를 맞게 됩니다. 서로가 키가 다른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탓하면 둘 다 불행해 집니다. 또 서로를 탓하다 갈 곳을 못 가게 될 수도 있죠. 해결 방법의 하나는,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을 업고, 키 작은 사람은 우산을 들면, 비 맞지 않고 갈 곳을 가게 될 뿐만 아니라, 둘이서 서로의 믿음과 나눔의 경험을 창출해 낼 것입니다. 이렇듯, 모든 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고 또 함께 해결하면서 성장의 기회를 얻게도 됩니다.”

기도와 마음을 열어주는 대화, 그리고 신뢰를 통해서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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