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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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세 원리 -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성 요셉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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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damiano53] 쪽지 캡슐

2014-04-17 ㅣ No.88569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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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7 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린11,23-26 요한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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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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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4월16일, 성주간 수요일도 잊지 못합니다.

"주님 안에 오늘 사직서 제출하고 집에 짐 싣고 왔습니다.

건강히 근무마치고 소풍 잘 다녀왔다는 '시'가 스치는 오늘입니다.

성삼일 집중하여 지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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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세상입니다.

사심 없이 수도원과 저를 오랫동안 도왔던 신심 좋고 지혜로웠던 분인데

30년 이상 근무하던 회사에서 강제 퇴직했다는 소식에 큰 아픔을 느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에 깊이 동참하여

새롭게 부활하는 성삼일을 보낼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를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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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했던 봄꽃들이 덧없이 사라지고 신록의 잎들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낙화의 아픔의 자리에 신록의 기쁨이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합니다.

부활하실 주님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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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마재 성지를 안내했던 신심 깊은 부부와 자매님도 저에겐 큰 선물이었습니다.

"간암 말기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을 때 오로지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350일 동안 신구약 성경을 한 번, 신약은 여러 번 필사했습니다.

그리고 신구약 성경은 수없이 통독했습니다.

부인은 저와 늘 함께 기도했고 지금도 늘 함께 기도합니다.

참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절박했던 날들이었고 주님은 완치의 기적을 선물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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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봉사를 하셨던 분의 고백입니다.

이런 분이 성인이요 이런 분의 삶은 그대로 살아있는 한 권의 성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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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학자였던 정 다산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후

마재성지 성전에서 담당 신부님과 함께 순례객들을 모시고 미사도 집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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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때문에 세상적으로 실패한 인생을 살았던 순교성인들이요,

역시 세상적으로 실패한 순교적 삶을 사는 많은 이들이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주님의 위로와 격려, 치유를 받고

삶의 길을 찾고자 순교성지를 순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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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순례 마지막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긴 형제를 방문하여 병자성사를 주었습니다.

형제의 맑고 깨끗한 얼굴에서 주님의 깊은 평화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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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씀을 바탕으로 삶의 세 원리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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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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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대한 답이 삶의 첫째 원리입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와 하느님께로 가는, 시작과 끝이 분명한 삶입니다.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끝나는 우리 수도승의 삶이 바로 이를 상징합니다.

삶의 원천이자 중심인, 삶의 방향이자 목적지인 하느님을 잊어 방황하는 방랑인입니다.

결과는 허무요 무의미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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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늘 복음의 다음 대목이

하느님은 우리 삶의 출발점이자 목적지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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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가신다는 것을 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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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런 믿음이 우리에게 깊은 평화와 안정을 주며 의미 충만한 순례자의 삶을 살게 합니다.

죽음은 무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향이자 귀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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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생입니다.

인생을 하루로 요약할 때 과연 내 인생 나이는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의, 아버지 집으로의 귀가시간입니다.

이런 자각이 하루하루 선물인생을 소중히 활용하게 합니다.

시간선물의 낭비나 탕진도 큰 죄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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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무엇을 하라 주어진 인생인가?

에 대한 답이 삶의 둘째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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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주어진 인생입니다.

사랑하기에도 턱 없이 짧은 인생입니다.

사랑뿐이 답이, 길이 없습니다.

경천애인,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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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하느님을 사랑할 때 이웃을 사랑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지극 겸손한 사랑이 환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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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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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수님을,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사랑의 하느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그대로 섬김과 사랑의 예수님 평생 삶의 요약입니다.

도대체 사람의 발을 씻어 주는 하느님이, 스승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지요.

늘 감격하게 되는 매해 성목요일 만찬미사 중의 세족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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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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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내가 너희를 사랑했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거룩한 유언과도 같은 당부말씀입니다.

진정 주님 사랑의 진위가 검증되는 것도 이런 형제 사랑을 통해서 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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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어떻게 살아야 하는 인생인가?

에 대한 답이 삶의 셋째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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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주님을 기억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집트로부터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 확립에 결정적 영향을 준 파스카 전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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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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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믿는 이들에게 매일의 성체성사 미사전례보다 영성생활에 유익한 수행은 없습니다.

망각이 영성생활에는 큰 장애입니다.

늘 주님을 상기하기 위해, 기억하기 위해

반복하여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이래야 삶의 중심과 질서도 잡혀 평화와 안정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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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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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기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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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며 주신 최고의 하느님 선물이 미사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늘 주님을 기억하여 새 하늘과 새 땅의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합니다.

부단히 우리 삶의 공간과 시간을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치유하며 당신의 평화와 기쁨 속에 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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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은총은 하루로 확산되고 하루는 미사로 수렴됨으로 성체성사적 삶의 실현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인생인가?

저절로 답이 나옵니다.

성체성사적 삶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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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성만찬 미사입니다.

하느님 주신 최고의 선물 시간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삶의 세 원리를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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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느님에게서 나와 하느님께 돌아가는 삶입니다.

2.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삶입니다.

3.늘 주님을 기억하여 성체성사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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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이렇게 살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하느님, 저희가 현세에서 성자의 만찬으로 힘을 얻고,

영원한 세상에서도 그 은총을 충만히 받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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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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