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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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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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9-09 ㅣ No.149626

한국에 있을 때는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곤 했습니다. 치석제거를 하기도 하고, 잇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2년 동안 치과엘 가지 못했습니다. 치료비 부담도 있고, 불편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는 신부님의 소개로 2년 만에 치과에 가서 치석제거를 하였습니다. 진료를 받기 전에 치과를 운영하는 형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3형제는 열심히 일했고, 고향에 가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직 젊은데 고향에서 편히 살려는 형제들의 이야기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내가 먼저 가서 길을 개척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방 하나만 들고 미국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마치 한석봉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어머니는 떡을 썰고, 아들은 글을 쓰게 했던 것 같았습니다. 아들은 가지런히 썰어진 어머니의 떡과 삐뚤어진 자신의 글을 보고 다시금 서예를 연마했고 당대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습니다.

 

60이 넘은 나이에, 영어도 모르는 어머니가 용감하게 미국으로 가서 고생 끝에 자리를 잡고, 아들들을 미국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형제들은 고향을 떠나 미국에서 다시 공부하였고, 말 그대로 큰물에서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축 설계사였던 형제님은 넓은 땅 미국에서 마음껏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동생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아내는 치과의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1주일에 6일을 일했지만 지금은 3일만 일한다고 합니다.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과의 이름을 땡큐치과로 정했다고 합니다. 형제님은 치과의 실내장식을 직접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치과는 아늑했고, 대기실에는 자녀들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신앙이 깊은 어머니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성직자와 수도자의 치과치료는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자전거는 폐달을 밞지 않으면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폐달을 밞아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서간을 읽으면 자주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복음을 전해야 하는 바오로 사도의 심경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그리스도는 내 생의 전부입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천사들도 권세의 천신들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능력의 천신들도 높음도 깊음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날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지 않겠느냐?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생각합니다. 성공, 출세, 권력을 향해서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라고 다그칩니다. 사랑, 나눔, 헌신, 봉사에 눈길을 주지 못 하게합니다. 그런 것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생의 깊이를 더해 주는 고전을 읽을 시간도 없습니다. 기도하지 않아도, 성당에 가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기도하고, 성당에 가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말 그대로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는 현실입니다. 참된 스승을 만났던 바오로 사도는 오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전에 그분을 모독하고 박해하고 학대하던 자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믿음이 없어서 모르고 한 일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과 함께, 우리 주님의 은총이 넘쳐흘렀습니다.”

 

지금 내가 열심히 올라가는 사다리는 나를 구원해 주는 사다리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자녀들에게 올라가라고 다그치는 그 사다리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사다리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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