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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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들릴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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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4-22 ㅣ No.4790

4월 23일 부활 팔일축제내 수요일-루가 24장 13-35절

 

"이젠 날도 저물어 저녁이 다 되었으니 여기서 우리와 함께 묵어 가십시오"

 

 

<우리가 흔들릴 때마다>

 

예수님의 여러 가지 제자 교육방식 중에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제동행(師弟同行)"방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번도 제자들에게 삶과 동떨어진 방식, 추상적인 방식, 구름 잡는 방식으로 가르침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의 교육방식은 제자들에게 지도와 교통카드와 도시락만 주고 "어디 어디까지 갔다와라"는 식의 방법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걸어갑니다. 그늘에 앉아 함께 도시락을 먹습니다. 함께 길을 찾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중간에서 찢어지지 않고 끝까지 함께 걷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시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했던 매일의 삶 전체,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다 강의 원고였습니다. 지나가셨던 마을 전부가 다 강의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러한 예수님의 제자 교육 방식이 부활 후에도 지속되었다는 것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엠마오로 길을 가던 두 사람은 열두 제자 중 한사람은 아니었지만 예수님과 상당히 가까웠던 사람들로 추정됩니다. 왜냐하면 당시 두 사람이 나누고 있었던 대화 주제가 예수님이었고, 또 당시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그들이 받았던 실망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대했었기에 생업조차 내팽개치고 예수님을 따라나섰는데, 그렇게 믿었던 예수님이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맥없이 처형되셨으니 그들이 느꼈던 실망감이나 배신감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앞날에 대한 심각할 정도의 불안, 삶의 의미가 사라짐에 따른 깊은 좌절감에 의기소침해있던 두 사람 사이로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크게 떠벌이지도 않고, 요란스럽게 내세우지도 않고 그저 조용히 다가서십니다. 자연스럽게 제자들의 대화에 끼어 드십니다. 다시 한번 제자들의 삶의 개입하십니다. 함께 여행길에 동반하십니다.

 

보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이 우리 삶에 개입하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똑같은 모양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전쟁과 폭력, 가난과 병고, 구조적인 악습과 세상으로부터의 갖은 위협 앞에 크게 흔들리는 "순례 중에 있는 교회"란 배 위로 조용히 올라오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순례 중에 있는 교회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비록 우리가 우둔해서 그분을 잘 알아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분은 먼저 우리 사이로 끼어 드십니다. 우리가 나누는 대화에 함께 하십니다. 우리의 식탁에 앉으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은 그저 "우리와 함께 있음"을 넘어 "구원적 현존" "교육적 현존"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심을 통해서 이루고자하시는 목적은 오로지 한 가지 뿐입니다.

 

모진 세파에 심하게 흔들리는 우리를 안전한 하느님의 포구로 인도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때마다 견고한 지주가 되어주시는 분, 방황할 때마다 확실한 나침반이 되어주시는 분이 바로 부활 예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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