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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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모니카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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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8-26 ㅣ No.149311

어릴 때, ‘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개미는 뜨거운 여름에도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추운 겨울이 왔을 때, 개미들은 열심히 일해서 모은 식량을 먹을 수 있었고, 무사히 추운 겨울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짱이는 여름 내내 신나게 놀았습니다. 주위에 먹을 것이 많았기 때문에 놀아도 걱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왔고, 이제 주위에 먹을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베짱이는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었고, 아마도 노숙자 배짱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잔치를 준비하는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슬기로운 처녀는 신랑이 오기 전에 등잔에 기름을 준비해서 불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처녀는 등잔에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서 불을 밝히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혼인잔치의 기쁨을 함께 하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제자들에게 깨어 있으라.’고 말씀하십니다.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말 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가족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나에게 물어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내 마음 밭에서/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인생의 황혼이 오기 전에 사랑하고, 열심히 살고, 상처 주지 않고, 부끄럼 없이 살고, 이웃을 위해 살고, 인생의 열매를 맺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습니다. 개미와 베짱이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슬기로운 처녀와 어리석은 처녀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내 안에 개미도 있고, 베짱이도 있습니다. 내 안에 슬기로운 처녀도 있고, 어리석은 처녀도 있습니다. 깨어 있는 사람, 깨달은 사람은 개미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슬기로운 처녀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인생의 황혼이 다가 올 때 감사드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지금 비록 베짱이의 삶일지라도, 어리석은 처녀의 삶일지라도 뉘우치고, 회개하면 다시 개미의 삶이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슬기로운 처녀의 삶이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슬기로운 처녀가 되는 길을 알려줍니다. 우리가 인생의 황혼에 감사드릴 수 있는 길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뜻은 바로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교보 빌딩에는 이런 글 판이 걸려있었습니다. ‘나무는 독립적으로 서 있어도 하나의 숲을 이루는데 왜 우리는 하나의 숲을 이루지 못하나!’ 우리 안에 있는 시기, 갈등, 질투, 욕망, 원망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신앙인들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의 숲을 이루어야 합니다. 자녀들을 신앙인으로 잘 키우고, 가정을 화목하게 꾸려가는 어머니는 신앙의 숲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치고 힘든 어깨를 하고 집에 돌아오지만,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자녀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아버지, 아내를 위해 작은 꽃 한 송이라도 준비하는 아버지는 신앙의 숲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길가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부축해 드리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말동무를 해 준 아들도 신앙의 숲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앙의 숲을 만드는 사람들은 슬기로운 처녀가 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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