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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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죽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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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18 ㅣ No.4772

4월 19일 예수 부활 대축일-마르코 16장 1-7절

 

"겁내지 마라. 너희는 십자가에 달리셨던 나자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예수는 다시 살아나셨고 여기에는 계시지 않다."

 

 

<한번 죽어보십시오>

 

사무실 바깥이 시끌시끌하길래 문을 열어보았더니, 3박4일 동안 봉사활동을 다녀온 아이들이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서있었습니다.

 

봉사활동을 떠나보내기에 앞서 무척 걱정이 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언젠가처럼 그쪽 자원봉사 관리자로부터 "제발 이런 아이들은 안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을 들으면 안 될텐데...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도움은 안되더라도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할텐데..."하는 생각이 컸었습니다.

 

그런데 인솔하셨던 선생님 말씀을 듣자하니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그쪽 담당자의 말씀에 따르면 "보통 학교 아이들과는 게임이 안될 정도로 성실했다"고 합니다.

 

한 아이는 자신이 간호해드린 할아버지께서 "계속 나랑 지내자"고 꼬셨다고 제게 자랑을 했습니다.

 

예전보다 더욱 환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제 마음이 다 흐뭇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약간 맛이 간 눈동자들이었는데, 오늘 보니 얼마나 싱싱한 눈동자들인지...예전에는 약간씩 삭은 얼굴들이었는데, 오늘 보니 얼마나 활기차고 쌩쌩한 얼굴들 인지요?

 

마치 갓 낚아 올린 한 마리 고등어처럼 팔팔해져서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부활이란 것이 우리 삶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기에 그저 멍한 표정으로 놀라고 있어야만 할 일이 절대로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들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신비로운 사건, 우리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사건이기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만 있어야할 일도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매일의 삶과 너무나 밀착된 사건이자, 삶의 일부입니다.

 

매일 아침마다 새 마음으로 눈을 뜨고, 새 정신으로 새 출발할 때, 그 아침은 또 다른 부활의 아침입니다.

 

진정으로 봉헌하는 매 미사의 영성체 순간은 우리가 다시 한번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는 부활(파스카)의 순간입니다.

 

"우리 시어머님, 나이 드시면서 외로우셔서 그러시겠지..."하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 며느리, 근본은 아주 착해. 아직 세상물정 잘 몰라서 그렇지..."하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 맏이, 자기도 가정 꾸려가느라 얼마나 고달프겠어?"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우리는 작은 부활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부활은 어떤 면에서 철저하게도 이승의 문제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바로, 오늘,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웃을 위해 한번 기꺼이 죽어보십시오. 신기하게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새로운 삶이 곧 부활입니다."(이제민저, "예수는 정말 부활했을까?"참조)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반드시 부활을 체험하고 살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 부활한 삶은 영적인 삶, 자유로움을 체험하는 삶, 사랑이 아닌 모든 것으로부터 죽는 삶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죽음을 체험한 사람, 자신을 죽인 사람은 이승에서도 부활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죽기 전에 죽으면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

 

우리 자신의 죄와 이기심과 교만함, 갖은 유혹 앞에서 기꺼이 죽는 순간 우리는 다시 한번 주님과 함께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겸손하게 우리 자신을 낮추는 순간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주님과 함께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굿뉴스 가족 여러분! 우리 주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충만한 사랑과 생명력이 가정에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매일의 고통과 매일의 십자가를 기꺼이 이겨냄을 통해서 매일 부활을 체험하시는 기쁨의 나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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