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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교회] 정하권 몬시뇰에게 듣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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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2-02 ㅣ No.546416

정하권 몬시뇰에게 듣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하)

“잠자는 교회도 깨어난 교회도 평신도가 만든다”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지 적지 않은 세월이 흐른 요즘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시간을 쪼개서라도 찾아다니고 있는 정하권 몬시뇰(85)은, ‘제2차 바타칸공의회’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나침반이다.

“아무리 복잡하고 먼 곳이라 해도 나침반만 잘 보고 찾아가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무리 좋은 나침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쓸 줄 모른다면,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헛것이나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정 몬시뇰의 생각은 보편교회를 비롯해 각 지역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제2차 바티칸공의회라는 똑같은 나침반이 주어졌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참 무서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마치 탈렌트의 비유에서처럼, 각자에게 주어진 탈렌트를 제대로 선용하지 못한다면 그나마도 빼앗기고 주인의 집에서도 내쫓긴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우리 교회를 보십시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아는 사목자가 얼마나 되며, 또 그것을 사목 현장에서 실천하는 이들이 얼마나 됩니까.”

신학교 재직시절 직접 가르침을 준 제자만 700명이 넘는 정 몬시뇰은 사목 일선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가르침은 씨앗일 뿐이고, 뿌려진 씨앗을 가꿔 열매를 거두는 건 각자의 몫임에도 그 씨앗들이 메말라가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원로 신학자의 눈길은 다시 시공을 뛰어넘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는 잘 몰랐지만, 유럽교회 신자들은 공의회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컸습니다. 현지 교회 매체들도 공의회에 대해 많은 부분을 다루며 교회에 끼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맏딸이라는 프랑스와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교회의 관심이 컸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리던 때 한국에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사장으로 있던 가톨릭신문과 일반 언론으로는 동아일보 정도가 공의회 소식을 전하는 형편이었다.

“당시 교황청 성무성성 장관(지금의 신앙교리성) 알프레도 오타비아니(Alfredo Ottaviani, 1890~1979년) 추기경이 교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주관했습니다. 추기경은 전례에 대한 토론에서 가톨릭 신학의 성경과 성전을 전례 개혁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전례를 둘러싼 논쟁은 공의회 안에서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전례헌장과 관련해서는 참 많은 관심이 표현됐습니다. 공의회에 참석한 교부들도 전례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전례도 쇄신이라는 큰 물줄기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공의회에서 혁명적 변화라고까지 할 수 있는 개혁이 단행돼 전통적인 전례용어와 외형 등에 과거 볼 수 없었던 손질이 가해졌다. 전례 속에 민족적 독창성을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라틴어로만 행해지던 전례 부분에 자국어가 쓰이게 되고, 전례가 사제만의 일이 아니고 신자도 참여하도록 강조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공의회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는 ‘평신도들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의 길을 터놓았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각 지역 특수성에 따라 전례가 신앙생활의 활력소가 되도록 만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평신도들은 라틴어로 봉헌되는 미사에서 사제의 뒷모습을 보며 참례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도 유럽교회와 한국교회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프랑스에서는 매주 미사를 드리러 다니는 이들을 ‘광신자’라고 불렀으니 우리와는 적잖은 괴리가 있는 셈이었지요.”

신앙에 충실한 ‘광신자’일수록 교회 쇄신에 강한 열망을 보이던 모습이 당시 30대 유학 사제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사목헌장과 관련해 평신도들의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다른 교파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마 이를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침식해간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중세의 어두웠던 기억이 떠올랐을 지도 모릅니다.”

원로 신학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사상인 ‘친교의 교회론’ 개념이 이후 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정 몬시뇰은 교회 행정과 생활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교회론을 통해 평신도들의 교회 참여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회도 평신도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일반 신자들의 향배에 민감해야 합니다.”

공의회 정신은 교회 쇄신을 위해 쇄신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평신도라는 인식으로 이끈다. 이는 교회의 절대다수인 평신도들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을 말할 수 없고, 특히 세상에서 복음을 실천하고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며 이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평신도들의 자각과 쇄신은 절대 불가결의 요소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교회가 이 세상에서 어느 정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느냐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평신도들의 자질과 노력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공의회는 ‘잠자는 교회도, 깨어난 교회도 평신도가 만든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례 개혁 후 미사 전례는 교회인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성이 강조됐다. 또한 평신도의 참여와 자발성이 더욱 확대됐다. 사진은 지난 12월 24일 대구 삼덕젊은이본당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에서 한복을 입은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제대 위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장면.


“교회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장 큰 유산 가운데 하나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알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교회 생활에서 갈수록 사제들의 역할이 줄어들고 평신도들의 몫이 강조되고 있지만 사제나 평신도나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회의적인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말로는 공의회 정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상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고자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 몬시뇰은 공의회 정신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 가운데 신학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만 평신도가 성직자, 수도자들과 함께 대등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올바른 정체성을 세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제가 교회의 모든 일을 다 책임질 필요 없습니다. 독일, 프랑스 등 서구교회에서는 이미 평신도들이 교회 내 주요기관의 책임을 맡아 훌륭한 몫을 해내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그런 모습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평신도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노사제는 사제들의 신원과 관련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제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회를 잘못 알고 그리스도를 잘못 알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리스도 중심주의’가 우리 교회 안에 튼튼히 뿌리내릴 때 교회 쇄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결국 사제들부터 쇄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한국교회 안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은 교회 생활과 동떨어진 요란한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경고와도 같다.

정 몬시뇰은 절차와 형식에 기울어진 듯한 한국교회 풍토도 날카롭게 꼬집었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유독 절차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에 더 관심을 두고 그를 통해 신앙을 키워나가기보다 형식적인 면을 더 따지다 보면 자칫 신앙의 본질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는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 나가기 쉽지 않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담겨 있는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라는 원로 신학자의 조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나침반입니다. 이 나침반으로 무엇을 찾아, 어떤 길로 나아갈 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1월 8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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