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9일 (수)
(자) 사순 제4주간 수요일 아버지께서 죽은 이들을 일으켜 다시 살리시는 것처럼,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이들을 다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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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접스런 중산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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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bukhansan] 쪽지 캡슐

2016-12-25 ㅣ No.211914

 

 

 

                                                                                                                     Nicolas Poussin

 


추접스런 중산층화

 

 

대형 마트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상품마다에 일일이 가격표가 붙여져 있습니다. 본당 신자도 얼마짜리라고 찍혀있습니다.

교무금 신립 현황, 성전개보수 공사비 신립명세를 구역··세대별로 이름 본명 금액을 또렷하게 게재하여 주보에 끼워 돌리고 본당지에까지 편집해서 구·반장을 통해 배포합니다. 앞집, 뒷집, 옆집, 골목 안 교우 뉘 댁이 얼마를 써냈는지 다 알게 됩니다.

가난에 찌들어서 기진맥진한 신자들이 쪽팔리고 서러워서, 더 이상 교회에 붙어 있을 수가 없어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시실새실 교회를 떠나버립니다.

 

 

봉헌금은 영성의 문제요 사목의 과제입니다. 개인사정을 제키고 막무가내 까발리고 흔들어 쥐구멍으로 몰아서 될 일은 아닙니다.

돈이 횡행하고 신용카드가 지갑에 빼곡히 꽂혀 있는 시절이다 보니 교회가 어느 틈에 맘몬을 가까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속리산 법주사의 세계 최대 입상(立像.높이 33)인 미륵대불에 20여억 원을 들여 순금으로 씌웠답니다. 지금 전국에 작은 암자건 대찰이건 온통 불상이나 기둥 석가래 까지도 금으로 범벅을 해서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 볼 수가 없습니다.

신자들과 지역본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구마다 수백억씩 들여 경쟁적으로 펼치는 대형성전이나 신학교 건축물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가 날로 중산층 화돼가고 있습니다. 끔직한 일입니다. 하느님의 집이 중류이상 상류층의 집단이라면 이는 이미 하느님께서 세우신 교회 간판을 떼어버리고 사교장으로 전락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강북의 기독교 비율이 15%인데 반해 강남은 29%라고 합니다. 농어촌보다 도시의 비율도 마찬가지로 교회공동체 구성이 이미 중산층화 되었다는 교회 안팎이 공인하는 현실입니다.

교회는 가난해야 합니다. 가난의 개념은 청빈을 뜻합니다. 넘쳐나는 풍요 속에서도 늘 곡간은 비어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것은 재정이 고갈되어서가 아니라 신자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부를 탐하는 사람의 마음이 죄악을 수반하기 때문에 가난을 택하는 것입니다. 성서에서의가난이란 말의 쓰임은 수덕적(修德的)인 가난을 의미합니다.

청빈(淸貧)은 소유욕에서의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생활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구약은 가난이 지니는 정신적 부()를 우리에게 드러내 주고, 신약은 가난한 자가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을 특권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청빈의 영성 안에 머물고 있는 교회라면 봉헌금납부현황이라는, 가난의 고통에 찌들려 있는 교우들을 쥐구멍으로 내모는 낮 뜨거운 방()을 내 걸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숱한 신남신녀들이 봉사자단체나 신심단체나 무슨무슨 모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고만 기가 죽어서 혼자 베돌다가 아무도 모르게 숨어버립니다.

 

 

예수님께서는 집도절도 없이 동가숙서가식하시며 광야에 머무셨습니다.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 -마르코복음서 6:8- 며 사셨던 예수님을 닮지 못하고 가난하고 고통에 신음하는 신자들을 모두 몰아세워 내 쫒고 교회를중상층화시켜놓았습니다.

위 첫머리에 언급한 신립명세서 현황을 보노라면 기만원부터 기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인데 과연 동내 골목 옆집 앞뒷집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운 신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과연 교회에 누가 있어과부의 헌금을 기리겠습니까? 봉헌의 척도는 액수가 아니라 정성이어야 합니다.

 

 

얼굴에 수심이 어리고 피로가 역역한 가난하고 어렵고 고통 받는 신자들은 찌들어서, 미안해서, 쪽팔려서, 아니꼬워서, 더러워서 교회를 속속 떠나가 버립니다.

냉답률이 매년 증가하고 주일미사 참례률이 매년 줄어듭니다. 매스컴에 빈번히 나타나는 그 수치는 놀랍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시대적 조류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구원의 성사가 되어야할 교회가 권위주의와 돈냄새에 맞물려 세속주의로 기운다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에 청빈의 수도자가 성긴 수도복을 벗어 던지고 화장을 하고 명품옷을 걸치고 나타났다면 그 참 얼마나 추저분스러워 보일까....

 

 

어느 날 갑자기 성당에서 사라지는 신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속속 중산층 신자들로 채워지고 있다가난한 이들을 사회복지적 혹은 시혜적 차원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본당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태건 신부(순교복자 성직수도회)-

김신부는 또 경제적 문제로 성당에 나오지 못하는 신자들은 자의에 의해 쉬는 신자 보다 더 정신적으로 황폐해 지기 쉽다일선 본당에서는 다양한 문화선교 방법론과 가정사목 강화를 통해 이들이 신앙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맘몬시대에 고질인 상대적빈곤에 시달리는 신자까지도 미사만 참여할 뿐 교우들하고 아는 척도 거의 안 하다 보니 성당에서 할 일도 별로 없습니다.

먹고살기 힘드니까 신앙생활도 어려워지네요....”

본당 봉사활동도 구역 반에도 누가 막는 건 아니지만 나가기가 좀 그래요.....”

! 주님께서 긍휼히 여기시는 자들이 주님의 집 제일 안쪽에 머물며 평화를 얻게 되기를 빕니다.

 

 

제가 평생 기억에 남는 일 중에 그 생각만 해도 혼자 히죽이 웃음 짓곤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성전을 완공하고 봉헌식을 하는데 미사 집전을 하시는 김 수환 추기경님에게 맨처음 순서로 신자대표가 성전 평면도액자를 바치고 다음 순서로 수고한 신자들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게 되는데 며칠 전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가 그 공로패 받을 신자 명단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명단을 보는 순간 저는 눈에 열불이 났습니다. 돈 많이 낸 사람과 지역 유지... 순이었습니다. 전 그 자리에서 그 명단을 반으로 북~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짰습니다. 3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로지 성전 신축을 위해 음료수캔, 유리병, 파지를 수집해 봉헌하신 달동네 할머니를 맨 앞에 세웠습니다.

신축 기간 저는 구역을 수 없이 돌면서 자연스레 얼마나 지극정성을 다하시는지, 과연 하느님께서 보시고 수고한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실법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던 정황을 소상히 보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19:24- 라 이르셨습니다. 교회가 중산층화 된다는 건 곧 천국과 반대쪽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오복음서 11:28- 라고 하셨습니다. 교회가 고통 받는 이들을 소홀히 여긴다는 건 곧 하늘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중산층화랄까 중상층화랄까... 이는 뭐니 뭐니 해도 교회, 교회 지도자의 영성이 이를 수 없이 세속화 된 결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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