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O양 비디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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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gloria73] 쪽지 캡슐

1999-04-07 ㅣ No.94

이 글을 쓰기전에 많이 망설였고, 사실 지금도 두려움이 앞선다. "O양 비디오" 아마 이 비디오에 대해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쉬리(또는 타이타닉)와 관객동원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그 관객중의 하나이다.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보게되었다. 물론 안 볼수도 있었지만.... 글쎄, 굳이 핑계를 만들자면 호기심과 군중심리때문에 보고싶은 유혹을 버리지 못했다고나 할까.... 구하기도 힘든 비디오를 본 행운(?)을 누렸지만, 나는 지금 너무도 후회스럽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실망감 또한 이루 말할수 없다.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신앙인이기전에 사람으로서 사람에게 지켜야할 도리를 저버린 느낌이다. "O양 비디오"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그들의 행동에 대해 너무도 쉽게 말하고 평가한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윤리,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평가 할 수 있을까? 그들의 행동이 '지저분하네, 더럽네'하며, 마치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죄인으로 취급해버릴 자격이 있을까? 부모 형제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에 기웃거리며 훔쳐보는 것을 즐기는 우리는 얼마나 윤리적인가....? 우리에게는 그들을 평가할 아무런 자격이 없다. O양이 연기자로서, 여자로서의 인생은 끝났다고 우리와 상관 없듯이 말하지만, 우리가 그녀의 인생을 망쳐놓은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볼거 다 보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사실 내게도 무엇이 옳고 그른 일인지에 대해 말할만한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를 한번정도는 똑바로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생활을 침해당하거나, 우리의 인격이 조금이라도 무시되는 일이라도 당하면 크게 분노하면서, 너무도 쉽게, 조금의 죄의식도 없이 남의 사생활과 인격은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린다. 너무도 이기적이고, 잔인한 나. 그리고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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