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백)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시몬]성지순례기..수리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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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05 ㅣ No.255

황새바위에서 수리치골로 이동하기 위해서 다시 시내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오늘이 장날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몰라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담배를 피우기도 뭐했구요.

 

정류장에 차표파는 아줌마에게 수리치골을 물으니 전혀모릅니다. 자꾸 엉뚱한

지역만 얘기하길래 다시 도로로 나가 신호등에 서있는 차로 다가가 물었습니다.

 

수리치골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평리로 가야합니다.

신평리는 유구라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11번 버스가 잇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11-1번이 오길래 혹 잘 못 타는 것일까봐 그냥 넘겼지요..

버스는 30분에서 40분 간격으로 한대가 오는데 저는 20분만 기다려서 탈수가

있었습니다. 버스를타고 한참을 가면 신평리에 멈춥니다.(물론 기사아저씨께

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 수리치골 갈려고 하니까 가르쳐달라고...)

 

신평리에 내리면 수리치성지라는 표지판이 제위에 떡 하니 서있었습니다.

거기서 도보로 3.9km.. 제 걸음으로 50분정도를 걸으면 수리치 성지 입구에

다다릅니다. 물론 저는 20분정도를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향해 미친듯이..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제 지나가는 차 세우는 것은 눈감고도 할 수 잇을것

같습니다.

 

수리치골 입구에서 다시 성지까지는 7km를 넘게 걸어야 합니다.

여기서 부터는 소위말하는 ’깡촌’이여서 차도 없고...

걸으면서 그 나마 위안이 되었던 것은 경치엿습니다. 왼편으로 개울이 흐르고

산은 첩첩으로 병풍을 치듯이 펼쳐져 있고 동네에 어르신들은 깨를 도로변에

말리고 계셨습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차를 잡기위해 작은눈을 뒤로 돌려봅니다.

멀리서 큰차의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서니 이런...버스입니다...

바로...11-1번...역시 손을 흔들어서 물어보니 수리치골 성지까지 바로 가는

버스랍니다...다시 630원을 내고 탔습니다. 10분정도를 버스를 타고 가니

멀리 피정의 집 건물이 보입니다. 이 피정의 집은 천주성삼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인데 수녀님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시고 이내 손을 흔드어 주십니다.

 

버스를 내려 피정의집을 지나 골짜기를 향해서 가는 길엔 코스모스가 저를 반기듯

(정말 저를 반기듯)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아마 햇빛쪽으로 기울어져 잇나

봅니다. 그 꽃들과 인사를 하고 그중에 가장 못 난넘(대중적인 넘) 한넘을 따서

’넌 나와가자’ 광녀처럼 귀에 꽂기도 하고 입에 물기도 하고 걸었습니다.

 

5분정도를 올라가면 수녀원이 나오고 그 앞에 성지에 관한 안내가 나옵니다.

수리치골 성지는 다른 성지와 다른 점이 몇가지 잇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깊은것은

성지입구에서부터 ’성모칠고’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사진참조)

이 칠고가 끝나는 곳에서 부터는 십자가의 길이 시작됩니다. 산속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한처 한처 기도를 바칠때마다 올라가는 숨이 가빠집니다.

 

제가 기도를 하며 올라가는 중에 한마리에 다람쥐가 계속 제 주위를 어슬렁거립

니다. 먹이라도 주고 싶지만 당장 내 먹이도 없는터라 미안한 마음만 두고 계속

기도를 했습니다. 13처가 지나고 순간 깜짝놀랐습니다.

 

갑자기 왼편에 누군가 누워잇는 것입니다. 뭘까.. 자세히 가서보니 게쎄마니 동산

에서 예수님이 기도를 할때 밑에서 잠들어 있던 제자들입니다. 정말 저렇게 자고

잇었을까 하는 정도로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위는 게쎄마니 동산...

14처가 끝나는 지점 바로 위로 게쎄마니 동산이 있고 그곳에는 예수님의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나중에 사진을 참고 하세요)

 

물론 십자가에는 예수님이 달려계시지 않지요...

무어라고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기도를 방해할까봐...뒤에서 저도 조용히 기도를

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사진좀....’양해를 구했습니다.

역시 예수님은 기도에 열중이셔서 말씀이 없으십니다...

 

대전에서 오신분들이 뒤에서 오시며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십자가의 길을..게쎄마니 동산에서 내려오며 이런 골짜기에 옛 교우들이

숨어들었구나..하는 마음으로 무거워졌습니다. 정말 너무 촌이었거든요..

그리고 이골짜기 까지 페레올주교님과 다뷜리주교님이 오셔서 사목활동을 하셨

다는 것..그리고 최양업신부님이 오셨으리라는 추측으로 다시 한번 그 시절에

그 분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까 대전에서 오신분들이 입구 까지 차를 태워주시며 백설기와 다른 떡을 주셨

습니다..배고픈 순례자의 마음을 ...넙죽 받았습니다...혹 다시 넣을까봐.

 

입구에서 내려서 청양으로 오기위해 지나가는 잡아타고 정류장으로 나왔습니다.

이 국도에 지나가는 차가 없습니다. 버스는 청양까지 가는 차가 없다고 해서

계속 차를 잡으려고 했지만 날이 어두워져서 세워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6시 30분 직행버스를 잡아타고 (날이 무척 어두웠습니다) 정산에서 내려

다시 청양으로는 버스를 탔습니다.

 

저는 깨끗한 공기를 느끼며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그 수리치골을 다녀왔지만

옛 교우 들은 죽음의 산을 넘어서 그 골짜기로 들어갔을 것입니다.

 

제가 부른 노래가 그 분들의 영에 조금이나마 즐거운 유희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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