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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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 같은 F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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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12-07 ㅣ No.6084

12월 8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루가 1장 26-38절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전율 같은 Feel>

 

저녁 먹고 운동장에 나서려니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차가워진 공기에 세찬 바람마저 불어오니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아직 감기기운이 좀 남아있기도 하고, 공연히 객기를 부리다가 고생할 것 같아 오늘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 이곳 저곳을 기웃기웃 서성대기로 했지요.

 

아이들과 직접 뛰는 것도 좋지만 때로 옆에 서서 응원해주고 칭찬해주는 것도 얼마나 아이들에게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다들 춥다고 호들갑인데도 불구하고 저희 아이들은 전혀 상관없었습니다. 축구장과 농구장에서, 족구장과 탁구장에서 가는 곳마다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추위는 웬 추위" 하면서 열심히 놀고 있었습니다.

 

아예 어떤 아이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놀고 있더군요. "감기 걸리니, 옷 잘입고 나오거라"고 타이르니 옆에 있는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합니다.

 

"걱정 마세요. 신부님, 애는 보시다시피 지방층이 두꺼워서 평생 감기 한번 안 걸려요."

 

잠시나마 세상걱정 잊고 정신 없이 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저희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창립자이신 돈보스코(1815-1888) 성인께 말입니다. 또한 저를 희망과 에너지로 가득 찬 아이들 사이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렸습니다.

 

오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은 저희 살레시오회 안에서 참으로 의미 있는 축일입니다. 돈보스코께서 청소년들을 위한 구원사업의 첫 발을 내딛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제의방에서 제의를 입던 돈보스코는 제의방을 기웃기웃하다가 제의방지기에게 붙잡혀 호되게 야단을 맞고 쫓겨나는 한 소년과의 첫 만남을 가집니다.

 

돈보스코는 즉시 제의방지기에게 방금 쫓아낸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당부하십니다. 쭈볏쭈볏 끌려온 아이는 당시 토리노시에 넘쳐나던 아이들 중 전형적인 한 아이였습니다.

 

당시 이태리 북부의 사회 전반적 상황은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연이은 흉년으로 인한 기근과 농가의 몰락, 탈농촌 인구의 대도시에로의 유입이 진행되었고, 도시 빈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큰 피해자들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생계마저 곤란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이나 종교교육, 직업교육, 인격적 대접은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청소년들은 악덕기업주들의 제1차적 착취대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겨우 잠자리와 하루 한 두끼의 보잘것없는 식사만을 제공받으면서 하루 온종일 작업장에서 청춘을 썩혀야 했습니다.

 

그런 생활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들은 너무나 쉽게 범죄조직으로 빠져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 소년원이나 교도소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하루 하루를 지내게 되었지요.

 

그런 피해 청소년의 대표자가 바로 돈보스코가 제의방에서 만난 바르톨로메오 가렐리였습니다.

 

그 가련한 소년과의 만남의 순간, 돈보스코는 전율과도 같은 Feel을 받습니다.

 

"그래, 바로 이 아이들이야! 내 인생의 목적은 바로 이 아이들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투신하는 일이야. 그래, 맞아! 내 만만치 않았던 인생, 내 고난의 성소 여정, 내가 오랜 기간 준비해온 사제직은 바로 이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쓰여지라고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었어."

 

"내가 거둔 아이들, 성모님께서 결코 그냥 두지 않으실거야. 애가 한 아이를 데리고 오면 성모님께서 반드시 당신의 망토로 이 불쌍한 아이들을 고이 감싸 주실거야. 나중의 일은 성모님께 맡기고 나는 일단 일을 시작하자"며 힘차게 사업을 시작한 날이 오늘 이 대축일입니다.

 

오늘 다시 한번 저희 살레시오 회원들이 이 시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 맛이 간 청소년들, 갈 곳 없는 청소년들, 소외된 청소년들, 가슴 아픈 청소년들, 밤잠 못 이루고 눈물 흘리는 청소년들, 소년원과 구치소, 교도소에서 희망을 잃는 청소년들을 기쁜 마음으로 선택하고 그들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헌신하기를 다짐하는 하루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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