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0일 (금)
(백) 부활 제6주간 금요일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성지순례기]최경환 생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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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06 ㅣ No.257

다락골을 내려와 다시 마을의 입구에서 버스를 내렸던 곳으로 걸어가다보면

조그만 마을의 입구가 보입니다.

 

생가터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길이라 무언가 안내판이 잇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것이 없습니다. 어제 저녁으로 먹은 볶음밥이 잘 못 되었는

지 배탈이 나서 속이 계속 꾸륵거립니다. 하지만 걱정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골은

도로빼놓고 대부분이 산이라서 어디든지 거사를 치룰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거든요..

 

거사를 치룬후 멀리 마을을 내려다 보다가 주신부님이 만드신 책에서 본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른 뛰어내려가 그 마을로 들어서니 온 집의 개들이 모여서

저를 환영합니다. 삽살이부터 똥개까지.. 어찌나 열렬히 환영을 하는지 시끄러워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습니다...그래도 순례자가 고함을 지를 수는 없어서 조심스레

목에 걸려있는 십자가를 들이밀었습니다...역시...똥개는 십자가인지 뭔지

생각이 없습니다..

 

조금 겁이낫지만 그냥 물려면 물어라..하는 맘으로 마을을 들어서서 모퉁이를 도니

최경환성인의 생가터임을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잇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하도 초라해서 마치 툭건드리기라도 하면 넘어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왜 이렇게 녹이슨 채로 방치를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한참을 망연자실한 마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최경환성인이 천주교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만 최경환 성인은 최양업신부님의 아버지로 내포의 사도 이존창 집안

의 이성례와의 사이에 다섯을 두신 분이십니다. 단지 아들을 신부로 봉헌하였다는 이유로 모든 식구들이 옥에 갇히게 되고 이중에 막내였던 세살박이는  결국 굶어죽게되고 어머니는 미치기 일보직전에 아이들을 모두 죽일까봐 배교를 하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마 옥에있는 남편생각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아이들의

음성을 외면한채 다시 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 후 네 아들이 동냥으로 부모님께

음식을 넣어드리는 슬픈일이 시작됩니다. 최경환 성인은 옥중에서 고문의 휴유증

으로 그만 숨이 끊어지고 어머니는 참수를 당합니다. 눈물겨운 일은 어머니가

참수를 당할때 네 아들이 희광이에게 동냥한 음식을 주며 제발 고통없이 한번에

내리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감동을 받은 희광이는 단 한칼에

어머니를 보내고 멀리서 이 모습을 보던 네형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저고리를

하늘로 벗어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누가 어머니의 목숨을 끊어지는데 기쁘겠냐만은 이들은 가족은 오직 하느님

의 영광에 모든 것을 맡겼던 것입니다. 순교의 월계관을 쓰면서 한번의 칼에

목이 떨구어 진것이 이들은 그나마 위안을 얻었던 것입니다..

 

이런 성인의 집안이 관련되어 있는 생가터 지금은 너무도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있

으니 누구라도 그 앞에서면 망연자실 해 질것입니다.

 

간판앞에서 왼쪽으로 돌면 새터시절부터 사용하던 우물터가 보존되어있습니다.

역시 이곳의 간판도 글을 알아볼 수 없을정도로 허름합니다.

아직도 물이 차잇는 이 우물에는 거미줄이 가득해서 그 당시의 아픔을 지금도

볼 수 있는 듯 합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서는 생가터는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무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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