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할머니 4


                        길바닥에 터 잡고 주저앉아
                        호박잎 한 묶음을 2천 원에 파는데
                        그 연둣빛 짙은 호박잎이 부드러워 맛있다고
                        다시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얹어주지요
                        뙤약볕 아래 종일 이런저런 채소 팔다 보니
                        몸만 고되고 크게 남는 것은 없지만
                        손님에게 야박하게 할 수 있어야지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단골이 되면
                        오다가다 서로 눈인사하고
                        한동안 안 보이면 나중에 안부도 물어보고...
                        간혹 사지도 않을 라면서
                        마트보다 싱싱하지 못하네
                        값도 별로 싸지 않네 
                        유독 투덜거리는 색시가 있어
                        속상할 때가 있지만 그러려니 하지요
                        영감이나 자식뿐만 아니라 
                        하물며 친정어머니조차
                        평생 자기 맘에 쏙 드는 사람,                         
                        세상에 어디 하나라도 있습디까
                        그래도
                        아직은 건강하여 이렇게 노점 장사하면서
                        자식 눈치 안 보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손주들 좋아하는 과자도 사줄 수 있으니
                        나야말로 양로당에 나가는 노인들보다 맘 편하지요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때로는 
                        무거운 몸 이끌고 집으로 가다가
                        오래전 병 얻어 청산으로 먼저 떠나간 미운 영감 생각에
                        맺히는 눈물 애써 감추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세상사라는 것이
                        기쁜 일 뒤에 슬픈 일 따라오고
                        슬픈 일 뒤에 기쁜 일 따라옵디다
                        天刑처럼 가난하게만 살아온
                        내 눈에는 산다는 게 다 그렇고 그럽디다
             
                                                                                                                                                                    
                           이상원이레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