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 (일)
(백)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9-16

스크랩 인쇄

김경선 [inuit-] 쪽지 캡슐

2011-08-28 ㅣ No.1483

  

 

Thing 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세계 경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특히 부자 나라에서 더 두드러지는 현상이지만

최근까지 자본주의의 동력이었던 제조업은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과 함께

금융 산업이나 경영 컨설팅과 같은 생산성 높은 지식 기반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제조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선 나라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서비스 제품이 주 생산품 자리를 차지한다.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다.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이 점점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개발도상국들도 사양길에 접어든 제조업 산업 단계는 아예 건너뛰고

서비스에 기초한 탈산업형 경제 구조로 바로 진입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수도 있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들 중 대다수가 이제는 공장에서 일하는 대신 상점이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가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러나 제조업 부문이 덜 중요해졌다는 의미에서 탈산업화 시대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오산이다.

총생산에서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것은 대부분 제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가격이

서비스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지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량이 줄어서가 아니다.

이렇게 제조업 생산품의 가격이 낮아진 것은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투입 단위당 산출량)이

서비스업 분야보다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탈산업화 현상이라는 것이 서비스 부문과 제조업 부문이

서로 다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따라서 그 자체로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향상과 국제수지 면에 끼치는 나쁜 영향을 무시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

개발도상국들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뛰고

탈산업화 단계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허상에 불과하다.

서비스 산업은 생산성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다.

또 서비스 상품은 교역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서비스 산업에 기초한 경제는 수출 능력이 떨어진다.

수출에서 얻는 수입이 적으면 해외에서 선진 기술을 사들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경제 성장의 속도도 느려진다.


 

 

 

 

 

Thing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경제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활수준을 자랑한다.

시장 환율을 적용할 경우 미국보다 1인당 소득이 더 높은 나라가 몇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이 달러가 되었든 유로가 되었든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다른 부자 나라에 비해 미국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도시국가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 미국보다 더 생활수준이 높은 나라는 없다.

이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미국이 자유 시장 경제 시스템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하고 있어서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따라 하려 애쓰는 것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평균 소득으로 따져 볼 때, 미국인들은 룩셈부르크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재화와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구매력이 가장 높다.

그러나 소득 분배가 극도로 불균등한 미국과 상대적으로 소득 분배가 고른 다른 선진국을

이렇게 평균 소득만으로 비교해서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짐작하기가 어렵다.

이 불균등한 소득 분배 현상은 미국의 건강 지표가 좋지 않고 범죄율이 높은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훨씬 더 오래 한다.

같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미국인들보다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진다.

미국인들처럼 여가 시간보다는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유럽인들처럼 물건을 더 살 돈보다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단연 더 높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Thing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다. 나쁜 기후는 심각한 열대병 문제를 낳고,

지리적 조건도 열악해서 항구도 없는 내륙 국가가 많으며,

이웃 나라들은 시장 규모가 작아 수출 기회가 적은 데다

잦은 무력 충돌 사태는 쉽게 이웃 나라에까지 번지곤 한다.

천연자원이 너무 많아 사람들이 게으르고 부정부패와 갈등의 소지가 높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러 민족으로 갈라져 있어서 통치하기가 어렵고,

민족 간 갈등은 쉽게 무력 충돌로 번진다.

투자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대로 갖춰진 제도가 없고,

좋은 문화도 뿌리를 내리지 못해 사람들은 근면, 저축, 협동이라는 것에는 관심도 없다.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아프리카는 1980년대 이후

상당한 강도의 시장 자유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세계 여타 지역과는 달리 성장을 하지 못했다.

 아프리카는 해외 원조 없이는 발전 가능성이 없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아프리카가 늘 정체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위에서 열거한 모든 구조적 문제가 그대로 있었고

경우에 따라 더 심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아프리카는 상당한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발목을 잡는다고 간주되는 구조적 문제들 중 대부분은

오늘날 부자가 된 나라들도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다.

나쁜 기후(극지 기후, 열대성 기후), 내륙 국가, 풍부한 천연자원, 민족 분쟁,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 등 그야말로 빠진 것 없이 다 갖추고 있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아프리카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만 이런 장애 요인들이 낳는 문제를 처리할 만한

기술적, 제도적, 조직적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아프리카의 정체를 불러온 진짜 요인은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하도록 강요받았던 자유 시장 경제 정책이다.

역사나 지리적 요건과는 달리 정책은 변화시킬 수 있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Thing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현명한 사업 결정을 내리거나

산업 정책을 통해 ‘유망주를 고르는’ 데 필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윤보다는 권력을 추구하고,

자기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에 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

특히 어떤 정부가 시장 논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채택하고

그 나라가 가진 자원과 능력을 넘어서는 산업 부문을 장려하려 한다면 재난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뿐이다.

개발도상국들에 산재한 ‘흰 코끼리 프로젝트들’이 그 산 증거들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정부는 유망주를 고를 능력이 있고 그렇게 한 선택이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편견 없이 둘러보면 전 세계에 정부가 유망주를 제대로 고른 사례들이 널려 있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결정은 기업들이 직접 내리는 결정에 비해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사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있으면 오히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리고 정부는 필요하면 더 나은 정보를 획득하여 의사 결정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개별 기업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국민 경제 전체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결정들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유망주를 골랐다 하더라도

특히 그 결정이 민간 부문과 긴밀한 (그러나 지나치게 긴밀하지는 않은) 협력하에 진행되었다면

국민 경제를 향상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Thing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부의 분배에 앞서 부를 창출해야만 한다.

싫건 좋건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부자들이다.

부자들은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활용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런데 과거 많은 나라에서 계층 간의 질시를 이용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를 펼치면서

부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하여 부의 창출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지 않고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도 나아지지 않는다.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작아질지 몰라도

결국에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의 절대적인 크기가 더 커질 것이다.

파이 전체의 크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트리클다운 경제학으로 알려진 이 주장은 첫 번째 장애물에서부터 넘어지고 만다.

일반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

그리고 ‘성장 감소를 부르는 빈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의미를 양분해서 말을 하는데,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실패했다.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실패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소득이 매년 3% 이상 증가했으나

1980~2009년 사이에는 매년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의 첫 번째 단계는 설득력이 없다.

 

또 두 번째 단계, 즉 윗부분에서 창출된 보다 큰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현상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꼭대기에서 늘어난 부가 결국에는 아래로 '똑똑 떨어져(trickle down)'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지도 모르지만, 이는 보장된 결과가 아니다.

그냥 시장에 맡겨 두면 상류층의 부가 밑으로 흘러내리는 정도가 미약하다.

만약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며, 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hing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돈을 훨씬 많이 번다.

특히 미국의 최고 경영진들이 받는 보수는 일반인들이 보기에 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다.

그런 일을 할 만한 능력을 지닌 사람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보수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매출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거대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수백만 달러,

때로 수천만 달러를 지불해도 좋은 인재만 끌어올 수 있다면 확실히 그만 한 돈을 쓸 가치가 있다.

그렇게 영입한 경영자가 좋은 결정을 내리면 수억 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관행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질투심이나 억하심정을 품고 억지로 막아서는 안 된다.

결국은 역효과만 날 뿐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너무 높다.

우선 전임자들에 비해서 너무 높다. 동시대 노동자들의 보수 평균과 비교해서 볼 때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를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말이다.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는 다른 부자 나라 경영자들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

측정 방법과 비교 대상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비슷한 규모와 실적을 올리는 다른 나라 회사 경영진들에 비해

미국 경영자들은 절대 기준으로 많게는 20배나 더 받는다.

이들은 또 보수만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부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Thing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가 정신은 역동적인 경제의 핵심이다.

신제품을 개발해서 수요를 창출할 기회를 찾는 기업가들 없이 경제는 발전할 수 없다.

프랑스부터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활력을 잃은 나라들을 살펴보면

기업가 정신의 결여가 그 원인의 하나인 것을 알 수 있다.

가난한 나라의 거리에서 어영부영 정처 없이 배회하는 사람들이 태도를 바꾸고

적극적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를 찾으려 하지 않으면 그 나라 경제는 영원히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어영부영하며 정처 없이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면

구두 닦는 아이는 두세 명, 행상은 너덧 명 된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개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기술과 현대식 기업 같은 발달된 사회 조직이 없어서이다.

개인의 창업을 돕는다는 목표를 내걸고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 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 제도가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는 것만 봐도

개인의 기업가 정신이 갖는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20세기에는 특히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려면 공동체 차원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집단적 조직력의 부족이 개인의 기업가 정신의 부족 현상보다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더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토머스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Thing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시장에 관여하는 것을 일체 삼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에 참가하는 주체는 모두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은 합리적이다. 개인 및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개인의 집합으로서의 기업은

언제나 자기에게 무엇이 가장 이로운지를 잘 알고,

자기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외부자, 특히 정부가 이들의 행동을 제한하려 하면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시장에 참여하는 당사자들보다 열등한 정보를 보유한 정부가 그들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하려는 행동을 못하게 한다든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늘 최선의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직접 관련된 일들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제한적 합리성’이라고 한다.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우리가 그런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문제들의 복잡성을 줄이려면

일부러 선택의 자유를 제한해야 하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그렇게 하고 있다.

특히 극도로 복잡한 현대 금융 시장과 같은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가 효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가 보유한 지식이나 정보가 더 우월해서가 아니라

정부 규제를 통해 선택의 범위를 제한하여 문제의 복잡성을 줄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우리는 이른바 금융 혁신을 통해 모든 것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고,

그 때문에 우리의 의사 결정 능력은 이런 복잡성에 압도당해 버렸다.

앞으로 유사한 금융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금융 시장에서는 행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마저 그 내용과 영향을 알지 못하는 상당수의 파생 금융 상품은 폐기되어 마땅하다.

 



815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