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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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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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12-22 ㅣ No.151753

로드아일랜드 바닷가에서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바다와 구름을 뚫고서 붉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이는 새를 보았습니다. 새끼를 돌보는 사슴도 보았습니다. 예전에 우리의 부모님들이 해 뜨기 전에 부지런히 밭으로 나가서 일을 시작하듯이, 그렇게 새벽을 여는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있는 숙소에서도 해 뜨기 전에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리를 청소하시는 환경미화원, 농산물 시장의 중개인, 동대문 시장의 상인, 첫차를 운전하는 기사님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침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새벽을 힘차게 여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25년 전입니다. 음주를 좋아하는 저는 늦은 시간에 잠들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주교님의 권유로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8시면 술자리를 마치고,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여는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뉴욕에서 신문사의 일과 더불어 부르클린 성당의 일, 퀸즈 성당의 일까지 도울 수 있는 것은 새벽 시간에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새벽을 여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시간을 내는 사람은 모두 새벽을 여는 것입니다. 선한 목적과 선한 의지로 이웃을 돕는 사람은 모두 새벽을 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에는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했던 마리아의 순명이 있었습니다. ‘남모르게 파혼하려는 마음을 바꾸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했던요셉의 결단이 있었습니다. 멀리 동방에서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새벽길을 떠났던 동방의 박사들이 있습니다. 밤 새워 양들을 돌보았던 목동들이 있습니다. 평생 성전에서 기도하며 하느님의 거룩함과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때를 기다렸던 시메온과 한나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며 기도했던 마리아의 친척 엘리사벳이 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정했던 사제 즈카리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평생 예수님의 앞길을 준비했던 세례자 요한이 태어났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새벽을 여는 사람의 자세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저기 하느님의 어린 양이 오십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주지만 그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하고,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합니다. 내 뒤에 오실 분이 있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도 풀 자격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새벽을 열었던 세례자 요한에게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서는 작은이라도 세례자 요한 보다 큽니다.” 세상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 영적으로 깨어 있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우리 곁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것에 눈이 먼 사람,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사람, 권력에 취한 사람은 임마누엘이 곁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면 좋겠습니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성자께서 강생하실 날이 가까웠으니 동정 마리아에게서 사람이 되신 말씀, 저희와 함께 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부당한 종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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