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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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아브라함/창세기 성조사[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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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2-20 ㅣ No.13620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5. 아브라함과 아비멜렉

 

아브라함은 사해 남쪽 지역을 떠나 네겝 땅으로 옮겨 가서, 카데스와 수르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하여 그가 그라르에서 나그네살이하게 되었을 때, 아브라함은 자기 아내 사라를 자기 누이라고 말하였다. 그라르의 위치는 정확히는 알 수가 없으나 나그네살이 하다를 뜻하는 히브리 말 게르라는 말과 비슷한 지명으로 여겨진다. 그는 이곳으로 이주 해와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다. 왜 그가 이곳에서도 예전에 이집트에서 이야기 한 그대로의 사라를 자기 누이라고 속이면서까지 생활했을까? 그곳 생활에서 어떤 불안이 있기에 주위에 이런 거짓말을 퍼뜨려가며 나그네살이 했을까?

 

그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내년 이맘때에 아들 이사악이 출생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하늘의 별처럼 많은 후손을 얻을 것이라는 다짐도 받았다. 그리고 넓은 땅을 차지할 것이라는 약속도 얻어냈다. 벌써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그의 믿음이 약해졌을까? 소돔 지역이 멸망되고 조카 롯마저 어떻게 되었는지를 모르는 지경에서, 어쩌면 그의 믿음에 두려움이 엄습했을 수도 있었을 게다. 그래서 그는 사라와 자신을 위해, 닥쳐올 그 어떤 위험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이런 꼼수를 둔 것이리라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그라르 임금 아비멜렉이 사람을 보내어 사라를 데려갔다. 그날 밤 꿈에, 하느님께서 아비멜렉에게 나타나 말씀하셨다. “네가 데려온 여자 때문에 너는 죽을 것이다. 그 여자는 임자가 있는 몸이다.” 아비멜렉은 아직 그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았으므로, 이렇게 아뢰었다. “주님, 당신께서는 죄 없는 백성도 죽이십니까? 아브라함 자신이 저에게 이 여자는 제 누이입니다.’ 하였고, 그 여자 또한 스스로 그는 제 오라비입니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흠 없는 마음과 결백한 손으로 이 일을 하였습니다.”

 

물론 이방인 그라르 임금 아비멜렉에게도 하느님은 존재한다. 그분께서는 믿는 우리만을 구원하시는 분이 아니시라 만인의 하느님이시기에. 아비멜렉은 하느님의 정의에 대해 질문한다. 죄 없는 백성도 죽이시는 분이 당신이시냐는 거다. 이는 하느님께서 소돔을 멸하시려할 때, 아브라함이 따진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18,25). 그는 분명 흠 없는 마음을 가진 결백한 이란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다시 그에게 이르셨다. “나도 네가 흠 없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한 줄 안다. 네가 나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막아 준 이가 바로 나다. 네가 그 여자를 건드리는 것을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예언자이니,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면 너는 살 것이다. 그러나 네가 만일 돌려보내지 않으면, 너와 너에게 딸린 자들이 모두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을 알아 두어라.”

 

하느님은 그의 주장이 옳으며 그가 정직하고 죄 없는 이임을 인정하신다. 그렇지만 네가 데리고 간 그 여자는 남의 아내이니 돌려보내주란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큰 문제가 네게 닥칠 것임을 분명히 밝히셨다. 그리고 아비멜렉에게 아브라함에 관해 단단히 일러 주었다. 그는 하느님의 사람인 예언자이니, 그가 너를 위해 기도하면 너는 살 것이라고. 그러나 이를 어기면 너와 너에게 딸린 자들은 반드시 죽으리라는 것을 명심하라나.

 

아비멜렉은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종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서, 이 일을 낱낱이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크게 두려워하였다. 그리고는 그는 아브라함을 불러 말하였다. “그대는 어째서 이런 짓을 하였소? 내가 그대에게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대는 나와 내 왕국에 이렇게 큰 죄를 끌어들였소? 그대는 해서는 안 될 일을 나에게 저질렀소.” 아비멜렉이 아브라함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어쩌자고 이 일을 저질렀소?”

 

아브라함이 대답하였다. “‘이곳에는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도무지 없어서, 사람들이 내 아내 때문에 나를 죽일 것이다.’하고 내가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 여자는 정말 나의 누이입니다. 아버지는 같고 어머니가 달라서 내 아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내게 아버지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게 하셨을 때, 나는 그 여자에게 말하기를, ‘당신에게 당부하는데, 우리가 어느 곳으로 가든지 내가 당신의 오라비라고 말하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그라르 임금은 하느님을 경외하였다. 그가 나눈 하느님과의 대화에서도 그의 경외심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러기에 이곳에는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이라고는 도무지 없어서, 사람들이 내 아내 때문에 나를 죽일 것이다.’라고 생각은 단지 아브라함의 변명이라고나 할까. 비록 사라가 누이 동생이면서 아내인데도, 아브라함은 단지 누이라고만 했다. 이는 그의 부도덕함의 드러냄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다. 나아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소홀히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이 인간 아브라함의 실수라 보아도 될게다. 아무튼 그라르 임금은 더 이상 아브라함을 질책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꿈에 하느님에게 들은 아브라함이 당신 사람인 예언자라는 말에 부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비멜렉은 양과 소, 남종과 여종들을 데려다 아브라함에게 주고, 그의 아내 사라도 돌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말하였다. “보시오, 내 땅이 그대 앞에 펼쳐져 있으니 그대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으시오.” 그리고 사라에게 일렀다. “나는 그대의 오라버니에게 은전 천 닢을 주었소. 보시오, 그것은 그대와 함께 있는 모든 이들 앞에서 그대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이오. 이로써 그대는 모든 면에서 결백하다는 것이 입증되었소.”

 

이렇게 하느님의 사람인 아브라함은 사람을 두려워하여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방인인 그라르 임금은 하느님을 경외하였다. 아무튼 이에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기도하자, 하느님께서는 아비멜렉과 그의 아내와 그의 여종들의 병을 고쳐 주셨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었다. 그분께서 사라 때문에 아비멜렉 집안의 모든 태를 닫아 버리셨던 것이다.

 

결국 아비멜렉은 하느님의 도움으로 해피엔드로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두려워했는데, 아브라함은 그러질 못했다. 이는 아브라함에게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런 사례를 종종 볼 수가 있다. 불행하게도 하느님을 믿는다는 신자가 믿지 않는 비신자보다 더 나쁜 짓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음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회개하고 아비멜렉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였다. 어쩌면 우리도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어야만 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들이 비록 결점과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자녀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 주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우리의 그 어떤 잘못에도 우리가 이처럼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면, 끊임없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언제 어디서나 사랑하시는 분이시다.[계속]

 

[참조] : 이어서 '26. 이사악 탄생'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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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멜렉,그라르,경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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