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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전례음악 강의: 전례시기에 따른 선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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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7 ㅣ No.613178

전례음악 강의 : 전례시기에 따른 선곡
 
김종헌(대구대교구 성 김대건 본당 주임신부)
 
 
이제 한국교회 안에서도 음악 전공자들의 활동 비율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많은 본당에서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수도자 또는 신자들이 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이 전례와 전례 음악에 대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볼 때, 이들이 전례시기와 축일에 맞추어 음악을 선곡하기란 무척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전례시기에 따른 선곡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이번 호에는 사순시기와 연중시기를 위한 선곡 요령, 다음 호에는 대림-성탄시기와 성모 마리아 축일, 성인 축일을 위한 선곡 요령). 음악을 글로 설명하는 것이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 힘들겠지만, 읽고 생각하면서 체득하기를 바랄 뿐이다.
 
 
1. 사순시기와 음악
 
음악 봉사자들의 첫 번째 임무가 회중이 주님께 기도하고 노래로 찬미하도록 돕는 것이라면, 미사 전례를 위한 음악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것이 된다. 주일미사 음악을 준비하는 봉사자라면 항상 아래의 중요한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전례시기, 둘째, 주일 또는 축일의 독서들이다. 그리고 셋째는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례 행위와 어울리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전례적 판단).

사순시기 미사 전례를 위한 음악을 선택하는 사람은 먼저 이 전례시기의 신학적인 의미를 잘 알고 나서 알맞은 음악을 고르도록 애써야 한다. 예를 들면 사순시기라고 해서 부정적인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는 가사는 피해야 한다. 이 시기의 주제가 자기 비하, 고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마 미사 전례서 총지침」 27항에서 말하는 것처럼 참회의 실천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세례에서 유래되는 것이어야 한다.

사순시기에 바람직한 음악을 선택하려면, 먼저 노래 가사를 살펴 세례나 화해 그리고 참회를 표현하는 노래를 찾아야 한다. 단순히 성가집에 사순시기 노래라고 분류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사를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택하는 것은 올바른 선곡이 될 수 없다. 부활시기나 성령강림으로 분류되어 있는 곡들 가운데서도 세례, 화해, 참회의 주제를 잘 살리는 노래가 있다면 그 곡을 선택하여 사순시기에 이용하도록 한다.

사순시기 동안의 전례는 기도, 단식, 자선 등의 주제를 가진 노래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먼저 신학적으로 건전하고(세례, 화해, 참회를 나타내는 가사들) 전례적으로 맞는 일련의 노래들을 선택하도록 하고, 또 이렇게 뽑은 노래들을 어느 기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마다 새로운 곡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잘 선택한 몇 개의 노래 또는 후렴만으로도 사순시기, 그리고 더 나아가 부활-성령 강림 시기 동안 공동체를 음악적으로 잘 인도해 갈 수 있다.
 
사순시기 선곡을 위한 몇 가지 제언
 
1) 특별히 이 시기의 음악은 단순해야 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교회는 사순시기의 주일미사 전례에서 대영광송을 노래하지 않는다. 미사 통상문을 작곡한 것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장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는 노래가 바로 대영광송이기 때문이다. 선곡자들은 우선 신자들이 부르기 쉬운 노래 그리고 단순한 형식의 노래를 찾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렇게 단순한 선율의 노래를 고른 다음에는, 노래의 반주 역시 단순한 것을 찾도록 노력한다. 곧 화려한 반주를 가진 노래는 피하라는 것이다. 「주교 의전서」 252항에서는 “사순시기 때의 기악의 사용은 신자들의 노래를 도와줄 때에만 허용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사순시기의 전례 중에는 오르간을 포함한 모든 악기의 독주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곡자들은 전례 중 어느 곳에서, 어떤 성가를 반주 없이 부르면 더 좋을지도 생각해 보자. 아울러 예배 공동체의 크기와 신자들이 얼마만큼 찬송에 참여하는지 그리고 신자들의 성가 부르는 능력 등도 고려하여 노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가능하면 노래를 적게 부르고 반주도 화려하지 않은 노래를 택함으로써, 사순시기의 전례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그리 소란스럽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순시기에는 기악의 연주를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부활시기와 성령 강림 또는 연중 시기와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사순시기를 위해 잘 선택된 그리 많지 않은 노래와 미사 중의 침묵이야말로 신자 개인이나 공동체가 더 깊은 묵상과 회개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사순시기의 전례적인 의미와 그 중요성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노래뿐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사순시기의 의미와 중요성을 드러내는 데는 음악 이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2) 이 시기 동안 전례를 위한 과도한 ‘주제 만들기’를 피해야 한다.

이 전례시기의 기본적인 주제는 이미 전례 안에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선곡하는 사람들은 미사에 맞는 주제를 찾으려고 성가집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미사 전례서』나 『미사 전례 성서』를 먼저 참조해야 한다. 특별히 입당 노래와 영성체 노래를 선택하려면 입당송과 영성체송에 포함되어 있는 후렴을 살펴보도록 한다. 이런 전례 기도문을 참조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사순시기가 내포한 주제는 아니더라도, 부수적인 주제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주제 역시 전례 안에서 노래를 통해 나타나야 한다.
 
3) 사순시기의 성가를 선택할 적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례시기의 근본적인 일관성이다.

곧 사순시기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순시기는 바로 부활시기 그리고 성령 강림 대축일로 연결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곧 사순시기-부활시기-성령 강림을 하나의 주기로 보는 것이다. 사순시기는 그냥 적당하게 할 수 있는 준비의 시기라고 생각하거나, 부활은 단순히 예수님의 부활 사건, 성령 강림 대축일은 부활 50일 뒤에 있는 성령의 내림만으로 생각할 수 없다. 이것들은 서로 연결되는, 일관성을 가진 시기이다.

그 일관성에 맞추어 『가톨릭 성가』의 ‘사순’, ‘부활’, ‘성령’ 등의 분류에 구애받지 않고 선곡할 수 있어야겠다. 어떤 노래는 그 주제로 보아 사순시기에만 적합한 것이 있는 반면, 다른 노래들은 오히려 부활이나 성령 강림에 어울리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이를 잘 살펴서 사순시기-부활시기-성령 강림으로 이어지는 일관성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순시기 전례 음악의 규칙으로 선곡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이 주기가 일관성 있게 또 전체적으로 계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가집에 제공된 성가 분류에 의존하지 말고 선곡자 자신이 직접 가사와 음악을 살펴 전례 정신과 신학적으로 맞는 음악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을 기르도록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연중시기와 음악
 
연중시기의 미사, 특별히 주일미사를 준비할 때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아마 음악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대축일들과 주일, 주님의 축일 등 많은 날을 경축하게 되기에 선곡을 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예배 공동체를 위해 음악을 선택하는 것과 관련한 일반적인 원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중시기 선곡을 위한 몇 가지 제언
 
1) 전례보다 신심(행위)에 더 적합한 노래들은 피하여야 한다.

전례와 신심은 구별된다. 전례란 교회의 공적인(공인되고 공동체적인) 기도이고, 신심(행위)은 그 본성에서 개인적인 기도의 한 형태이다. 비록 성전 안에서, 공동체가 거행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교회의 권위가 인정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모두 전례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각종 성월 기도, 성령 기도 모임 등은 미사 전례와 일곱 성사의 거행 그리고 성무일도를 포함하는 전례와는 다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신심 행사를 위한 노래를 미사 전례 때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한국교회는 이 점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아울러 ‘하느님과 나’의 개인적인 관계를 강조하거나 표현하는 노래들, 지나치게 감정적인 노래들, 그리고 공동체에 어울리지 않는 서정적인 가사를 가진 노래들은 전례에 부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2) 노래 가사를 사용하여 전례의 주제를 선정하여서는 안 된다.

전례의 기본적인 주제는 찬미, 감사, 청원 또는 간구(중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주제 이외에 만약 제2의 부수적인 주제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 주제는 반드시 전례문과 전례적인 문맥 안에서 찾아야 한다. 전례 기도문은 여러 가지를 우리에게 제공하기에 선곡자는 해당 미사의 전례 기도문(입당송, 예물기도, 영성체송, 영성체 후 기도)을 참고해야 한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날 전례의 여러 가지 기도문들은 다른 기도문을 해석하는 과정에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사 전례서』나 『미사 전례 성서』의 본문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중시기 때의 미사의 초점은 바로 이 핵심적인 본문에서 나오는 것이지, 결코 이 본문에 접목된 것이 아니다. 전례 외적인 것에서 미사 전례의 주제를 찾으려는 시도는 상당히 위험하다. 그렇다고 해서 연중시기 동안의 주일이나 평일미사에는 주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사 전례의 기본적인 주제는 이미 정해져 있다. 곧 찬미, 감사, 간구이다.

찬미와 감사를 드러내는(특별히 성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일반적인 노래들은 연중시기 전반에 걸쳐 적합하다. 또 주일의 성격을 경축하는 노래는 연중시기 주일미사에 잘 어울린다. 예를 들면 ‘창조의 날’, ‘부활의 날’, ‘성령께서 오신 날’을 언급하는 가사를 가진 노래는 연중시기 전체를 통해 아주 잘 맞는 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3) 노래 가사에 얽매이지 않을수록 좋다.

종교개혁으로부터 발전한 개신교의 많은 찬미가들은 로마 교회의 전례에서 보면 정말 낯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회중 찬미가는 신자들을 노래책에 의존하게 만들었고, 이런 경향은 전례에 대한 공동체의 체험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제 전례는 신자들이 눈으로 읽는 그 무엇이 되고 만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여러 곳에서는 되도록 노래책을 보지 않고, 곧 가사를 보지 않고 노래하는 것을 권장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노래 부르는 행위가 ‘머리로 하는 기도’에서 ‘마음으로 하는 기도’로 쉽게 변화시켜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사 전례 때에 노래하는 환호송들은, 신자들이 그 선율을 암기하지 않고서는 결코 기도문에 마음을 합할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전례에서 말하는 훌륭한 노래란, 신자들이 쉽게 부를 수 있고 외우기 쉬운 노래를 말한다. 물론 부르기 쉬운 노래라고 하여 결코 음악적으로 유치한 음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례 참여를 위한 이런 훌륭한 노래의 예로는 최근에 한국교회에도 널리 보급된 떼제(Taize) 음악을 들 수 있겠다. 가사와 선율이 암기하기 쉬워 신자들이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실어 노래하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 좋은 음악은 반복되어야 한다. 여러 다양한 노래들을 번갈아 부른다고 언제나 전례 생활에 향기를 더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노래는 노래 부르는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게 해주며, 다시 그 곡을 노래할 때에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4) 미사 전례 각 부분의 기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당 노래에서 퇴장 노래에 이르기까지 각 노래가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난 2월 호와 앞으로 연재하게 될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사목, 2005년 3월호, 주교회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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