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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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꿈도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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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3-16 ㅣ No.4622

3월 17일 사순 제2주간 월요일-루가 6장 36-38절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비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를 받을 것이다."

 

 

<주제에 꿈도 크네>

 

언젠가 한 아이를 저희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법정에 직접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이의 재판을 맡았던 담당 판사님은 다른 판사님과 달라도 보통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아이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요!"하고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때 저는 속으로 "짜식, 주제에 꿈도 크네. 사고나 더 이상 치지 마라"고 비웃었는데, 판사님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판사님께서는 "그래 너는 아주 좋은 꿈을 가지고 있구나. 네 꿈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좋은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런데 자꾸 오면 되겠니? 그리고 뒤에 서 계신 어머님이나 신부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고생이시냐? 어머님은 혼자서 너를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시는데, 네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래서 되겠니?"

 

그 순간 제 옆에 서 계시던 아이의 어머니가 작게 흐느끼기 시작했고, 그 소리를 들은 아이도 따라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다시 한번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은 아무리 막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비의 마음입니다. 아무리 비참해 보이고 가능성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의 마음입니다.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떠나간 한 마리 어린양을 찾아 길을 나서는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바로 우리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올바른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우선적인 일은 하느님의 마음을 알려는 노력입니다. 결국 그분이 얼마나 자비로우신 분인가를 알려는 노력입니다.

 

물론 우리의 하느님은 불의 앞에 진노도 하시고 때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 때는 가차없이 책벌도 하시는 정의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정의의 배경에조차 우리 인간을 너무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자비와 연민의 하느님이 자리잡고 계십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을 존경하고 그분 앞에 복종할 수는 있지만 그분을 사랑할 수 없을 때,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다시 또 없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이 자비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은 우리 일생일대를 건 과제입니다.

 

그 깨달음에 이르는 순간야말로 우리가 진정한 신앙인이되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영성생활이 한 단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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