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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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서 생긴 일 - 첫 마음, 그리고 셔츠 한 장에 40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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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19-12-15 ㅣ No.96615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2247 

 

세탁소에서 생긴 일 - 첫 마음, 그리고 셔츠 한 장에 40 달러

 

 

 

 

정신없이 2 주일이 지났다.


우리 세탁소에서 20 여년 함께 일하던 에프렌이

일을 그만두겠다고 11 월 초에 내게 말했을 때

걱정이 아주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한 편으로는 환호성이 터지려는 것을 참아내기가 힘이 들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에프렌은 11 월 마지막 토요일로 우리 세탁소를 떠났다.

그래서 나와 다른 직원 하나가 그의 일을 해야 했기에

몸과 마음을 지난 2 주일 동안 최대한 가동해야 했다.

그래서 슬슬 이 체제가 슬슬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20 여년을 한 분야에서 일을 하니 

에프렌은 세탁 전문가라고 말함에 주저함이 없다.

거기다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하기에 흠을 잡을 수가 없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늘 제자리 걸음을 하고 한 걸을 더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그런 점은 나도 마찬가지여서 비난에서 나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한 마디로 우리 세탁소는 더 이상 발전을 하지 않고 

흐르는 물 위에 동력이 꺼진 배처럼 퇴보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사람이 모자른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모든 일에 집중을 하게 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든 일을 미리 해 좋으니

일을 할 때는 바쁜 것 같지만 손님들에게는

여유를 가지고 높은 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옷을 받을 때부터 꼼꼼하게 살피고

세탁과 프레스가 끝난 옷을 포장할 때 내 손으로 하니

마지막 검사까지 세심한 눈길이 가게 된다.

그래서인지 제법 손님들의 만족도도 높아진 것 같다.

한 마디로 2 주일 동안 마지못해

열심히 그리고 성심을 다 해 일을 했다.

세탁소를 열 때의 그 마음을 찾은 것이다.


어제 오후 두 시 쯤 한 청년이 셔츠 한 장을 들고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청년은 셔츠 한 장을 저녁 때까지 세탁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일단 너무 늦어서 해 줄 수가 없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니 그 청년은 아주 간절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청을 하는 것이 아닌가.

저녁에 회사 동료들과의 파티가 있는데

그 셔츠를 꼭 입어야겠다는 것이다.

아주 특별한 맞춤 셔츠인데 입으려고 보니 아주 좋지 않은 상태여서 

우리 세탁소를 찾아왔다는 설명을 덧대었다.


나는 대충 그 셔츠을  훑어보았는데

비교적 깨끗했으나 아래 쪽 에 까만 스테인이 여러 개 깨알처럼 묻어 있었고

자세히 보니 누런 얼룩이 그 위에 그리고 소매에 꽤 넓게 번져 있었다.


내년이면 30 년이 되는 나의 세탁소 나이테에

세월이 흐르며 참 많은 때가 묻었다.

손님의 편의보다는 내 위주로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청 같은 것은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고 말았다.


세탁소 처음 열었을 때 손님을 기다리던 그 간절함,

그 열정 같은 것이 내 속에서 올라왔다.


마침 어제 해야 할 일은 거의 끝나갈 때였으므로

그 청년의 청늘 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했다.

 

"일단 내가 세탁을 하긴 하나 

셔츠의 얼룩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모르는 상태이고

더군다나 너무 시간이 촉박해서 

깨끗하게 빨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세탁을 해서 얼룩이 빠지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을 것이나

만약 깨끗하게 빨아지면 네 만족과 행복에 해당하는 값을치뤄라.

Deal?"


그 청년은 안심한 표정을 짓고 돌아갔다.


나는 카운터가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서 셔츠를 세탁을 했다.

한 오 분 정도 사투를 한 뒤에 보니

얼룩이 가뿐히 사라졌다.

세탁기에 넣고 빤 뒤에 다려놓고 보니 아주 근사하게 셔츠는 생명을 되찾았다.

그럴 때 세탁소를 하는 보람이 나타난다.

힘이 드는 노동 뒤의 감정의 보상인 것이다.

 

세탁이 끝났으니 셔츠를 찾아가라는 문자를 그 청년에게 보냈다. 

그 청년이 나타난 것은 문자를 보낸 지 10 분이 막 지나서였다.

자기 샤츠를 본 청년은 환한 미소로 안도와 만족감을 숨기지 않고 나타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청년은 100 달러 지폐를 내게 건네려고 했다.

 

셔츠 한 장 세탁하는데 무려 100 달러!

 

그러나 그건 경우에 맞지 않았다.

노동자 하루 일당이었다.

너무 많다고 하니 40 달러를 꺼냈다.

나도 만족하고 그 청년도 행복한 액수였다.

 

셔츠 한 장 세탁에 40 달러를 벌었다.

그 청년도 만족했고 나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 40 달러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데 쓰일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또 행복해지는 오늘 아침이다.

어제 하루 종일, 그리고 밤을 지나 

가게 문은 열고 시작한  글을 마치는 이 시간까지

비는 쉬지 않고 내리고 있지만

맑은 햇살이 내 마음 속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하는 

오.늘. 아.침

 

 

첫 마음/정채봉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 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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