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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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세의 대변인 형 아론[12] / 이집트 체류[1] / 탈출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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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20-07-14 ㅣ No.139499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2. 모세의 대변인 형 아론

 

모세는 하느님께서 내리신 당신 백성의 구출 사명을, 여러 능력을 갖추고서도 수행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여전히 갖고서는 또 거부하려 한다. 벌써 네 번째다. 그만큼 그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또 하느님께 아뢰었다. “야훼 하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말솜씨가 없는 사람입니다. 어제도 그제도 그러하였고, 주님께서 이 종에게 말씀하시는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는 입도 무디고 혀도 무딥니다.”

 

이렇게 그는 이스라엘 백성을 설득하고 파라오와 대결하려면 유창하고 능수능란한 말솜씨가 필요한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니 아예 소명 자체를 맡을 수가 없단다. 사실 모세는 마흔 살까지 파라오의 궁전에서 살며 특별한 교육을 받았는데, 말하는 데에는 어쩌면 소질이 그리 없었는가 보다. 그의 지난 행적만 보아도 그는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것을 대충 짐작해 볼 수가 있다. 그가 이집트인이 히브리인 동족을 때리는 것을 보았을 때, 말보다는 충동적인 행동으로 개입해 그를 때려죽였고(2,12), 미디안에서 목자들이 이트로의 딸들에게 못되게 굴 때에도 말보다는 힘으로 개입하여 딸들을 구해 주기도 하였다(2,17).

 

아무튼 모세는 행동하는 사람으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처럼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의 특수성 때문에 말문을 열어 하느님께 이의를 제기한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대화는 그래도 조리와 격식을 차리면서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이런 그를 두고 말솜씨가 없는 이라 감히 누가 판단하랴? 어쩌면 모세 스스로가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일 수도. 아니면 평소에 그가 말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부담을 다소 느낄지언정, 지금처럼 하느님이 개입하시면 그는 그저 평범한 이와 소통하는 것처럼 아무런 장애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그는 하느님께 벌써 몇 번이나 따질 것은 따지고 요구할 것은 당당하게 대화로 요구하지 않는가! 사실 그는 한창나이에 히브리인으로서 이집트 왕궁에서 자랐다. 파라오 딸의 양아들로 자라면서 자신의 처지와 동족의 서글픈 종살이를 수없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게다. 더구나 그는 이집트인을 살해한 죄로 파라오의 눈에 드러나 이곳 미디안으로 떠나와 도피 행각을 하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 그가 파라오에게 돌아가 적어도 이스라엘인들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떠나게 해 달라고 청하기에는 나름으로 엄청난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게다.

 

비록 하느님께서 함께하신다 해도 그 심적 부담은 그를 억누를 수밖에. 그래서 그는 하느님께 따져가면서 묻고 또 묻는다. 이러다 보니, 어쩌면 자비의 하느님께서도 모세의 마음을 종잡을 수도 없었을 수도. 그러자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사람에게 입을 주었느냐? 누가 사람을 말 못하게 하고 귀먹게 하며, 보게도 하고 눈멀게도 하느냐? 나 주님이 아니냐? 그러니 이제 가거라. 네가 말할 때 내가 너를 도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가 속속들이 가르쳐 주겠다.”

 

드디어 하느님께서도 최종 담판을 내려, 모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일러 주겠단다. 그를 예언자가 되게 하겠다나. 예언자는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 하느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전하는 이다. 예언자인 그는 현재 상황을 정확히 보면서 미래에 하느님께서 구원자로 반드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전하는 사람이다. 물론 예언자가 미래를 예고하지만, 그가 지적하는 미래는 현재에 뿌리박고 있다. 모세는 지금 이집트에서 노역하면서 신음하는 동족의 아픔을 감내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모세는 주님, 죄송합니다. 제발 주님께서 보내실 만한 이를 보내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부한다. 아무리 전능하시고 자비의 하느님이시지만, 감정이 없으신 분이 아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화를 내신다. 이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이 이집트에서 불의하게 종살이하는 것을 보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분노이기도 하다. 물론 이처럼 화를 내는 것은 당신 백성을 구원하려는 사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세에게 사명을 빨리 받아들이라는 강력한 표현일수도.

 

하느님께서는 그래도 모세에게 대안을 제시하신다. “레위인인 너의 형 아론이 있지 않으냐? 나는 그가 말을 잘하는 줄 안다. 그가 지금 너를 만나러 오고 있다. 그는 너를 보면 마음으로 기뻐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일러, 그가 해야 할 말을 그 입에 담아 주어라. 네가 말할 때나 그가 말할 때, 내가 너희를 하나같이 함께하며 도와주겠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형 아론을 협조자로 세원 주신다. 아론이 말할 때에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하신다.

 

그러면서 모세와 아론 사이의 역할분담까지 세세하게 제시하신다. “너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가르쳐 주겠다. 그가 너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너의 입이 되고, 너는 그의 하느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이 지팡이를 손에 잡아라. 너는 그것으로 여러 표징을 일으킬 것이다.” 이렇게 모세는 지팡이를 단단히 잡고 당당하게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형 아론과 함께 주도할 것이다. 그리고 아론은 모세의 말을 전하는 예언자가 될 것이다.

 

하느님의 이 말씀은 당신 백성을 구출하시려는 이 일을 주도적으로 할 이는 모세이고 그의 형 아론은 모세를 돕는 역할을 할 것임을 의미한다. 사실 처음부터 하느님께서는 이 일을 두 사람에 의해 수행되기를 바라셨는지도 모른다. 이는 모세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완전한 능력을 주시지 않은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가 있다. 아론은 모세의 예언자로, 모세는 하느님의 능력을 펼치는 이로 하느님과 함께 소명을 수행할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모세와 아론의 도움을 필요로 하신다.

 

오랜 대화로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하려고 온갖 변명을 다 하였지만, 결국은 그분의 소명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하느님이 주시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장인 이트로에게 돌아가서 말하였다. [계속]

 

[참조] : 이어서 '모세가 미디안을 떠나 이집트로가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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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예언자,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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