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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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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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3-15 ㅣ No.136780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작은 것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그것이 태평양 넘어 아시아에 태풍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인류의 문화와 역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일들로 커다란 변화를 겪기도 했습니다. 보건과 위생에 대한 관념이 지금과는 달랐던 중세시대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한 전염병은 커다란 재앙이었습니다. 전염병은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은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은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전염병은 선인과 악인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교회의 권위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작은 세균이 인류의 사상과 문화를 바꾸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의학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전염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교회의 권위에 의존하던 사람들은 인간의 노력과 의지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인간 중심의 새로운 사상이 등장하였고, 인간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신분과 계층으로 이루어지던 사회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 사회로 변하였습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농촌 중심의 사회는 도시 중심의 사회로 변하였습니다. 세균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가 과학이 발전한 21세기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교통수단의 발달, 대도시에서의 생활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와 사상이 만들어 놓은 성벽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생태계와 인류의 역사에만 나비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에도 나비효과가 있습니다. 시리아의 장군 나아만은 전쟁터에서 많은 공로를 세웠습니다. 부러울 것이 없는 삶이었지만 나병환자였습니다. 전쟁에서의 승리도, 많은 사람의 칭송도 나병환자인 나아만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몸은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나아만 앞에 이스라엘에서 포로로 잡혀온 작은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소녀는 나아만을 엘리사에게 소개해 주었습니다. 엘리사는 요르단 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고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의심하였지만 부하들의 말을 듣고 몸을 씻었습니다. 나아만의 몸은 깨끗해졌습니다. 나병이 치유되었습니다. 나아만이 소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아만이 소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전쟁에서는 승리자였을지 모르지만 고통과 좌절 속에서 인생을 보냈을 것입니다.

 

2000년 전 갈릴래아의 호숫가에서도 작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고기 잡던 어부를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 기쁜 소식을 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와 복음 선포는 찻잔 속의 태풍인줄 알았습니다. 로마의 권위와 힘이 태풍이 되어서 이스라엘을 지배하였습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기득권과 권위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였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바람은 멈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고, 예수님의 바람은 이스라엘을 넘어 온 세상으로 전해졌습니다. 희생의 바람, 겸손의 바람, 사랑의 바람, 희망의 바람은 이기심과 욕망, 교만과 시기심으로 이루어진 바벨탑을 무너트렸습니다.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강물이 나아만을 치유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치유된 것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사랑의 눈으로, 희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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