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지식채널e - 아이들은 기억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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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inuit-] 쪽지 캡슐

2011-09-18 ㅣ No.1491

 

 

 

  

 

  

근 30년 동안 나는 밖에서 직장에 충실했고 아내는 안에서 살림을 했다.

소위 살림이라는 것이 해도 해도 표 안 나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몸만 녹아나는 일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땐 전혀 몰랐다.

아내는 살림의 고충을 심각하게 토로한 적이 거의 없었고, .

이제 와 생각하니 아내의 그 수고스러움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나는 아내에게 조력자가 아닌 또 하나의 아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어제 제가 엄마한테 선물 사자고 계속 말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샀대요.”

“그래서 네가 서운했어?”

“네.”

“그래서 네가 어젯밤에 할아버지 위로해주려고 돌아왔던 거야?”

“네.”

고작 만 네 살 난 녀석의 마음 씀씀이에 울컥 목이 메고 눈이 시큰해졌다.

이날 도헌이는“할아버지 생신 축하해요.”라는 글자가 분명한,

색종이에 추상화처럼 그린 생일축하카드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그 카드를 거실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장식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내가 손자에게서 처음으로 받은 생일카드인 것이다

 

 

 

어린 것들은 오는 시간을 안달하며 재촉한다.

재촉하는 모양새가 대견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어린 날의 시간은 왜 그리도 천천히 흘렀던 것인지.

지금은 왜 시간이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흐르는 것인지.

지금은 너희들이 시간을 쫓아가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너희들을 쫓아올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시간을 아껴서 후회 없이 온전히 그 시간을 누리거라. 

 

 

정석희 님의 "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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