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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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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inuit-] 쪽지 캡슐

2011-08-28 ㅣ No.1484

  

 

Thing 17   교육을 더 잘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육을 잘 받은 노동력은 경제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교육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루어 낸 눈부신 경제적 성공과

세계에서 가장 학력이 떨어지는 지역 중의 하나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침체를 비교해 보면

이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지식이 부의 주요 원천이 되는 이른바 ‘지식 경제’가 출현하면서

교육, 특히 고등 교육은 번영으로 가는 열쇠가 되었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높은 교육 수준이 국가 번영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사실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산업화된 나라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놀랍게도 선진국 중 가장 낮아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다른 부자 나라 대학 진학률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은 사람들이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산성 향상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또 지식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이 경제 발전에 필수 요소가 되었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우선 지식 경제라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다.

역사적으로 지식은 언제나 부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탈산업화와 기계화가 진행되면서

선진국의 대다수 일자리에서 꼭 필요로 하는 지식 요건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지식 경제에 더 중요하다는 고등 교육도

그것이 경제 성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Thing 18.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기업이야말로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활발한 기업 활동이 없으면 경제도 활력을 잃고 만다.

따라서 기업에 좋은 것은 나라 경제에도 좋다. 세계화와 함께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설립과 경영을 어렵게 만들거나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만드는 나라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잃게 되고, 결국은 뒤떨어지고 만다.

정부는 기업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기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규제가 기업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천연자원이나 노동력과 같이 기업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동의 자원이 파괴되지 않도록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기업 부문 전체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기도 한다.

또 각 개별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끼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도 있을 수 있다.

노동자 교육 규정 같은 것이 그런 예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 규제의 내용이지 양이 아니다.


 

  

 


Thing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경제 계획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복잡한 현대 경제 시스템에 계획이라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비중앙 집중적 의사 결정만이 언제나 수익 창출의 기회를 노리는 개인과 기업에 기반을 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복잡한 현대 경제를 지탱해 줄 수 있다.

우리는 이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무엇인가를 계획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획은 적을수록 더 좋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도 계획되는 부분이 많다.

공산주의 경제의 중앙 계획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의 정부 역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모든 자본주의 정부는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자본주의 정부가 국영 기업의 사업 방향을 정하는 방식으로 경제의 상당 부분을 계획한다.

부문별 산업 정책을 통해 미래의 산업 구조를 계획하는 경우도 많으며,

심지어 유도 계획(indica-tive planning)을 통해 국민 경제의 미래 모습까지 설계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국경을 넘나들 정도로

 큰 규모의 위계질서를 갖춘 대기업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기업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입각해 경제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계획의 수립 여부가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한 계획을 하는지에 달려 있다.

 

 

 

 

 

Thing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평등도 평등 나름이다.

노력과 성취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상할 경우

재능 있고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성취동기를 잃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결과의 평등인데, 결코 좋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그 증거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평등은 기회의 균등이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 분리 정책이 한창일 때

우수한 흑인 학생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학생들이 다니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균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역차별 정책을 사용해서 단지 흑인이라거나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질이 못 미치는 학생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 역시 부당하고 비효율적이다.

이런 식으로 결과의 평등을 추구할 경우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굶기지 않을 정도로는 돈을 벌 수 있어야(결과의 균등)

그 아이도 같은 조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소득, 교육,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Thing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큰 정부는 경제에 좋지 않다.

복지 국가는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조정 비용을 부자들에게 부과함으로써

보다 편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실업 보험, 의료 혜택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을 추진할 돈을

부자들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확충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부자들은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의욕을 잃게 될 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활력이 없어진다.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장의 현실에 적응할 필요를 못 느끼고,

따라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맞춰 직업 및 직무 형태를 전환하는 것도 늦어진다.

공산주의 경제 체제가 실패한 것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생기 넘치는 미국 경제와 비대해진 복지 정책에 눌려 활력을 잃은 유럽 경제를 비교해 보라.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것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보호 무역에 대한 요구가 덜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해도

실업 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에 반해 미국 사람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생활이 심하게 어려워질 뿐 아니라

다시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복지 정책이 가장 잘 갖춰진 나라들이

이른바 ‘미국의 르네상스’라 부르는 1990년 이후에도 미국과 비슷한 성장을 하거나

심지어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Thing 22. 금융 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금융 시장의 급속한 발달 덕에 우리는 자원을 신속하게 분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국, 미국, 아일랜드 등 금융 시장을 자유화하고 개방한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이

좋은 경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덕분이었다.

자유로운 금융 시장을 보유한 경제는 변화하는 기회에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고,

이는 결국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 일부 금융 기관의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행태로 인해

금융 부문 전체가 오명을 쓴 것도 사실이고, 특히 위에 언급한 나라들에서

이런 일들이 더 불거져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금융 위기가 있었고,

그 위기의 규모가 좀 컸다고 해서 금융 시장을 규제하는 쪽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효율적인 금융 시장은 한 나라 번영의 열쇠이기 때문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현대 금융 시장의 문제는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데에 있다.

최근의 금융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새 금융 상품들 덕에

금융 부문은 금융 자산 보유자들을 위한 단기 이윤 창출에는 더 효율적이 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도 보았듯이 이 새로운 금융 자산들은 금융 시스템뿐 아니라

경제 전반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게다가 금융 자산의 유동성을 이용해 자산 보유자들은 작은 변화에도 빨리 반응을 하기 때문에

실물 경제 부문의 기업들은 장기적 발전에 필요한

‘기다려 줄 줄 아는’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 사이에 존재하는 속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즉 금융 시장의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Thing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이론이 아무리 그럴싸해도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많은 부분 그것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의 능력에 달렸다.

다른 나라들도 간혹 그렇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의 정부 관료들은 경제학 훈련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좋은 경제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경제학 지식이 필수적인데도 말이다.

그런 관료들은 자기의 한계를 깨닫고 선별적인 산업 정책 등 ‘어려운’ 정책에 손대지 말고,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는 ‘쉬운’ 자유 시장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자유 시장 정책은 일거양득이다.

가장 좋은 정책일 뿐 아니라 관료의 자질에 그다지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좋은 경제 정책을 수행하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경제를 가장 잘 운영한 경제 관료들은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기적’적인 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일본, 그리고 일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도

경제 정책은 법대 출신들이 맡았다. 타이완과 중국에서는 공대 출신들이 이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경제가 성공하는 데 경제학, 특히 자유 시장 경향의 경제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꼭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자유 시장 경제학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실적이 저조해졌다.

성장률 감소, 경제 불안정성과 불평등 악화,

그리고 급기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몰아온 주범이

바로 이 자유 시장 경제학인 것이다. 정책 입안에 경제학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 경제학은 자유 시장 경제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경제학이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2008년 위기를 불러올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사실 그들은 1982년 제3세계 채무 위기, 1995년 멕시코 페소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

1998년 러시아 위기 등 1980년대 초 이후 크고 작은 수십 개의 금융 위기에도 책임이 있다.

금융 규제 철폐와 무제한적 단기 이윤 추구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해 준 것이 바로 그들이다.

더 넓게 생각하면 그들은 경제 성장의 둔화, 고용 불안과 불평등 악화,

그리고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괴롭혀 온 잦은 금융 위기를 불러온 정책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주장해 왔다.

그에 더해 그들은 개발도상국의 장기 발전 전망을 약화시켰다.

부자 나라에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도록 유도했고,

사람들의 생활을 점점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으며,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이 상실되는 현상을 모르는 체하도록 했고,

탈산업화 현상에 안주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할 만한 경제 현상들,

즉 점점 심화되는 불평등, 지나치게 높은 경영자들의 보수,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극심한 빈곤 등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의 본성과 각자 생산 기여도에 따라 보상받을 필요성을 감안할 때

모두 피할 수 없는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다시 말해 경제학은 그저 실생활에서 동떨어진 것 이상의 우를 범한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경제학이 한 짓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해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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