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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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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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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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 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 주어진 대로 살았다.
마음대로라는 게 애당초 없는 줄로 알고 살았다.
너희를 낳을 때는 힘들었지만 낳고 보니 정답고 의지가 돼서 좋았고,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우며
감자알이,
통통하게 몰려나올 때 내가 조물주인양 좋았다.
깨꽃은 얼마냐 예쁘더냐, 양파
꽃은 얼마나 환하더냐. 나는 도라지 씨를 뿌리며 넘치게
뿌렸다.
그 자태 고운
도라지꽃들이 무리지어 넘실거릴 때 내게는 그곳이 극락이었다.
나는 뿌리고 기르고
거두었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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