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놀라울 뿐 |
---|
하느님의 섭리는 놀라울 뿐!
예전에 본당주임을 하면서, ‘본당의 날’ 행사를 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본당의 날’을 야외에서 할 계획을 잡았고, 전 신자들이 행사 전 ‘9일 기도’를 바치는 등 기쁜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자 분들의 마음속 간절한 열망은 단 하나!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만 해도 비 소식이 없다가, 결국 행사 전날 100%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습니다. 하늘에 와 닿아 오히려 잘 되었다고, 또한 우천 시 프로그램을 준비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행사 전날, 하루 종일 일기예보를 주목하며 한숨만 쉬었다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가, 그렇게 오락가락하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태연한 척 성당 마당에 나갔더니 선발대로 가는 형제·자매님들은 일찍부터 와서 기쁜 마음으로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발대가 출발하고 1시간 뒤 본당 신자들이 모여왔고, 이미 대기해 있던 대형 버스에 탔습니다. 인원 파악이 완료되자 버스는 ‘본당의 날’ 야외 행사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야속한 비는 계속 쏟아져 내리고, 대형 버스 차창 앞 유리창에선 ‘윈도우 브러시’만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린 신자 분들은 우산을 쓰고, 각자 준비된 조별 천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사 실 나보다 더 실망한 분은 보좌 신부님이었습니다. 얼굴은 침통 그 자체였습니다. 비록 우천 시 프로그램은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푸르른 잔디와 싱그러운 5월의 녹음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비 내리는 행사장에서 신자들이 부르는 성가 소리는 맑고 고왔습니다. 나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 때에 하늘을 보며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본당의 날’ 야외 행사에 참석한 모든 신자 분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다 아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미사가 끝나면 답답한 실내 강당으로 가서 우천 시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내 곧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이더니, 점심식사는 모두가 야외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 1시간 30분가량, 보좌 신부님의 진행으로 모든 신자들이 다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했는데, 그동안에도 비가 잠깐씩 보슬비처럼 오다가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만약에 비가 안 왔으면 가뭄으로 인해 너무 더워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에 전혀 참석하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 참석해서 웃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3살 꼬마부터 91세 어르신까지 모두가 다 행복했던 ‘본당의 날’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런 다음 또 하나의 기적! 행사를 다 마치고 모든 신자 분들이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이내 곧 비가 억수같이 왔습니다. 억수 같이 내리고, 비가 잠시 쉴 때 우리는 ‘본당의 날’ 야외 행사를 하고! 그 래서 모두가 다 웃다 쓰러질 정도로 행복한 하루를 보냈고! 정말이지, 하느님의 섭리는 놀라운 뿐임을 묵상한 하루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