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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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수난 성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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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4-03-29 ㅣ No.171032

[주님 수난 성금요일] 요한 18,1-19,42 “다 이루어졌다.”

 

 

 

 

돈이 진리인 사람이 있습니다. 돈이 진리인 사람은 돈 때문에 신념을 저버리고 양심을 저버리고 친구도 저버립니다. 명예가 진리인 사람이 있습니다. 명예가 진리인 사람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여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사람까지 위험에 빠뜨리지요. 자존심이 진리인 사람이 있습니다. 자존심이 진리인 사람은 그 자존심을 내세우다가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을,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됩니다. 성공이 진리인 사람이 있습니다. 성공이 진리인 사람은 결과에만 연연하고 집착하느라 정작 인생에서 의미와 기쁨을 찾지는 못합니다. 늘 자신과 주변을 채찍질하며 모두를 지치게 만들지요. 권력이 진리인 사람이 있습니다. 권력이 진리인 사람은 욕심에서 나오는 폭력과 정당한 권위에서 나오는 권력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권력을 자기 손에 쥐고 무리하게 휘두르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이렇듯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살아가지요.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진리는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보내주신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진리입니다. 그분께서 선포하신 참된 행복의 나라가 진리입니다. 세상의 가치와 기준에 얽매여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사다리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나라입니다. 세상에 사는 동안 열심히 지고간 십자가를 걸쳐야만, 주님의 은총과 도우심에 힘입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나라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런 이들에게 그 나라의 문을 열어주겠다고 하십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간절히 찾는 이, 하느님 뜻에 맞는 옳은 일을 추구하고 바라는 이, 조건을 달거나 계산하지 않고 자비를 베푸는 이,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가 이 땅 위에 실현되도록 그분께 협조하는 이, 하느님의 뜻을 지키기 위해 불이익과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가 당신과 함께 그 나라에 들어가게 될거라고 약속하십니다. 그 모든 것들이 바로 우리가 ‘십자가’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지고가신 십자가의 신비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십자가의 신비는 세상의 가치에 물든 이,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리는 이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역설의 신비’입니다. 중요한 것은 십자가의 신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머리로 이해하는게 아닙니다. 그 신비가 철저히 우리를 위해서, 우리를 향한 크고 깊은 사랑 때문에 주어졌음을 마음으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님께서는 그 사랑의 힘으로 의연하고도 담대하게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우리가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에서 주님은 당신께 주어지는 모든 고통과 시련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분은 힘이 약하거나 능력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통과 죽음을 당하신게 아니라, 우리를 향한 크고 깊은 사랑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순명으로 기꺼이, 기쁘게 그 길을 가신 겁니다.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빛을 향하여, 패배 속에 있으면서도 승리를 향하여, 죽음의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생명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신 겁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걸으신 그 발걸음들 덕분에, 십자가의 길은 고통과 죽음을 향해 가는 멸망의 길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돌아가는 구원의 길로 바뀌었습니다. ‘모든게 다 끝났다’는 눈물과 탄식이 가득한 절망의 길에서 ‘나도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다’는 참된 희망의 길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면서 그저 비통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십자가에 매달려 계신 주님을 경배하며 그분을 통해 누리게 될 영광과 승리를 미리 맛보고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부활은 죽음 이후에 주어지는게 아니라 죽음 한가운데서 이미 시작됩니다. 십자가 고통이 다 끝난 뒤에 보상으로 주어지는게 아니라, 그 십자가 고통 속에서 싹이 터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 구원의 진리를 믿고 받아들이는 이들만이 ‘빈 무덤’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뵐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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