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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토마스 의원님·바오로 의원님, 부끄럽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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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13-05-10 ㅣ No.587414

        토마스 의원님·바오로 의원님, 부끄럽지 않으세요?
              [주장]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여러분께 처음으로 쓰는 편지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여러분께 편지 한번 드립니다. 비록 미미한 문명(文名)이나마 글쟁이 명색으로 40년 넘게 글을 써오고 있지만, 국회의원 여러분께 편지를 쓰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회의원들 중에 천주교 신자이신 분들이 있고, 나 또한 천주교 신자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중에 나와 교우지정을 나눌 수 있는 천주교 신자, 형제자매님들이 많다는 사실을 일단은 기쁘게, 또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역사를 만들어가는 제19대 국회의원들 중에 천주교 신자는 자그마치 73명이나 됩니다. 전체 의석수에서 24.3%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민주통합당에 가장 많은 43명이 속해 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도 28명이나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 124명(41%)에 비하면 매우 적지만 불교 신자 50명(19%)보다 훨씬 많습니다. 속된 표현으로 여의도 정가에서 천주교의 ‘파워’를 구현해볼 만도 합니다.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수가 73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하느님 성령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인지 지난해 9월 4일 국회에서 ‘제19대 국회 가톨릭신도위원회’가 창립된 사실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주교님이 집전하신 미사를 지내며 성체를 모심으로써 다시 한 번 예수 그리스도님과 일치를 이루고 성령의 성전들이 되신 가운데 창립총회를 가졌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복된 일입니까.    

‘제19대 국회 가톨릭신도위원회’ 창립총회 관련 사진들과 천주교 신자 의원 명단을 보면서 나는 일종의 자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한구(토마스 데 아퀴노) 새누리당 원내 대표와 문희상(바오로)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하여 의정 활동을 열심히 잘하는 비중 있는 인물들이 많다는 사실은 내게 ‘모종의 기대’마저 갖게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들이 노상 따로따로 놀지 않고, 또 통상적인 의정 활동이나 정당 활동 쪽으로만 매진하지 않고 하느님 신앙 안에서 함께 교우지정을 나누며 복음정신에 따른 공동선을 좀 더 효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가톨릭신도위원회’를 결정했다는 사실은 정녕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에게 어떤 희망과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일임을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거리의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님과 함께하는 ‘거리미사’ 

  

▲ 대한문미사 / 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행된 5월 9일의 ‘대한문미사’ 장면  
ⓒ 전재우

충남 태안에서 살고 있는 나는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을 갑니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는 월요일 저녁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된 ‘거리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했고, 지난해 7월부터는 ‘대한문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올해 연세 아흔이신 모친을 모시고 사는 관계로, 과거 암투병도 하셨던 노친의 건강 문제 때문에 요즘에는 월요일 서울행을 본의 아니게 거르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고 죄스러운지 모릅니다.

고생스럽게 서울을 가서 ‘대한문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천주교 신자로서의 큰 자부심을 다시금 확인하곤 합니다. 나는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 안에서 편안히 앉아 미사를 지낼 때보다 대한문 앞이나 어느 길거리, 눈물어린 삶의 현장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할 때 내가 그리스도 신앙인임을 더욱 뜨겁게 자각하곤 합니다.

내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 그리스도님의 삶과 복음 안에서 믿음과 희망을 안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에서 큰 행복감과 위안을 얻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힘도 없는 작고 미약한 존재지만, 부당하고 가혹한 국가폭력과 자본의 횡포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며 작게나마 연대할 수 있다는 그 사실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체감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을 늘 존경의 눈으로 보곤 합니다. 우리 교회 안에 정의구현사제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릅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에게서, 또 미사에 함께 하는 수녀님들과 형제자매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서 예수 그리스도님을 체감하곤 합니다.

거리의 목자이셨던 예수님께서는 아름답고 웅장한 성전보다 대한문 앞과 세상 곳곳의 눈물어린 현장 안에 더욱 생동하는 모습으로 계시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성당 안에 편안히 앉아 미사를 지낼 때 갖게 되는 이상한 죄스러움, 저 대한문 앞과 세상 곳곳의 눈물 어린 현장에서 예수님을 체감하며 미사를 지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자꾸만 대한문 앞과 이곳저곳의 ‘생명·평화미사’에 참례하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울러 나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성당을 다니고 기도생활에 충실하더라도 대한문미사와 세상 곳곳의 눈물어린 현장에서 거행되는 미사를 외면하거나 무시하거나 부정한다면, 내 신앙은 온전한 신앙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교회가 대한문미사와 세상 곳곳의 현장미사를 신자들에게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신자들은 그런 미사가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아도 무관심 속에서 남의 일로 여기며 산다면, 그런 교회와 신앙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깊은 회의에 젖어들기도 합니다.          

정치인으로서, 천주교 신자로서 부끄럽지 않습니까?

  

▲ 대한문미사 / ‘대한문농성촌’이 불타고 또 서울시 중구청에 의해 쌍용자동차 희생자분향소가 강제 철거된 것을 계기로 지난 4월 8일부터는 ‘대한문미사’가 매일 거행되고 있다.  
ⓒ 전재우

대한문미사에 참례하면서 때로는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님들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되었던 2010년 11월의 대규모 ‘생명·평화미사’ 때는 신자 국회의원님 여러분을 뵌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한 번도, 한 분도 뵙지를 못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 ‘대한문미사’에 참례해오면서 신자 국회의원님들을 보고 싶은 나 혼자만의 열망을 가슴 깊이 품어왔지만, 아직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의정 활동과 정당 활동에 몸과 마음이 바쁘신 것을 잘 압니다. 의정 활동과 정당 활동 외로도 이런저런 일로 늘 분주하게 생활하시리라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바쁜 가운데서도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망각하지는 않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물론 신앙생활을 제대로 못하시는 분들도 계실 터이고, 무늬만 신자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선거 때 득을 보기 위해 천주교 신앙을 장식품으로 차용한 분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박근혜(율리안나) 자매님처럼 세례 받을 때의 신앙 결심과 다짐, 하느님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신자 아닌 신자’로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다수는 천주교 신자임을 당당히 내세우시는 분들입니다. 언론사들에 신상 정보를 제공할 때 ‘종교’를 명확하게 표기하신 분들입니다. 또 ‘제19대 국회 가톨릭신도위원회’에 기꺼이 참여하신 분들입니다.

그렇다면 천주교 신자로서의 책무 같은 것도 많이 생각하셨을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입법기관이며,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은 그대로 민주주의의 표상입니다. 나라와 국가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 큰일을 하며 사시는 분들입니다. 그렇기에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소명도 그만큼 클 것입니다. 자신의 직분과 역할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복음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도 당연히 크실 것으로 믿습니다.

그것을 믿기에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여러분께 대한문미사에 참례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서울 중구청이 용역들을 동원하여 경찰의 방조와 보호 아래 대한문 분향소를 강제 철거해버린 사건을 계기로 지난 4월 8일부터는 대한문미사가 매일 봉헌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사참례는 과히 어렵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이미 대한문미사의 연유와 사정들을 다들 잘 아시겠지만, 그렇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대한문미사에 직접 참례하시면서 얻게 되는 질감은 분명히 많이 다를 것입니다. 눈물어린 현장에서 접하는 하느님의 메시지는 강렬한 영감과 새로운 의지를 갖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사회공동선을… 의원들의 ‘존재증명’이 필요한 때

  

▲ 대한문미사 / 생업 현장인 쌍용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해고 노동자들의 간절한 소망은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 전재우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인 양 회계조작으로 세상을 속이고 26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일시에 해고해버렸던 전대미문의 사건이 지금도 대한문 앞에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당 해고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궐기한 노동자들을 가공할 정도의 무자비한 국가폭력으로 제압해 버렸던 사건의 후유증이 지금도 대한문 앞에서 지속되고 있습니다.

생업을 잃고 생계가 막막한 상황 속에서 절망과 고통과 치욕감을 감내할 수 없었던 노동자와 가족들이 4년 동안 24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는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져도 4년 동안 아무도 치유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뿐만 아니라 대한문 옆에 마련해놓은 24명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분향소마저 공권력으로 강제 철거해버리는 나라가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입니다.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여러분, 오늘의 이런 현실이 옳다고 보십니까? 정치인으로서, 또 천주교 신자로서 부끄럽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정치입니까? 그런 정치를 왜 하십니까? 사회의 약자들을 계속 벼랑 끝으로 내모는 정치, 부자와 강자들의 부당한 이익에는 눈을 감고 분배 정의와 상생 쪽으로는 적극적인 의지와 비전을 갖지 못하는 정치가 과연 올바른 정치일까요?

어떤 성격의 정권이건 간에 정권이 바뀌면 화해와 쇄신의 바람이 불기 마련입니다. 집권 초기에는 뭔가 새로운 기풍을 이룩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퇴보와 복고의 음울한 기운이 창조니 미래니 행복이니 경제민주화니 하는 기만적인 너울을 걸치고 우리 사회를 이상하게 옥죄는 형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여러분들의 ‘존재증명’이 필요하다도 생각됩니다. 지난해 11월 ‘가톨릭신도위원회’도 결성했으니, 천주교 신자 의원들만이라도 정파를 초월하여 세상 사물을 ‘하느님의 눈’으로 보려고 하며 하느님 신앙 안에서 사회공동선을 이룩하려는 일에 나선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쌍용자동차 문제를 언제까지 그대로 방치하시겠습니까? 공권력으로 대한문 농성촌과 분향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화단을 조성했다고 해서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되거나 온전히 감추어지겠습니까? 그것은 또 다른 치부요, 손으로 태양을 가리는 짓을 뿐입니다.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님들께서 한번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 이번 기회에 천주교 신자로서 존재증명을 한번 해보십시오. 정파를 초월하여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님들 모두 함께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좋은 일일 것입니다. 같은 신자로서,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13.05.10 11:55 l 최종 업데이트 13.05.10 11:55l지요하(sim-o)
태그 : 대한문미사,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국회 가톨릭신도위원회,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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