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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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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inuit-] 쪽지 캡슐

2011-08-28 ㅣ No.1481

 

<사다리 걷어차기>(2002년),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년) 등으로

자유 시장 경제학의 허점을 비판해온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경제학과)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은 영국, 미국등에서 많은 호평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책이다.

 

장하준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는

자유시장, 규제완화, 자유무역, 주주자본주의 등 1990년대 이후 우리가 맹신해온

신자유주의적 경제 상식과 가치, 신념체계를 뒤엎으며

시장통제와 국가개입 등을 통한 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때 영국의 <가디언>은   사설에서 이 책을 거론하며

영국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대표에게 장하준 교수와 점심을 함께 해보라고 권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고사 직전인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장 교수와 함께 모색해볼 것을 직접 권유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장하준교수와의 책에대한 인터뷰영상이며, 

영상과 아래 책의 본문은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프레시안에서  공개했던 것으로

 23개의 챕터별로  동영상은 각각 5분내외의 분량이며, 개략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Thing 1.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은 자유로워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여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지시하면

자원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게 된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이윤이 높은 일을 할 수 없다면

사람들은 투자하고 기술 혁신을 할 동기를 잃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임대료에 상한선을 정하면

건물주는 건물을 보수하거나 새 건물을 지을 동기를 상실한다.

정부가 판매 가능한 금융 상품의 종류를 제한하면

혁신적인 거래 방식을 통해 독특한 금융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자유 시장의 전도사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유명한 책 제목처럼

사람들이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를 누릴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바로 시장이 정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도 없다.

자유 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경제학의 뿌리가 바로 도덕철학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평생 두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중 하나가 <국부론>(1776년)이고 그보다 앞서 펴낸 책이 <도덕감정론>(1959년)이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만으로는 한 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았다.

이처럼 경제학은 처음부터 도덕,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제학의 초기 이름도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이 었다

 
이랬던 경제학에서 가치를 배제해야 한다면서 등장한 것이 오늘의 주류 경제학이다.

그러나 정작 가치 판단을 배제한다는 그 주류 경제학이야말로 특정한 가치로 무장했다.

'개인은 사회와 관계가 없는 원자로 존재한다', '개인은 이기심만으로 움직인다' 등

오늘날 주류 경제학의 전제가 되는 이런 주장이야말로 가치 판단 아닌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정치가 곧 경제고, 경제가 곧 정치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아는 게 중요하다.

정치와 분리된 '자유' 시장은 없다!

 

 

 

 


Thing 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어야 한다.

주주는 고정수입이 없고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부담하지 않는 위험을 진다.

그래서 주주는 기업실적을 극대화하는 동기가 강하다. 또 그래서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면

기업이윤도 극대화되고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 극대화된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주주들을 위한 기업 경영이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주주가 위험부담을 가장 많이 지고, 그래서 기업의 장기적 실적에 제일 관심이 높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주주들이야말로 기업의 이해당사자들 중에서 가장 쉽게 손을 뗄 수 있고,

기업의 장기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이다.

유한책임이라는 제도혁신 자체가 유례없는 물질적 진보를 가능케 한 이면에

그만큼 주주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제공했다.

 .

노동자를 비롯하여 다른 이해 당사자들에게 돌아가던 소득 중

많은 부분이 이윤으로 재분배된 것도 문제였지만

1980년대 이후 국민소득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그것이 투자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주주의 이익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면 (그에 따라 상류층으로의 소득 재분배 문제를 무시한다고 해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악의 문제는

주주 가치 극대화가 심지어 해당 기업에도 전혀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고용을 줄여 임금 지출을 삭감하고,

투자를 최소화하여 자본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비용 지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그래서 주주가치극대화는 해당기업의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경제전체도 망치는 것이다.

 

GM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누리던 절대 우위를 잃어버리고 끝내 파산한 이유를 생각해 보라.

GM은 주주 가치 극대화의 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다운사이징을 추진하고 투자를 기피했다...

GM은 2009년에 파산할 때까지 전략을 바꾸지 않았다...

 

잭 웰치가 최근 고백했듯이 주주 가치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아이디어"이다.

 GE 회장을 맡았고, 1981년에 한 연설에서 주주 가치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사람이

잭 웰치(Jack Welch)였다...

 

 

 

 


Thing 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 경제에서는 생산성이 높으면 그만큼 보수를 많이 받아.

똑같은 일을 하고도 스웨덴 사람이 인도 사람에 비해 임금을 50배쯤 더 받고 있는 현실은

모두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지. 인도 같은 곳에서 최저 임금제를 도입하여

인위적으로 이런 차이를 좁히려 해 봤자 결국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해

불공평하고 비효율적인 보상을 하게 될 뿐이야!"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라 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사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임금이라는 것은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가난한 계층의 국민들 때문이 아니라

부유한 계층의 국민들 때문이라는 말도 가능하다.

사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은 부자 나라의 부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부자 나라의 부자들이 개인적으로 특별히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들의 높은 생산성은 단지 역사적으로 축척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은 1995년 한 TV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의 많은 부분이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벌어 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활동하는 시장은 내가 하는 일에 아주 후한 보상을 내리는 환경입니다.".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만 한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

 

 

 

 

 

 

Thing 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 기술 혁명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통신 기술 혁명은 물리적 ‘거리의 파괴’로 이어졌고, 그에 따라 ‘국경 없는 세계’가 출현하면서

국가의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바로 이와 같은 기술 혁명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도 그에 상응하는 속도로 변화하지 않으면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제 개인이나 기업 혹은 국가는 과거보다 훨씬 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시장 자유화가 필요하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변화를 인식할 때 우리는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전자 통신 기술상의 발전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19세기 후반의 전보만큼 혁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인터넷 혁명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만큼 크지 않았다.

가전제품은 집안일에 들이는 노동 시간을 대폭 줄여 줌으로써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사 노동자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과거를 돌아볼 때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옛것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새것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국가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의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켰다.

 

또하나 걱정스러운 일은 선진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료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 격차(digital divide)가 국제 문제화되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나 자선단체, 개인들이 개발도상국에

컴퓨터와 인터넷 설비를 갖추라고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정보 격차 해소가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일까?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한 대씩 마련해 주고,

시골 마을마다 인터넷 센터를 세워 주는 것이 도움은 될 터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물을 파 주고, 전기를 넣어 주며,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비록 고리타분해 보일지는 모르나

실제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Thing 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덤 스미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양조장, 빵집 주인들이 관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직 자기 자신 아니면 기껏해야 자기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아울러서 사회적 조화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고

모든 사람이 이타적 내지는 자기희생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경제 체제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지속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

즉 사람들이 항상 최악의 행동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해야 한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이기심은 대부분의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본성 중의 하나이지만,

유일한 본성도 아니고 많은 경우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도 아니다.

사실 세상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묘사하는 이기심 가득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남을 속이고, 나를 속인 사람을 잡아내고,

잡은 사람을 벌주는 데 온 시간을 써야 할 테니 말이다.

세상이 지금처럼 돌아가는 이유는 인간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믿듯이

전적으로 이기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경제 제도는 사람들이 이기심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정은 하되

인간의 다른 본성들을 모두 활용하고 사람들이 최선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제도일 것이다.

결국 최악의 행동을 기대하면 최악의 행동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Thing 6. 거시 경제의 안정은 세계 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경제 부문 공공의 적 1호였다.

많은 나라가 재앙에 가까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었다.

인플레이션이 ‘하이퍼’라고 부를 정도까지 치솟지 않은 나라에서도

물가상승률이 높고 변동이 심하면 경제가 불안정해져 투자가 부진해지고 결과적으로 성장이 둔화되었다.

다행히도 1990년대 이후 세상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정부 예산 적자를 더 엄격히 다스리고,

중앙은행을 독립시켜 인플레이션 억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나라들이 많아지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경제 안정이 장기 투자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맹수를 길들인 것은 장기 번영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길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경제는 상당히 더 불안해졌다.

지난 30년 사이에 물가 변동을 잡았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흥분해서

우리는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겪어 온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못 본 척했다.

그 사이 수많은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과도한 개인 채무, 파산, 실업 등으로

많은 사람의 삶을 파괴했던 2008년 금융 위기도 그 한 예이다.

인플레이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우리는 완전 고용이나 경제 성장 같은 중요한 문제에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안해졌다.

물가 안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들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에 고삐를 매었음에도 성장률은 미미했다.

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Thing 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개발도상국들은 국가 개입 정책을 써서 경제 발전을 추진했고,

그 중에는 노골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들까지 있었다.

개발도상국들은 보호 무역, 외국인 직접 투자 금지, 산업 보조금,

심지어 국영 은행, 국영 기업 등의 인위적인 수단까지 동원해서

철강이나 자동차 산업과 같은 자국의 능력을 벗어나는 산업들을 육성하고자 노력했다.

식민 통치를 했던 나라들이 자유 시장 정책을 신봉하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행태를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잘해야 경제 침체, 잘못하면 경제적 재앙이었다.

성장률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심지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나라까지 있었는가 하면,

국가의 보호를 받은 산업은 ‘자라는 것’을 멈췄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1980년대 이후 정신을 차리고 자유 시장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다.

일본을 제외한(한국도 제외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모든 선진국들은 자유 시장 정책,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자유 무역을 통해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이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취한 개발도상국일수록 더 좋은 성적을 올렸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정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실적은 국가 주도의 발전을 꾀하던 시절이

그 뒤를 이어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할 때보다 훨씬 나았다.

국가가 개입해서 그야말로 엄청난 실패로 끝난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시장 지향적 개혁 기간보다 이른바 ‘어두운 과거’ 시절에

훨씬 더 빠른 성장과 비교적 고른 분배를 이루었고 금융 위기도 훨씬 적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시장 정책 덕에 부자가 되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가깝다.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 등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보호 무역주의,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야말로

요즘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면 안 된다고 설파하는 것들인데도 말이다.

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Thing 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세계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초국적 기업들이다. 초국적 기업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국의 국경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이다. 본사는 여전히 회사가 설립된 나라에 있을지 모르지만

생산과 연구 시설은 대부분 해외에 있고, 최고 경영진을 포함해서 많은 직원을 외국인으로 채용한다.

이처럼 자본에 국적이 없어진 시대에 외국 자본에 대해 민족주의적 정책을 쓰면 잘해 봐야 효과가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외국 자본을 차별하면

 그 나라에는 초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

자국 기업을 육성해서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도일지는 모르나

이런 정책은 가장 효율적인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결국 국가 경제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점점 더 많은 자본이 ‘초국화’되어 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초국적 기업들은

국적이 없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사실상 해외 지사를 둔 ‘단일 국적 기업’으로 남아 있다.

핵심 기술 개발이나 전략 설정 등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대부분 본국에서 이루어지고

최고 경영진도 대개 본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

공장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다양한 정치적 이유와 그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 이유에서

대개 본국의 공장과 일자리를 가장 나중에 없앤다.

이 말은 초국적 기업이 가진 혜택의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기업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적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의 국적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만일 어느 외국 기업이 같은 산업 분야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인수하는 것이라면 이 외국 자본이 국내 사모펀드보다 낫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국내 기업이 국가 경제에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할 확률이 더 높다.

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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