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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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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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4-03-18 ㅣ No.6688

3월 18일 사순 제3주간 목요일-예레미아 7장 23-28절

 

"너희는 귀를 기울여 나의 말을 듣기는커녕 제멋대로 악한 생각에 끌려 등을 돌리고 나를 외면하였다."

 

 

<마음으로 들어야>

 

강론이나 강의를 준비할 때 마다 우선적으로 드는 감정은 강한 부담감 내지는 막막함입니다.

 

이 시대는 말씀을 선포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시대입니다. 매스미디어 산업의 폭발적인 팽창이 계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최첨단 영상 문화의 바다에 푹 빠져 살아가지요. 뿐만 아니라 초고속 인터넷 문화의 영향 아래, "속전속결" "신속정확" "다양한 컨텐츠"를 최고로 여기며 그렇게 살아갑니다.

 

이런 가운데 하느님 말씀 선포자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겹습니다.

 

그런데다 말씀선포에 따르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강의를 부탁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요구사항도 보통이 아닙니다.

 

"신부님, 짧고 재미있는, 그렇지만 내용 있는 강의 부탁드립니다." "제발 졸리지 않게, 알아듣기 쉽게, 그렇지만 핵심은 빠트리지 마시고..."

 

저 역시 강의를 들을 때면 똑같은 마음이 됩니다.

 

"이 강의는 뭔가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듣는다, 받아 적는다 하지만, 영 아니다 싶은 강의라면 눈은 물론 귀도 마음도 다 닫아겁니다. 부족한 수면을 보충합니다.

 

매일, 매주, 그리고 수시로 선포되는 말씀 앞에 우리의 태도 전환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모든 말씀 선포자들 한명 한명이 다 우리 맘에 쏙 들 수 있겠습니까? 어찌 모든 말씀 봉사자들이 다 내 스타일에 맞게만 강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말씀을 듣다보면 가끔씩 운 좋게 명강사나 대 강론가도 만날 수 있겠습니다만, 반대로 전혀 아닌 사람도 만날 것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이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으려는 노력입니다.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에 마음을 연다는 말입니다. 정성을 기울여 관심을 모아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데 최선을 다한다는 말입니다. 말씀 선포자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 선포자 안에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성령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집중하는 일입니다.

 

때때로 선포되는 말씀에 마음을 집중하기 힘들어질 때 삶이 뒷받침되지 못해도 어쩔 수 없이 강론대에 서야하는 말씀 선포자들의 말 못할 고충도 한번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가끔씩 강론이 지루해질 때, 말씀 봉사자들이 하루 온종일 성서 한 구절을 붙들고 앉아있어도 단 자락 생각도 건지지 못하는 때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귀 기울여, 정성을 다해 말씀을 듣는다면 스쳐지나가는 우스갯소리 한마디에서도 우리 삶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듣는다면 하느님께서 말씀 선포자를 도구삼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심을 반드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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