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1일 (수)
(자) 대림 제2주간 수요일 고생하는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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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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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11-19 ㅣ No.133967

사제 모임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한국에서도 안식년 중인 사제가 왔습니다. 켄터키, 랄리, 뉴욕, 필라델피아에서 모였습니다. 워싱턴, 델라웨어, 코네티컷에 있는 사제들은 사정이 있어서 참석 못했습니다. 저처럼 이제 막 온 사제도 있고, 적응을 마치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사제도 있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제도 있습니다. 저는 차로 3시간 운전해서 모임 장소인 필라델피아로 갔습니다. 비행기로 온 분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있으니, 먼 길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는 힘들고 외로울 수 있는데, 함께 모이니 위로가 되고, 용기를 얻습니다.

 

2019년입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곧 새해를 맞이합니다. 안식년을 보내던 저에게는 삶의 둥지를 옮기는 해이기도 합니다. 2019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하고, 원하지 않는 사람과 또 다시 만나기도 하고, 바라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고, 굳게 결심하지만 또 다시 무너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을 겁니다. ‘산해숭심(山海崇深)’이란 말이 있습니다. 산은 높고, 바다는 깊다는 뜻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일에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는 뜻입니다. 높은 산은 모든 이을 품어 주고, 깊은 바다는 모든 이를 받아 주기 때문입니다.

 

높은 산과, 깊은 바다를 꿈꾸었던 시인 박노해의 시 동그란 길로 가다를 나누고 싶습니다.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준 글이 있습니다.

지금 병들어 누워 과거의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 없어져 간다는 것을.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감각(Senses)을 선사하셨다. 내 인생을 통해 얻은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그 기억들이야말로 나를 따라다니고, 나와 함께하고, 지속할 힘과 빛을 주는 진정한 부이다. 우리가 현재 삶의 어느 순간에 있든,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삶이란 극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라. 친구들을 사랑하라. 너 자신에게 잘 대해줘라. 타인에게 잘 대해 줘라.”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 세상이라는 문을 열고 영원한 생명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이미 하느님 나라를 체험할 방법도 알려 주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상대평가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은 누구나 갈 수 있는 절대평가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예수님을 조금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손이 둘인 것은 하나는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남을 돕는 데 사용하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에게 발이 둘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눈이 둘인 것은 하나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을 아름답게 보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에게 귀가 둘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는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의 어려움을 들어 주라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와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의 재능과 능력은 본인을 위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그 반은 남을 위해서 사용하라는 말씀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재능을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밤하늘은 별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들의 선행과 우리들의 봉사가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희망의 별빛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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